선수가 계약이 끝나기 전 구단과 사전 접촉하는 것을 의미하는 템퍼링은 리그에서 금지되는 행위다. 그간 NBA에서는 심심치 않게 템퍼링에 적발되는 사례가 등장하며 많은 이슈를 낳은 바 있다. 팬들의 이목을 끌었던 NBA의 템퍼링 조사 관련 이슈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디시전 쇼와 템퍼링 논란   

뛰어난 실력만큼 르브론 제임스는 템퍼링 관련 논란에 많이 휩싸인 선수다. 직접 템퍼링 이슈에 휘말린 케이스도 있었고, 다른 이가 르브론의 이름을 부적절하게 언급해 징계를 받은 경우도 많았다.

2010년 여름, 클리블랜드와 계약이 끝난 뒤 FA 시장에 나온 르브론을 두고 관심이 폭발했다. 과거 마이클 조던이 뛰었던 시카고가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꼽혔으며, 그 외에도 뉴욕과 뉴저지, 클리퍼스 등이 경합했다. 원소속팀인 클리블랜드 또한 르브론을 붙잡으려는 의지가 강했다.

이 과정에서 르브론에 대해 부적절하게 언급해 탬퍼링 규정 위반으로 벌금을 맞은 타 구단 관계자도 많았다. 당시 피닉스 단장이었던 스티브 커와 댈러스의 열혈 구단주 마크 큐반이 대표적인 예다.

놀랍게도 르브론이 디시전 쇼를 통해 공개한 이적 팀은 마이애미였다. 이미 드웨인 웨이드를 보유한 마이애미는 크리스 보쉬와 계약을 발표하며 르브론과 멀어지는 듯했던 팀. 하지만 르브론과 웨이드, 보쉬는 마치 사전에 이야기라도 한 듯 각자 연봉을 깎으며 샐러리 캡을 맞췄고, 이는 많은 논란을 낳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템퍼링을 의심할만한 상황이었다.

분노한 클리블랜드는 대형 로펌과 손을 잡고 르브론이 마이애미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사전 접촉이 있었는지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쉽게 템퍼링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르브론의 사전 접촉과 관련된 조사는 조용히 마무리됐다.

나한테 왜 그래? 매직 존슨 

NBA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평가받는 매직 존슨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레이커스에서 사장으로 일했다. 사장으로 있었던 기간이 그리 긴 편은 아니지만, 매직이 재임하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레이커스다. 그중 가장 굵직한 사고 중 하나가 바로 폴 조지 템퍼링 사건이다. 

인디애나에서 뛰던 조지는 FA를 1년 앞두고 시장에 풀리게 되면 레이커스로 떠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팀에서 마음이 떠난 조지를 활용해 뭐라도 얻어야 했던 인디애나는 부랴부랴 트레이드를 알아봤고, 오클라호마시티가 그를 품게 됐다.

이후 인디애나는 리그 사무국에 레이커스와 조지 사이의 템퍼링 정황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사무국은 관련 의혹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결국 레이커스는 템퍼링 이슈로 50만 달러의 벌금을 내는 징계를 받았다. 
우선 사무국은 레이커스 롭 펠린카 단장이 조지의 에이전트와 사전에 접촉을 나눴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사장이었던 매직의 조지 관련 농담도 징계의 원인이 됐다.

매직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조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는 폴 조지에게 대놓고 레이커스에 오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 뒤 윙크를 날리며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다들 알 것”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장면이었지만, 탬퍼링 규정 위반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매직이 템퍼링 관련해서 징계를 받은 일은 또 있었다. 매직은 조지에 대한 발언으로 징계를 받은 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공적인 자리에서 야니스 아데토쿤보를 극찬하다가 5만 달러의 벌금을 냈다. 이후에는 벤 시몬스에 대한 발언으로 사무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신물이 난 매직은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며 가진 인터뷰에서 “템퍼링 룰에 지쳤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후 사무국은 타 구단 관계자가 선수를 공식적인 자리에 대해 칭찬하는 것에 대해 템퍼링 룰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을 바꿨다.

‘이 이적은 무효야!’ 밀워키와 보그다노비치 

2020년 이적 시장이 진행 중인 시점에 밀워키가 보그단 보그다노비치를 사인 앤 트레이드로 영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번번이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막히던 밀워키는 즈루 할러데이에 이어 보그다노비치까지 영입하며 의욕적으로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보그다노비치의 밀워키행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사무국의 조사에 의해 사인 앤 트레이드 과정에서 밀워키의 템퍼링 규정 위반이 확인된 것이다. 이미 밀워키 구단은 2019년 9월 존 호스트 단장이 아데토쿤보 연장 계약 협상에 대해 언론과 인터뷰에서 섣불리 말했다가 5만 달러의 벌금을 받은 바 있다. 

사전 접촉 정황이 포착된 밀워키는 사인 앤 트레이드 취소는 물론, 미래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까지 박탈당하고 말았다. 보그다노비치는 밀워키가 아닌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었다. 

이듬해인 2021년에도 사인 앤 트레이드 성사 과정에서 템퍼링에 의한 조사를 받은 구단이 있었다. 구설에 오른 주인공은 카일 라우리를 영입한 마이애미와 론조 볼을 붙잡은 시카고.

각각 3년 8,500만 달러와 4년 8,000만 달러에 새로운 유니폼을 입게 된 두 선수는 FA 시장 개장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적 소식이 발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사무국에서 조사에 나섰고, 두 구단 모두 미래 2라운드 지명권을 박탈당했다. 그래도 보그다노비치 사례와 달리 아예 이적이 취소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가족이 연결된 템퍼링 의혹, 제일런 브런슨

템퍼링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NBA는 최근에도 두 건의 굵직한 계약을 조사하고 있다. 제일런 브런슨의 뉴욕 이적과 필라델피아와 제임스 하든의 재계약이다.

브런슨은 RFA 자격 취득을 앞둔 지난 시즌, 댈러스의 2옵션으로 맹활약하며 주가를 높였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존재감이 두드러졌기에 브런슨을 FA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라고 꼽는 시선도 많았다.

시장에 나온 브런슨은 댈러스와 재계약 대신 뉴욕 이적을 선택했다. 4년 1억 400만 달러에 뉴욕 이적을 결정한 브런슨의 계약 소식은 FA 시장이 개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왔다. 이미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뉴욕과 계약에 합의했다는 루머가 나돌았던 브런슨이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점은 브런슨이 뉴욕 사장인 리온 로즈와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다. 로즈는 브런슨이 데뷔하기 전 에이전트를 맡았으며, 브런슨의 아버지인 릭 브런슨과도 선수와 에이전트로 연을 맺은 바 있다. 그리고 현재 브런슨의 에이전트는 리온 로즈의 아들인 샘 로즈다.

릭 브런슨은 아들이 뉴욕과 계약을 맺기 한 달 전, 닉스의 코치로 임명됐다. 그는 이전에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 아들이 댈러스와 재계약을 맺기 위해 연봉을 깎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못을 박기도 했다.

여러모로 찜찜한 요소가 많은 브런슨 이적 사가다. 만약 템퍼링 정황이 확인된다면 뉴욕 또한 시카고, 마이애미와 마찬가지로 미래 드래프트 지명권이 박탈되거나 더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연봉 삭감은 템퍼링과 관계가 있을까? 제임스 하든 

지난 시즌 끝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임스 하든은 비시즌 옵트아웃을 결정한 뒤 필라델피아와 2년 재계약을 맺었다. 하든의 계약 규모는 2년 6,800만 달러 수준이었다.

우승을 향한 의지가 컸던 하든은 연봉을 깎으면서 팀이 더 좋은 전력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그가 옵트인을 선택했다면 다음 시즌 4,7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을 수도 있었다. 

탄력을 받은 필라델피아는 이적 시장에서 P.J. 터커와 대뉴얼 하우스 주니어를 영입하며 로스터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하든의 희생이 팀에 꼭 필요했던 조각들의 영입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러자 하든이 이적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구단과 계약에 대해 합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왔다. 의혹이 쏟아지면서 현재는 사무국이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선 상태다. 

하든의 계약에 대해서는 다양한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하든이 당장 연봉을 깎는 대신 추후 계약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팀에 남았다는 주장도 있고, 필라델피아가 하든과 계약에 대해 이야기를 마친 뒤 터커, 하우스 주니어와 미리 접촉했다는 이야기도 등장했다. 

공교롭게도 터커와 하우스 주니어는 휴스턴 시절 하든, 대릴 모리 사장과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이미 모리 사장은 하든 계약과 관련해 사무국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필라델피아의 사령탑인 닥 리버스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리버스는 “대릴 모리 사장은 하든이 어떤 선택을 할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우리는 하든이 옵트아웃을 선택해 생긴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템퍼링 의혹을 부정했다.

지난 시즌 실패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하든은 비시즌 의욕적으로 몸을 만들고 있는 상태다. 그와 관련된 템퍼링 이슈에 대해 사무국의 조사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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