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AA 데이비슨 대학의 핵심 선수로 활약한 이현중이 지난 6월 24일 열린 2022 NBA 드래프트에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이현중은 한국인 역대 두 번째 NBA 드래프트 지명을 희망했지만, 아쉽게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포기는 없다. 드래프트 준비 과정에서 당한 발 부상으로 인해 회복에 매진하고 있는 이현중은 NBA 도전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을 예정이다. 계속해서 NBA의 문을 두들길 이현중이 어떤 여정을 걸어왔는지에 대해 조명해보자.

흔치 않은 재능이 선택한 흔치 않은 길

이윤환 삼일상고 농구부장과 1984 LA 올림픽 은메달 멤버 성정아 전 선수의 아들인 이현중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 시절 신장이 192cm까지 컸던 이현중은 빅맨 포지션을 맡게 될 수도 있었지만, 당시 삼일중 코치였던 김도완 감독(現 하나원큐)은 그를 계속해서 가드를 기용했다. 이때 쌓아둔 가드로서의 기본기가 현재 이현중의 밑바탕이 됐다.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기량을 끌어올린 이현중은 연령별 대표팀에도 뽑히며 입지를 다져갔다. U-17 대표팀 시절에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8강에 오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8강 진출만큼 의미있었던 점은 미국과의 8강 경기에서 이현중이 세계의 벽을 제대로 실감했다는 것이었다. 자렌 잭슨 주니어, 콜린 섹스턴 등이 뛴 미국 대표팀은 한국을 시종일관 압도했고, 52점 차 대패를 당한 이현중은 배움을 넓혀가기 위해 해외로 가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

세계선수권 이후 이현중은 NBA 아시아 퍼시픽 캠프에 초청돼 자신의 잠재력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관계자들은 특별한 재능의 이현중에게 관심을 드러냈고, 이현중은 호주에 있는 NBA 글로벌 아카데미로 농구 유학을 떠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영어로 생활하며 농구와 공부를 병행하는 삶이 시작된 것이다.

글로벌 아카데미에서 1년을 보내며 힘든 타지 생활을 견뎌낸 이현중은 국내 대학 진학과 NCAA 진출 중 NCAA 진출을 선택했다. 농구 실력을 갈고닦음과 동시에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한 이현중은 NCAA 디비전 1의 다수 대학교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그중에서 이현중의 최종 선택은 데이비슨 대학이었다. 스테픈 커리의 모교인 데이비슨 대학은 NCAA 전체에서 손꼽히는 강호는 아니지만, A10 컨퍼런스에서 나름의 입지를 구축한 팀이었다. 이에는 1989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밥 맥킬롭 감독의 영향이 컸다.

데이비슨 대학에 입학한 이현중은 1학년 시즌부터 적지 않은 기회를 받으며 많은 기대를 받았다. 식스맨으로 주로 코트를 밟은 그는 데뷔 초에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활약을 펼치며 데이비슨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2020년 2월 9일 VCU와의 경기에서는 NCAA 입성 후 처음으로 20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데뷔 시즌 28경기를 모두 벤치에서 출발한 이현중은 평균 20.9분을 뛰며 8.4점 3.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경기별로 격차가 컸던 점은 다소 아쉽지만, 37.7%의 3점슛 성공률을 올리는 등 희망도 많이 발견했던 시즌이었다. 

데이비슨 에이스 이현중, 그리고 국가대표

2년 차 시즌은 이현중이 데이비슨의 주축 선수로 확실히 올라서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주전 자리를 꿰찬 이현중은 개막전부터 선발로 출격했고, 하이 포인트 대학을 상대로 23점 9어시스트를 몰아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팀 공격에서 첫 시즌보다 훨씬 많은 롤이 주어졌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이어진 텍사스와의 경기에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이현중은 멈추지 않았다. 자연스레 상대 팀의 견제 강도도 높아졌으나 이현중의 성장세를 막기에는 부족했다. 2학년 시즌 22경기를 뛴 이현중은 평균 13.5점 4.0리바운드 2.5어시스트를 올리며 발전한 모습을 입증했다.

놀라운 점은 이현중이 야투율 50.8%, 3점 성공률 44.2% 자유투 성공률 90.0%로 데이비슨 대학 최초의 180클럽 가입자가 됐다는 것이다. 이는 이현중의 정확한 슈팅 능력을 대변하는 기록. 데이비슨 대학 출신 최고의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마저도 대학 시절에 해내지 못했던 업적이다.

내친김에 이현중과 데이비슨 대학은 3월의 광란 무대까지 꿈꿨지만, A10 컨퍼런스 4강에서 VCU에 분패를 당하며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래도 코로나19 여파 속에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졌음에도 시즌을 잘 치러낸 이현중이다. 

이현중의 활약상은 NCAA 무대로 한정되지 않았다. 2학년 시즌을 마친 이현중은 한국에서 휴식을 취하며 개인 훈련을 가진 뒤, 성인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것에 관심이 컸던 이현중은 학교 합류를 미루고 대표팀 일정을 소화할 정도였다.

국가대표팀에 입성한 이현중은 캐치 앤 슛은 물론, 직접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량과 수비력, 볼 핸들링까지 입증하며 자신의 성장세를 국내 팬들에게 제대로 어필했다. 성인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선 무대였음에도 크게 긴장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시아컵 예선을 치른 뒤 유럽으로 건너가 맞이한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는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팀 내 최다인 18점을 기록, 팬들에게 대표팀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비록 올림픽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이현중과 여준석, 하윤기 등 새로운 얼굴들의 가능성을 확인한 대표팀이었다. 

자신감을 얻고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이현중은 운명이 걸린 3학년 시즌을 맞이했다. 지난 2021-2022시즌은 데이비슨 대학이 이현중 입학 이후 가장 좋은 전력을 과시하던 시즌이다. 이현중 뿐만 아니라 가드 포스터 로이어, 빅맨 루카 브라코비치 등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많았다. 충분히 꿈의 무대인 3월의 광란을 노려볼 수 있는 전력이었다.

이제는 팀의 에이스가 된 이현중은 데이비슨의 승승장구를 이끌며 점점 주가를 높였다. 2021년 12월 1일 샬럿전에서 32점을 몰아치며 커리어-하이 기록을 세운 이현중은 12월 22일에는 랭킹 10위의 강호 앨라배마 대학을 꺾는 이변을 주도했다. 데이비슨 대학이 랭킹 10위 안쪽의 상대를 누른 것은 스테픈 커리가 뛰던 시절 이후 처음이었다.

시즌 도중 잠시 슬럼프가 오긴 했지만, 이현중은 쉽게 무너질 선수가 아니었다. 야투 난조에서 벗어난 이현중은 3경기 연속 20점 이상을 기록하며 기세를 가져왔다. 데이비슨 또한 선두를 고수하며 위세를 떨쳤고, 결국 25승 5패라는 우수한 성적을 올린 끝에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맹활약을 펼치면서 드래프트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현중의 이름도 점점 알려지기 시작했다. 시즌 전부터 미디어의 드래프트 예상 지명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이현중은 큰 신장에 뛰어난 슈팅력을 가졌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로 꼽혔다. 더 관심이 쏠릴 빅매치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충분히 NBA 지명 가능성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아쉬움과 시련,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다

데이비슨 대학은 A10 컨퍼런스 결승에 진출한 뒤 이현중의 부진 속에 리치몬드 대학에 패하며 준우승을 기록했지만, NCAA 위원회로부터 3월의 광란 진출권을 부여받으며 극적으로 웃었다. 데이비슨과 마주한 3월의 광란 첫 상대는 드레이먼드 그린의 모교인 미시간 주립대.

NBA 구단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 이현중은 아쉽게 평소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타이트한 상대 수비와 맞선 이현중은 좀처럼 슈팅 찬스를 잡지 못했고, 11점을 올린 끝에 팀의 패배를 막지 못하며 3월의 광란을 마무리했다. NBA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쇼케이스 무대에서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것이다.

시즌 농사를 잘 지었던 이현중으로선 A10 컨퍼런스 결승과 더불어 3월의 광란 경기까지 가장 중요했던 무대에서 침묵한 것이 뼈아팠다. 드래프트 지명 예상에 자주 거론됐던 이현중에 대한 평가는 아쉽게도 3월의 광란 이후 내려가고 말았다.

그럼에도 이현중은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중요한 경기에서 부진했던 것은 아쉽지만, 팀과의 워크아웃 등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충분히 드래프트 지명 가능성은 열려 있었다. 이현중은 NCAA 토너먼트 경기에서 공격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으나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에서는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현중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분명히 있었다.

4월 말 드래프트 참가를 공식 발표한 이현중은 NBA 구단에게 자신의 매력을 각인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골든스테이트, 새크라멘토를 시작으로 다수의 팀과 워크아웃을 진행했고, G리그 엘리트 캠프에도 참가했다. 물론 아쉽게 드래프트 컴바인에 초청받지 못했지만, NBA를 향한 이현중의 도전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하지만 워크아웃 도중 발 부상이 찾아오며 이현중은 적지 않은 시간을 쉬어가게 됐다. 복귀까지 긴 시간을 재활에 매진해야 하기에, 드래프트 지명은 사실상 물 건너가고 말았다. 결국 6월 24일 열린 드래프트에서 이현중은 NBA 구단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드래프트에 지명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현중의 NBA 도전이 완벽하게 막힌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언드래프티 출신 선수들이 G리그 등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린 뒤 NBA 진출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현중 또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시나리오다. 

이현중은 4월 드래프트 참가를 발표하면서 내비친 출사표에서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부상으로 인해 잠시 쉬어가게 된 이현중이 NBA 진출 꿈을 이뤄낼 수 있을까?

사진 = 루키 DB,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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