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그거밖에 안 줘요?

어떤 행사든 완벽할 수는 없다. 주최 측이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허점이 존재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마음 상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지난 13일. 전주 KCC 이지스는 연고지인 전주에서 ‘팬즈데이’를 진행하며, 3년 만에 비시즌 팬 미팅 행사를 열었다. 참가한 선수들은 물론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행사에 참가한 팬들도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그런데 주최 측인 구단 관계자들에게 진땀을 빼게 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KCC의 전창진 감독이었다. 대본에 없는 애드리브처럼 행사 중간중간, 기습적으로 마이크를 들어 올린 전 감독의 개입(?)으로 구단 관계자들의 당황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행사 초반, 한 팬이 이진욱의 사진을 가까이에서 찍을 기회를 얻자, 전장친 감독은 이진욱에게 “앞으로 나가서 팬 가까이에 서라”고 말했다. 더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전 감독은 즉석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 박경상, 그리고 춤을 추게 된 선수들에게도 단상 앞으로 나가, 팬들과 더 가까이에서 이벤트에 참여하라고 말했다.

이후,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행사를 진행했다. 선수들이 앉아있던 자리와 단상과의 차이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팬들과 선수들 사이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좁히고자 한 전 감독의 의도에 선수들은 지체 없이 화답했고, 자리를 찾은 팬들도 기뻐했다.

행사 말미에는 추첨을 통한 선물 증정이 있었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것은 KCC의 비시즌 연습경기를 직접 관전하고, 구단 식당에서 선수들과 함께 식사할 기회를 제공한 마지막 추첨이었다.

그런데 사회자가 “2명을 뽑겠다”고 하자, 전창진 감독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고는 “왜 두 명만 뽑냐”고 반문했다.

전 감독은 더 많은 팬에게 기회를 주자며, 구단 관계자들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팬들은 환호와 박수로 전 감독을 지지했다.

결과적으로 인원이 더 늘지는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경계 상태 문제를 비롯해, 조율해야 할 사항이 있었기에 즉석에서 인원을 늘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전창진 감독과 구단 모두, 다음번에는 더 많은 팬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신경 쓰겠다고 약속했다.

전 감독의 돌발(?) 요청에 대해 구단 관계자는 “살짝 당황했지만, 종종 그러시기 때문에 익숙하다. 결국 팬들에게 뭐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서 그러시는 것”이라며 웃었다. 전 감독은 행사를 모두 마친 후, 관계자에게 ‘추첨해서 주는 선물인데 더 좋은 걸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선물이 약하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날 진행된 행사에는 KBL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허웅, ‘두목 호랑이’ 이승현 등 이번 FA 시장에서 KCC가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들은 물론, 팬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아온 기존 선수들이 모두 참여했다. 하지만 가장 많은 환호와 박수를 받은 이는 어쩌면 전창진 감독이었다.

전창진 감독은 “팬들과 오랜만에 함께한 자리였다. 코로나 때문에 몇 년간 이런 행사를 못 했는데, 정말 즐겁고 뜻깊은 자리였다”면서도, “다음에는 더 많은 팬이 참여해서 더 긴 시간 동안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행사도 조금 더 팬과 선수가 스킨십할 수 있는 부분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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