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는 드와이트 하워드와 라샤드 루이스, 자미어 넬슨 등이 팀의 주축이었던 2009년 이후 현재 12년 동안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통과한 적이 없다. 2010년대 후반 새로운 코어들의 성장이 두드러졌지만 확신이 들지 않아 다시 한번 리빌딩 버튼을 누르는 결단을 내렸고, 그 과정의 일환으로 지난 시즌 올랜도는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어린 선수들에게 아낌없이 출전 시간을 제공했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으로 파올로 반케로라는 S급 유망주를 손에 넣으며 터닝 포인트를 마주한 마법사 군단의 리빌딩은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밑그림부터 다시

올랜도는 2011-2012시즌 이후 팀의 중심이었던 하워드가 이적하면서 순식간에 하위권 팀으로 전락했다. 이후 몇 년간 시즌 흐름은 비슷했다. 개막 전에는 유망주들의 성장을 기대하며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종종 받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플레이오프 진출과는 거리가 멀었다. 팀 자체가 미완의 대기였던 셈이다. 올랜도가 기대를 걸었던 로터리픽 유망주 엘프리드 페이튼과 마리오 헤조냐는 더딘 성장세를 보이며 실망감만 안겼고, 빅터 올라디포와 토바이어스 해리스는 올랜도의 새로운 시대를 열지 못한 채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이렇게 라인업을 구성하는 선수들이 계속 변했음에도 소나무처럼 올랜도의 곁을 지킨 세 선수가 있었다. 니콜라 부세비치, 애런 고든, 에반 포니에 삼총사다. 셋 중에서 가장 빛이 났던 건 단연 부세비치였다. 3점슛을 장착하면서 매일 밤 20-10을 달성할 수 있는 위력적인 빅맨으로 거듭났는데, 2018-2019시즌에는 평균 20.8득점 12.0리바운드 3.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생애 첫 올스타전 무대도 경험했다. 하워드가 떠난 이후 올랜도가 배출한 첫 올스타였다. 여기에 2015년 슬램덩크 컨테스트에서 잭 라빈과의 쇼다운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고든이 3번과 4번을 오가며 부세비치와 함께 프런트코트를 지켰고, 프랑스에서 온 걸출한 슈터 포니에는 외곽에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 세 선수가 중심을 이룬 올랜도는 2018-2019시즌 동부 컨퍼런스 7위로 7년 만에 플레이오프 무대에 복귀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당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토론토에 1승 4패를 기록하며 무기력하게 플레이오프 일정을 마무리했다. 턱걸이로 정규 시즌을 통과했을 뿐, 강팀과의 다전제 시리즈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중위권 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2019-2020시즌에도 뚜렷한 발전은 없었다. 8번 시드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하며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고 좋아하기에는 45.2%(33승 40패)에 불과했던 승률이 너무 창피했다. 순위표에서 올랜도보다 아래에 있었던 7개 팀의 승률이 모두 35% 이하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올랜도가 잘해서라기보다는 남들이 올랜도보다 더 못해서 어부지리로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쥔 것이었다.

결국 올랜도는 2021년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다시 한번 리빌딩 버튼을 눌렀다. 그것도 아주 힘차게. 

올랜도의 계획은 지금의 그림에 어울리는 색깔을 덧칠하는 게 아니었다. 백지에 스케치를 다시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겠다는 심산이었다. 가치가 하늘을 찌르고 있던 부세비치는 물론 고든과 포니에까지 모두 트레이드 블록에 올리며 완전한 셀러의 입장으로 트레이드 시장의 문을 두드린 올랜도는 각각 부세비치는 시카고, 고든은 덴버, 포니에는 보스턴으로 보내며 잠시나마 플레이오프를 경험하게 도와준 선수들과의 이별을 알리는 마지막 종을 울렸다. 

그로부터 1년 반이 흘렀다. 과연 지금 올랜도의 로스터는 어떤 모습일까? 올랜도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어린 마법사들을 백코트와 프런트코트로 나눠 한 명씩 살펴보겠다.

 

백코트 : 익지 않은 열매들이 가득

현재 올랜도 백코트에서 차기 시즌 가장 많은 연봉을 수령할 선수는 마켈 펄츠다. 필라델피아에서 기대 이하의 퍼포먼스와 어깨 부상으로 프로 무대의 쓴맛을 제대로 봤던 펄츠는 트레이드를 통해 올랜도에 합류한 이후 조금씩 가능성을 선보이며 부활을 다짐했다. 2019-2020시즌 평균 12.1득점 3.3리바운드 5.1어시스트로 데뷔 후 세 시즌 만에 처음으로 평균 두 자릿수 득점과 5.0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한 펄츠에게 올랜도는 2020-2021시즌 개막을 앞두고 3년 5,000만 달러 규모의 연장 계약을 안기며 그를 믿어보기로 한다. 

그런데 펄츠라는 함선은 시즌 8번째 경기만에 갑자기 거대한 암초를 만나 고꾸라지고 만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이었다. 이제는 뭔가 달라진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것만 같았던 시기에 당한 치명적인 장기 부상이었다. 펄츠는 어쩔 수 없이 1년 넘게 코트에 나설 수 없게 됐고, 제이슨 테이텀과 도노반 미첼, 뱀 아데바요 등 2017년 드래프트 동기들이 리그의 새로운 얼굴로 떠오르는 걸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펄츠는 지난 3월, 14개월이라는 긴 재활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복귀전을 치렀다. 우선,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경기마다 20분 내외의 출전 시간만 소화하며 18경기 평균 10.8득점 2.7리바운드 5.5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오랜만에 나선 공식 경기였다는 걸 생각하면 경기력이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안정감과 여유가 생긴 리딩 능력에 47.4%를 기록한 야투율만큼은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23.5%에 그친 외곽슛은 개선해야 하는 그의 가장 큰 약점. 앞으로 2년 3,350만 달러의 계약이 남아 있는 펄츠에게 이제 내일은 없다. 지금 당장 달라진 경기력으로 코트 위에서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야 할 때다. 

지난 시즌에 발견한 원석 중 하나인 콜 앤써니도 펄츠만큼 올랜도 백코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2020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5순위로 올랜도에 입단한 앤써니는 한때 충분히 탑 10 안에 들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드래프트가 가까워지면서 평가가 내려간 케이스. 평균 12.9득점 4.7리바운드 4.1어시스트를 기록한 데뷔 시즌에도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았던 불안정한 슛 셀렉션 때문에 야투 성공률이 고작 39.7%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 시즌 앤써니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펄츠의 부상으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즌 초반 주전 자리를 꿰찼고, 메인 볼 핸들러 역할에 금방 적응하며 첫 20경기 평균 20.3득점 6.2리바운드 5.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한 번 터지면 멈출 줄 모르는 폭발력은 암웨이 센터를 들끓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인터뷰에서 다소 건방져 보일 수도 있는 표정을 지으며 마치 자기가 최고라는 뉘앙스의 말을 뱉어내는 모습을 보면, 갱스터 힙합 비트가 사람으로 태어나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감이 뚝뚝 흘렀다. 

물론 좋은 활약이 시즌 내내 이어진 건 아니었다. 좋았던 페이스가 발목 부상으로 잠시 끊겼고, 이후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안 좋았을 때의 모습이 다시 나오는 등 후반기에는 활약이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시즌 야투 성공률(39.1%)이 지난 시즌보다 오히려 나빠진 것도 시즌 초반의 임팩트를 모두 지워버렸다. 결국 조금 더 안정적으로 경기를 치르며 얼마나 꾸준하게 폼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쳤던 제일런 석스도 다음 시즌 반등이 꼭 필요한 선수다. 대학 시절 곤자가 대학을 NCAA 준우승으로 이끈 석스는 2021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올랜도에 지명되며 화려하게 NBA 무대에 입성했다. 공격을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 평균 이상의 수비력도 갖추고 있어 단숨에 팀의 핵심 멤버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석스는 데뷔 시즌에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시즌 초반에는 프로 무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더니 이후에는 메인 핸드인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골절되는 바람에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시즌 막판까지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야투 성공률(36.1%)과 3점슛 성공률(21.4%)도 시즌 내내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2021 드래프트 TOP 5에서는 유일하게 NBA-올 루키 퍼스트 팀에 뽑히지 못했다. 그 자리는 8순위로 NBA 무대를 밟은 석스의 팀 동료 프란츠 바그너에게 돌아갔다. 

석스는 시즌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심심치 않게 통증을 호소했던 오른쪽 발목에 피로 골절 수술을 받으면서 다시 차분하게 몸을 만들고 있다. 돌아오는 2022-2023시즌은 그의 성장 폭을 좌우할 수 있는 갈림길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아직 2001년생으로 시간은 많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잠재력을 터뜨린다면 올랜도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충분히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된 세 선수보다는 훨씬 경험이 많은 개리 해리스도 올랜도 백코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원이다. 해리스는 2020-2021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애런 고든의 반대급부로 덴버에서 넘어왔는데, 냉정히 놓고 봤을 때 올랜도에 새로운 둥지를 튼 이후 한 시즌 반 동안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7-2018시즌 평균 17.5득점을 올리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이후 점점 내리막을 걷기 시작해 여전히 슬럼프에 빠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도 올랜도는 지난달 해리스와 2년 계약을 맺으며 그를 스쿼드에 남겼다. 덴버 시절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수비력 하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게 올랜도가 재계약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어차피 당장 볼 핸들러의 수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부상으로 떨어진 운동능력과 경기 감각을 잘 끌어올린다면 오픈 코트에서의 피니셔 또는 스팟업 슈터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벤치에서는 해리스와 함께 덴버에서 넘어온 R.J. 햄튼이 꿈틀대고 있다. 2020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24순위인 햄튼은 드래프트 동기인 앤써니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데 강점이 있는 스코어러 유형의 가드. 하지만 현재는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한 앤써니보다 나은 점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슛 셀렉션도 엉망이고, 그렇다고 팀 공격에 녹아드는 느낌을 주는 것도 아니다. 이대로라면 전력 외 자원으로 밀릴 위기다. 

테렌스 로스를 처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토론토 시절에는 화려한 인게임 덩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올랜도로 이적한 이후 벤치 에이스로 거듭난 로스는 지난 2020-2021시즌 평균 15.6득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부세비치와 고든, 포니에를 모두 트레이드할 때 로스까지 팀을 떠난다는 이야기가 계속 돌았지만, 그의 반대급부로 1라운드 지명권을 원했던 올랜도와 2라운드 지명권 이상을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여긴 다른 팀들 사이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여전히 올랜도에 남아 있는 상태다.

사실 지난 시즌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로스의 가치는 이제 2라운드 지명권조차 받기 힘들어 보일 정도로 뚝 떨어졌다. 39.7%의 야투 성공률과 29.2%의 3점슛 성공률은 모두 커리어 로우에 해당하는 수치. 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만큼 시즌 개막 후 조금이라도 싹이 보인다면 최대한 빨리 트레이드를 진행해 한 장의 드래프트 지명권이라도 받아 오는 게 좋아 보인다.

 

프런트코트 : 물음표보다는 느낌표가 많다

백코트 자원들에게는 단점이 많이 보여 대체로 물음표가 떠오르지만, 이에 비해 프런트코트를 구축하고 있는 선수들은 당장 지난 시즌에 보여준 퍼포먼스가 훨씬 만족스러워서 느낌표가 더 어울린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이번 시즌 올랜도 로스터에서 가장 빛을 발했던 루키 프란츠 바그너다. 

부세비치 트레이드 때 시카고에서 받아온 2021 신인 드래프트 전체 8순위 지명권으로 올랜도의 선택을 받은 바그너는 장신 포워드로 다재다능하다는 장점은 있었으나 개막 전까지만 해도 석스에 비해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런데 시즌에 돌입하니 석스보다 훨씬 빠르게 리그에 적응한 것은 물론 갈수록 인상적인 포인트를 남기며 눈도장을 찍었다.

12월 평균 19.5득점 5.1리바운드 3.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12월 이달의 루키로 선정되는 등 비교적 기복 없이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친 바그너는 평균 15.2득점 4.5리바운드 2.9어시스트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46.8%의 야투 성공률과 35.4%의 3점슛 성공률도 꽤나 준수해 지난 시즌 올랜도에서 제일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였다고 보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큰 부상 없이 79경기를 뛴 것도 플러스 요소였다.

바그너의 존재는 자말 모슬리 감독이 상황에 맞춰 다양한 라인업을 시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줬다. 평소에도 208cm의 장신인 바그너를 3번에 기용했지만, 시즌 중반 어느 정도 볼 핸들링이 가능했던 바그너를 아예 포인트가드처럼 활용하면서 웬델 카터 주니어, 모 밤바, 츄마 오키키 등 키가 큰 자원들을 동시에 기용하는 빅 라인업으로 신장의 우위를 점하는 전략도 가능했다. 물론 이제는 펄츠나 석스, 앤써니까지 공격 전개가 가능한 가드와 언제나 함께 뛸 가능성이 크지만 바그너가 순조롭게 경험치를 먹는다면 올랜도의 공격 전술은 지금보다 더 다양해질 것이다.

시카고에서 넘어온 웬델 카터 주니어 역시 바그너와 마찬가지로 올랜도가 지난 시즌에 건진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다. 부세비치가 남긴 유산이라는 점에서 바그너와 그 궤를 같이한다는 공통점도 있는 카터는 2018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7순위로 시카고에 입단해 데뷔 시즌부터 꾸준히 두 자릿수 평균 득점을 유지했다. 하지만 득점 루트가 다양하지 않아 투박하다는 느낌이 강했던 게 단점으로 작용했다. 특히 3점 라인 밖에서는 거의 야투를 시도하지 않는 편이고 미드-레인지 점퍼 역시 자주 시도하지 않는 편인데도 골밑에 주로 머무는 빅맨의 야투 성공률이 50% 내외에 불과했던 건 카터의 인사이드 마무리 능력이 평균을 밑돌았다는 걸 입증하는 수치.

그러나 지난 2021-2022시즌을 앞두고 3점슛을 장착한 이후 카터가 조금씩 시카고 시절의 한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데뷔 후 앞선 세 시즌 동안은 경기당 평균 3점슛 시도가 1.0개에도 미치지 못했던 카터는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3.5개의 3점슛을 시도해 외곽에서도 슛을 던질 줄 아는 빅맨으로 진화했다. 여기에 팀 공격에서 전보다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는 책임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카터는 지난 시즌 평균 15.0득점 10.5리바운드 2.8어시스트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건 카터의 계약 구조다. 카터는 2025-2026시즌까지 4년 5,6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이 보장되어있는데, 오는 2022-2023시즌 1,415만 달러를 받는 카터의 연봉은 각각 1,305만 달러, 1,195만 달러, 1,085만 달러로 점점 줄어든다. 만약 올랜도가 빠르게 컨텐더 팀으로 성장해 다른 포지션에 보강이 필요할 경우 FA로 팀에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팀 친화적인 형태다. 

여기에 기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는 있지만, 프런트코트 전방위에 걸쳐 엄청난 영향력을 뿜어낼 수 있는 잊혀진 유망주가 호시탐탐 재기를 노리고 있다. 바로 차세대 공수겸장 포워드로 많은 기대를 받았던 포워드 조나단 아이작이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6순위로 올랜도 유니폼을 입게 된 아이작은 2018-2019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로테이션에 합류해 수비 코트에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올랜도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특히 2019-2020시즌에는 첫 32경기에서 평균 12.0득점 6.9리바운드에 1.6스틸과 2.4블록슛을 기록하며 단순한 3&D 자원을 넘어 팀 수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한때 올해의 수비수 후보로도 거론됐을 만큼 아이작을 향한 리그의 관심도는 상당히 높았다. 

그런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상 때문에 희망찬 미래가 모두 일그러지고 말았다. 2020년 1월 왼쪽 무릎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한 아이작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다가 7월에야 버블에서 재개된 시즌에서 복귀한 지 고작 두 경기만에 다쳤던 무릎에 다시 부상을 입어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심지어 이번에는 전방십자인대 파열과 반월판 손상이 동시에 발견되면서 건강하게 코트로 돌아오기까지 1년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측 가능한 범주를 넘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큰 악몽이 됐다. 2020-2021시즌을 통째로 결장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2021-2022시즌까지 통째로 날린 것은 예상 밖이었다. 꾸준히 몸 상태를 끌어올리다가 지난 3월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쳐 다시 병원 신세를 진 게 뼈아팠다. 

아이작이 가장 최근에 치른 NBA 공식 경기는 2020년 8월 3일. 다가오는 2022-2023시즌 개막전에서 복귀전을 치른다고 해도 거의 26개월 만에 코트로 돌아오는 것인데, 아무리 프리시즌에 컨디션을 많이 끌어올린다고 해도 경기 감각이 멀쩡할 리가 없다. 특히 버블에서 소화한 두 경기를 빼면 아이작이 100%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출발한 것은 2020년 1월로, 차기 시즌 개막으로부터 33개월 전이 마지막이다. 여전히 3년 5,220만 달러의 계약이 남아 있는 그가 연속된 부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기 전의 폼을 되찾아야 올랜도의 코트 밸런스가 개선될 수 있다. 

아이작의 활약이 미지수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모 밤바에게 2년 2,1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안기며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은 비교적 괜찮은 비시즌 무브였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6순위로 올랜도에 지명된 밤바는 데뷔 후 네 시즌 동안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일관했다. 지난 2021-2022시즌 평균 10.6득점 8.1리바운드 1.7블록슛을 기록하며 데뷔 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평균 득점을 기록했지만, 라인업 안에서 존재감이 컸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도 213cm의 큰 키와 무려 239cm에 달하는 길쭉한 윙스팬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피지컬이다. 지난 시즌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당 평균 3점슛 시도(4.0개)를 기록하면서도 커리어 하이인 38.1%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는 건 현대 농구가 주목하는 3&B(3점슛&블록슛) 자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는 걸 증명한다. 밤바가 만약 드래프트 동기인 멤피스의 자렌 잭슨 주니어처럼만 성장하면, 올랜도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나름 꾸준한 출전 시간을 소화하고 있는 3년 차 포워드 츄마 오키키와 긁어봄 직한 복권 볼 볼이 벤치에 대기하고, 여기에 데뷔 직후부터 안정적인 공격 옵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이번 드래프트 1순위 파올로 반케로가 가세한다. 

올랜도 2022-2023시즌 예상 라인업
선발 : 마켈 펄츠-제일런 석스-프란츠 바그너-파올로 반케로-웬델 카터 주니어
벤치 : 콜 앤써니, 개리 해리스, R.J. 햄튼, 테렌스 로스, 조나단 아이작, 츄마 오키키, 볼 볼 등

지난 시즌 올랜도의 팀 지표는 많은 항목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래도 공격과 수비 중 더 심각했던 건 공격이었다. 수비에서는 페인트존 최소 실점 6위(44.5점) 등 나름대로 내세울 만한 포인트가 있었지만, 팀 평균 득점 29위(104.2점), 팀 야투 성공률 28위(43.4%)로 대표되는 공격력 부재는 올랜도를 시즌 내내 득점 가뭄에 허덕이게 만들었다. 이번 드래프티 중 가장 안정된 공격 스킬셋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았던 반케로를 지명한 것도 부족한 공격력을 채우기 위해 내린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굵직한 FA 영입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시즌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나쁜 승률을 기록한 올랜도의 전력이 당장은 약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이 한 방에 터지면 금세 프랜차이즈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 모슬리 감독의 지휘 아래 지난 시즌보다 더 나아진 공수 밸런스를 갖추고 로빈 로페즈가 클리블랜드로 떠난 자리를 다른 벤치 멤버들이 메워 반케로와 카터의 휴식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만 있다면, 올랜도의 지팡이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마법이 나올 수도 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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