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 작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한국의 작은 고추가 맵다는 걸 보여주겠다."

28일 광주 조선대학교 체육관에선 남자 3x3 대표팀(이하 대표팀)과 김민섭, 김동우, 김철, 방덕원으로 구성된 연합팀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대표팀은 연합팀에게 골밑을 공략당하며, 1승1패로 연습경기를 마쳤다. 

오는 4일, FIBA 3x3 아시아컵 2022가 열리는 싱가포르로 출국해야 하는 대표팀은 얼마 안 남은 훈련 기간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눈에 띈 연습경기였다. 

장신의 이란, 쿠웨이트를 염두에 둔 김민섭(193cm), 방덕원(207cm), 김동우(192cm), 김철(190cm)은 대표팀에게 최고의 스파링 파트너가 됐다. 

연합팀은 두 번에 걸친 연습경기에서 대표팀의 김정년을 집중 공략했다. 179cm의 가드 김정년은 장신의 연합팀에게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연합팀은 번갈아 가며 김정년과의 미스매치를 만들었고, 자신에게 김정년의 수비가 붙으면 여지없이 포스트 업을 시도했다. 

국내 대회에서도 이런 패턴에 이골이 난 김정년은 버텨보고자 했지만 상대는 국내에서도 3x3 좀 한다는 타짜들이었고, 신장 차이 역시 10cm 이상 났다. 김정년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골밑에서 버티는 힘이 떨어졌고, 김정년이 범한 파울은 팀 파울 부담으로 직결됐다. 

본인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김정년은 "오늘 경기를 통해 '내가 진짜 작구나'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첫 경기부터 파울이 많았다. 아쉽다"라고 자신의 플레이를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께서 파울이 안 나오는 선에서 최대한 버티는 수비를 하고, 실점하더라도 다음 공격을 생각하라는 주문을 하셨다. 그런데 오늘은 그게 잘 안됐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소집 초기부터 단신 가드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온 김정년은 최종 엔트리 승선 후에도 이러한 이슈에 시달려야 했다. 그에게는 대표팀 승선의 기쁨과 함께 큰 스트레스가 찾아온 셈. 

 

김정년은 "스트레스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많은 응원과 격려를 해주시고, 감독님도 해법 만들기에 여념이 없으시다. 남은 기간 내가 더 준비하고, 버텨내보겠다. 지금 당장 '단신 가드'의 스트레스를 풀 수도, 갑자기 키를 늘릴 수도 없다.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는 '승리'가 아닐까 싶다"라고 본 무대에선 승리로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을 날려버리고 싶다고 했다. 

본인의 농구인생 첫 '국가대표'라는 기쁨도 잠시, 최근에는 오로지 3x3 아시아컵 밖에 머릿속에 없다는 김정년. 

앞으로도 자신이 장신 선수들은 완벽히 막는 건 힘들겠지지만 그래도 해내 보이겠다며 의지를 불태운 김정년은 "나보다 잘 하는 선수도, 키 큰 선수도 많은데 내가 국가대표가 됐다. 처음에는 그 부분이 부담도 됐다. 하지만 그런 부담을 이겨내려고 노력 중이다. 감독님과 동료들이 큰 힘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끝난 3x3 월드컵을 봐도 신장이 작은 팀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3x3 아시아컵을 통해 한국은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선입견과도 싸워야겠지만 이번 3x3 아시아컵을 통해 기존 3x3 판도를 바꿔 보고 싶다"며 이번 3x3 아시아컵을 통해 단신 가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고 했다. 

사진 = 김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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