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래시 브라더스’ 스테픈 커리와 클레이 탐슨의 시너지가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8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경기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가 하나 있었다.

클레이 탐슨의 출전시간 제한이 완화된 것이다.

경기 전 골든스테이트의 스티브 커 감독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탐슨의 출전시간을 최대 30분까지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로 이날 탐슨은 올 시즌 들어 가장 많은 28분 58초 동안 코트를 누볐고, 이 시간 동안 단 한 개의 턴오버도 기록하지 않고 21점을 기록했다.

4일 새크라멘토전에서도 23점을 기록한 탐슨은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2경기 연속 20득점 이상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새크라멘토전과 오클라호마시티전에서 탐슨은 도합 10개의 3점을 꽂아 넣었다. 우리가 알던 탐슨이 돌아온 것이다.

실제로 복귀 직후 치른 6경기와 이후 치른 최근 6경기에서 탐슨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복귀 후 첫 6경기에서 야투율과 3점슛 성공률이 모두 기대 이하였던 탐슨은 최근 6경기에서는 40% 후반대의 야투율과 40% 중반대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탐태식이 돌아왔구나!(클레이 탐슨의 기록 변화)
복귀 첫 6경기: 14.7점, 3점 성공 2.2개, 야투율 37.2%, 3점 성공률 30.2%
이후 6경기: 18.7점, 3점 성공 3.5개, 야투율 48.2%, 3점 성공률 44.7%

 

클레이 탐슨의 경기력이 살아나고 있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무난한 설명은 경기를 거듭하면서 체력, 컨디션, 실전 감각이 올라오고 있다는 해석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당연히 주목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스테픈 커리와의 시너지 효과다.

복귀 초반 커리와 함께 코트를 누비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던 탐슨. 하지만 이후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커리와 호흡을 맞추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탐슨의 출전시간 대부분이 커리와 함께 뛰는 시간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커리와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장면도 많아지고 있는데, 오늘은 그 중 하나만 짚어보려고 한다.

 

장면1. 볼 핸들러 스테픈 커리를 활용한 3대3 게임
패턴 설명: 스태거 픽앤롤과 다운 스크린의 연쇄적 활용을 통한 오픈 기회 파생

스테픈 커리-클레이 탐슨 듀오가 무서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수비수를 끌어당기는 미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테픈 커리는 이 부분에서 NBA 역사상 어떤 선수보다도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코트 어디서든 슛을 터트릴 수 있는 역사상 최강의 슈팅 거리, 잠깐만 수비수가 자신을 놓쳐도 어느새 공을 공중으로 던져버릴 수 있는 비현실적인 슈팅 속도는 농구선수 커리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때문에 커리를 막는 팀들은 그를 잠시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애를 쓴다. 그리고 이로 인해 3점 라인 앞에서 움직이고 있는 커리에게는 최소 1.5명의 수비수가 달라붙는 상황이 수없이 벌어지며, 이는 곧 골든스테이트 팀 공격 전체에 엄청난 파생 효과를 가져다준다.

클레이 탐슨 역시 수비수를 끌어당기는 커리의 중력, ‘커리 그래비티’를 활용해 손쉬운 오픈 3점을 얻을 때가 많다.

 

위 장면은 8일 있었던 골든스테이트와 오클라호마시티의 경기의 4쿼터 막판 상황이다.

이날 3쿼터 중반 16점 차의 리드를 잡았던 골든스테이트는 4쿼터 중반 들어 오클라호마시티의 뒷심에 밀려 갑자기 추격을 허용했고, 위 장면에서 종료 2분 30여초를 남기고 5점 차까지 추격당한 것이 보인다.

 

위기의 순간 골든스테이트는 커리와 탐슨의 위력을 극대화하는 공격을 시도한다.

커리가 볼을 몰고 오른쪽 사이드에서 공격을 준비하는 가운데, 클레이 탐슨과 케본 루니가 3점슛 라인을 따라 나란히 서서 커리를 위한 볼 스크린을 준비한다. 스태거 픽앤롤(stagger pick and roll)이다.

 

 

이제부터는 스크린 하나당 달라지는 오클라호마시티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설명해보겠다.

탐슨이 첫 번째 스크린을 걸자 오클라호마시티 수비수들은 그 대응으로 먼저 스위치를 택한다. 커리와 탐슨 모두 가드이고, 둘을 막는 수비수들(5번 루 도트, 7번 켄리치 윌리엄스)의 사이즈와 스피드에 큰 차이가 없기에 가능한 대응이다.

바로 다음 장면을 보면 스위치를 마친 오클라호마시티의 켄리치 윌리엄스(7번)가 순간적으로 3점 라인보다 훨씬 앞으로 튀어나오며 커리에게 바짝 붙어 스위치 수비를 하는 것이 보인다.

이처럼 수비수가 마치 튀어나오듯 스위치하는 동작을 ‘점프 아웃 스위치’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드리블하고 있는 선수를 강하게 압박하며 스위치하길 원할 때 이런 동작이 나온다.

 

눈여겨볼 것은 두 번째 스크린에 대한 오클라호마시티의 대처다.

케본 루니가 보폭을 순간적으로 크게 올려 스크린 위치를 처음보다 3점슛 라인 바깥으로 끌어올리며 두 번째 스크린을 건다. 오클라호마시티의 7번(켄리치 윌리엄스)이 밖으로 뛰쳐나간 만큼 스크린 위치도 순간적으로 조정을 가한 것이다.

*여기서 루니는 스크린 타이밍이나 동작이 조금만 어긋나면 오펜스 파울을 지적받을 수 있다. 실제 경기에서도 이 장면의 루니처럼 스크린 위치를 바꾸다가 일리걸 스크린이 지적돼 오펜스 파울이 불리는 상황이 정말 자주 나온다. 노련한 베테랑이 아니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스크린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장면처럼 4쿼터 막판의 중요한 공격 포제션에서는 더더욱 조심해야 하는 동작이다.

 

 

이때 오클라호마시티의 대처는 스위치가 아닌 순간적인 트랩이다.

켄리치 윌리엄스(34번)는 루니의 스크린 위로 빠져나가 커리를 뒤에서 계속 따라가고, 케본 루니의 마크맨이었던 다리우스 베이즐리(7번)는 루니를 버리고 45도 3점 라인 앞으로 뛰어나온다.

이 모든 것은 스테픈 커리의 3점을 막기 위해서다.

만약 여기서 커리가 3점슛이 무서운 선수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일단 켄리치 윌리엄스(34번)는 루니의 스크린에 대해서 스크린 위가 아닌 아래로 빠져나가는 선택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막아야 할 공격수가 3점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면 굳이 3점 라인 한참 위쪽까지 돌아가서 그 선수를 따라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7번(다리우스 베이즐리)도 3점슛 라인 앞까지 뛰어나와서 커리가 3점슛을 던질 수 있는 위치를 미리 선점할 이유가 없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3점 라인 아래 쪽에 처져서 혹시 모를 돌파에 대비하거나, 자신의 본래 마크맨이었던 케본 루니를 따라가는 게 맞다.

결국 이 장면에서 오클라호마시티 켄리치 윌리엄스(34번)와 다리우스 베이즐리(7번)의 움직임과 위치 선정은 오직 커리의 3점이 무서워서 나온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것이 바로 ‘커리 그래비티’의 힘이다.

 

자, 그런데 여기서 두 번째 스크리너였던 루니를 다시 주목하자.

루니는 마치 커리를 향한 상대 수비의 트랩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커리에게 스크린을 건 후 지체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달려간다.

루니의 두 번째 종착역은 클레이 탐슨을 스위치 수비로 막고 있는 루 도트(5번)다.

 

여기서 또 하나. 이 공격에서 커리를 막고 있는 오클라호마시티 켄리치 윌리엄스(34번)와 다리우스 베이즐리(7번), 그리고 루 도트(5번)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확인하자.

커리 앞에 있는 켄리치 윌리엄스(34번)와 다리우스 베이즐리(7번)는 당연히 기습 3점을 던질 수 있는 커리를 쳐다보느라 여념이 없다.

심지어 루 도트(5번)조차도 탐슨이 아닌 커리를 주시하고 있다. 어쨌든 지금  볼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커리이고, 커리 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루 도트의 시선이 커리에게, 발이 자유투 라인 앞쪽에 머무는 사이, 루니와 탐슨은 작당모의(?)를 한다. 탐슨이 미드레인지에서 3점 라인 바깥으로 빠져나가고, 루니는 탐슨을 위해 오프 볼 스크린을 선다.

그런데 잠깐. 여기서 도트가 갑자기 탐슨을 내버려두고 앞선 장면보다 오히려 자유투 라인 안쪽으로 한 발 더 내려간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페인트존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커리가 트랩에 휩싸이는 순간, 앞선 스태거 스크린의 두 번째 스크린이었던 루니는 당연히 노마크 상태가 된다.

여기서 루니는 사실 클레이 탐슨에게 스크린을 걸지 않고 페인트존으로 달려가 커리의 패스를 받을 수도 있다.

즉 루 도트(5번)는 순간적으로 혼자서 케빈 루니와 클레이 탐슨 2명을 모두 막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가장 우선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루니의 페인트존 침투를 막기 위해 순간적으로 페인트존으로 한 발 더 처졌던 것이다.

*이 장면의 도트처럼 한 명의 수비수가 두 명의 수비수를 체크해야 하는 것을 ‘겟 투(get two)’라고 부른다. 순간적인 트랩과 로테이션이 빈번한 현대 농구에서 ‘겟 투’는 매 경기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뛰어난 수비수는 이런 ‘겟 투’를 매우 잘해내며, 뛰어난 수비 팀은 ‘겟 투’ 직후의 수비 로테이션에 매우 능하다. 어쩌면 현대농구의 수비는 ‘겟 투’와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루니의 선택은 페인트존 침투가 아닌 클레이 탐슨을 위한 스크린이었다. 볼을 가지고 있던 커리는 기다렸다는 듯 탐슨에게 패스를 시도한다. 완벽히 약속된 3대3패턴 플레이라고 볼 수 있다.

커리와 탐슨 그리고 빅맨 1명이 함께 합을 맞춰 스태거 볼 스크린(stagger ball screen)과 베이스라인으로 향하는 다운 스크린(down screen)을 연달아 섞는 이 3대3 패턴은 골든스테이트가 아주 오래 전부터 즐겨 사용해온 공격 방식이다.

여기서 또 다른 공격 방법으로는 루니가 트랩에 쌓인 커리에게 바로 볼을 먼저 받은 후, 자신에게 달려오는 탐슨에게 핸드오프 패스를 건네며 오픈 3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있다.(사실 이건 스크리너가 드레이먼드 그린일 때 자주 나온다.)

 

애석하게도 도트는 루니의 스크린에 너무 정확하게 걸러버렸고, 탐슨을 위한 완벽한 3점 오픈 찬스가 만들어졌다. 이 3점이 들어가면서 골든스테이트는 오클라호마시티의 맹추격에 결정적인 찬물을 뿌렸고, 결국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장면 2. 커리와 탐슨을 교차시키는 오프 볼 무브
패턴 설명: 커리의 핀다운 스크린을 통해 탐슨의 득점 기회 만들기

또 다른 장면 하나만 더 살펴보자. 지난 1월 28일 미네소타전의 4쿼터 공격 장면이다.

왼쪽 코트의 엘보우 지점에서 네만야 비엘리차가 볼을 잡았다. 그리고 반대편 사이드의 엘보우에는 스테픈 커리, 코너에는 클레이 탐슨이 위치해 있다.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비엘리차는 몸을 반대편 사이드로 돌렸고, 커리는 코너의 탐슨을 향해 달려가 오프 볼 스크린을 건다. 탐슨도 마크맨을 뿌리치고 45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커리는 스크리너로, 탐슨은 커터(cutter)로 활용하는 패턴이다.

 

클레이 탐슨을 막고 있던 미네소타 선수(말릭 비즐리)가 커리의 스크린에 걸리고 말았다. 탐슨이 순간적으로 오픈이 된 것이 보인다.

 

비엘리차가 탐슨에게 볼을 건네고 있고, 탐슨은 원투 스텝을 밟으며 볼을 받을 준비를 한다.

이때 커리의 원래 마크맨인 조쉬 오코기(미네소타 20번)을 주목하자. 동료가 스크린에 걸려 탐슨이 오픈 상태가 됐는데도 커리와의 거리를 좁히지 않고 바짝 붙어 있다.

사실 많은 팀들은 일반적으로 커리와 탐슨이 서로 교차하는 오프 볼 움직임을 가져갈 때 스위치 수비로 대응한다. 하지만 이날 미네소타는 전반에 스위치 수비가 짜임새 있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골든스테이트에 많은 점수를 줬고, 이후 스위치 수비 빈도를 줄여가던 상황이었다.

자, 스위치 수비를 하지 않기로 했다면 일반적인 경우에 조쉬 오코기(20번)는 여기서 어떤 수비를 했어야 했을까?

정답은 오픈이 된 탐슨이 달려올 수 있는 동선에 위 장면보다는 보다 가깝게 붙어 자신과 커리, 자신과 탐슨의 거리를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굳이 위치를 집어서 애기하자면 아래와 같이 자유투 라인에 미리 가깝게 붙거나, 혹은 페인트존 안에 조금 더 처져 있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오코기의 마크맨은 무려 스테픈 커리.

탐슨을 막기 위해 3점슛 라인 밖으로 나가는 커리를 그냥 내버려 두고 페인트존 안으로 한발짝 더 들어온다면, 비엘리차에게서 볼을 받은 탐슨이 이를 놓치지 않고 커리에게 바로 킥아웃 패스를 줄 것이다. 즉 커리를 막고 있는 오코기에게 선택지는 사실 그냥 커리를 따라가는 것밖에 없었다. 커리를 그냥 버려두는 게 위험 부담이 더 큰 것이다.

 

무주공산이 돼 있는 페인트존을 탐슨은 곧바로 돌파해 득점을 올렸다. 커리가 오프 볼 스크린을 걸고, 자신의 마크맨을 그대로 붙이고 다니면서 만들어낸 순간적인 페인트존 공백을 탐슨이 활용한 것이다. 이 또한 '커리 그래비티'의 힘이다.

 

이처럼 골든스테이트는 커리와 탐슨을 하프코트 패턴 오펜스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스크린을 걸거나 볼 없이 움직이게 만들면서 서로가 서로의 수비수를 유혹하고 공간을 창출하도록 유도한다.

‘커리 그래비티’와 ‘탐슨 그래비티’가 상호 작용하도록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오늘은 ‘커리 그래비티’로 탐슨이 도움을 받는 장면만 확인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탐슨이 수비수를 붙이고 다니면서 코트 공간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커리가 더 수월하게 공격을 펼치는 상황도 많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 같은 커리-탐슨 듀오의 시너지 효과는 스티브 커 감독을 비롯한 골든스테이트 코칭 스태프가 아주 정밀하고 디테일하게 만든 공격 시스템을 통해 극대화된다.

스티브 커 감독은 시카고 불스에서 선수로 뛸 당시 활용했던 트라이앵글 오펜스와 오프 볼 무브를 골든스테이트 공격 패턴에 접목, 골든스테이트만의 유니크한 오펜스 색깔을 정립한 일등 공신이다. 커 감독이 선수를 잘 만난 평범한 ‘운장’이 아닌 이유가 이런 장면을 통해서 새삼 드러난다.

2010년대 중반 이후의 골든스테이트는 위대한 슈터들과 뛰어난 감독의 지략이 시너지를 내고 있는 팀임이 틀림없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NBA 중계장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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