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를 언급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팀이다. 시즌 전 정상일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갑작스레 사퇴를 하며 어려움이 예상됐고 꼴찌후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보란 듯이 이런 편견을 깨며 초반부터 선전을 펼친 끝에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까지 당당히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에이스 김단비와 한채진, 이경은 등 베테랑들이 있지만 신한은행의 주축 선수를 논하는 데 있어 유승희를 빼놓을 수 없다. 두 차례나 되는 큰 수술과 재활을 이겨낸 유승희는 달라진 신한은행의 코어 역할을 하며 자신의 리즈 시절을 열어가고 있다.

농구선수로서 전성기를 열어젖히고 있는 유승희를 <루키 더 바스켓>이 만났다.(모든 기록은 2021년 12월 19일 기준)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2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신한은행의 새로운 코어

신한은행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까지 17경기를 치르면서 10승 7패를 기록하며 3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한때 3연패를 당하고 KB스타즈에게 유일하게 승리를 못한 것이 아쉬움이 남지만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최고의 경기력을 펼쳤다. 

박지수나 배혜윤 같은 빅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한은행은 단신선수들이 주축이 된 스몰 볼 농구를 구사하며 국내여자농구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런 신한은행에서 새롭게 중심으로 떠오른 선수가 바로 유승희다. 

1번부터 4번까지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며 여차하면 5번 역할도 할 수 있는 그가 있기에 신한은행의 상승세가 가능했다. 그가 중심선수로 떠올랐다는 것은 일단 기록에서부터 알 수 있다. 

유승희 최근 두 시즌 기록
2020-2021시즌 30경기 19:53 6.0점 2.6리바운드 1.7어시스트
2021-2022시즌 17경기 32:28 10.5점 5.8리바운드 3.5어시스트

지난 시즌과 비교해 유승희는 출전시간은 경기당 평균 12분 정도 늘었고 득점과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주요 부문에서 일취월장했다. 단순히 뛸 선수가 없어서 뛰는 게 아니라 공수에서 팀에 플러스 알파 역할을 하는 중심선수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말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다만, 시즌 전 예상을 깨고 팀이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에 기뻐했고 그 한 축에 자신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표시했다.

“아직 우리팀을 강팀이라 하기에는 그렇지만, 그래도 시즌 전에 꼴찌팀이라는 예상을 뒤집은 것에 대해서는 다행이다 싶고 뿌듯한 마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 시간이 흘렀구나. 이런 느낌이 드는 정도다.”(웃음) 

“기록이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팀 상황이 지금 (김)애나도, (한)엄지도 아프니까. 그리고 내가 1번도, 4번도 할 수 있다 보니까 그 포지션에 들어가서 그 선수들의 시간을 메워주다보니 출전시간이 늘은 것 같다. 그러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다른 포인트도 오른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선수 본인은 이렇게 극도로 겸손함을 드러내고 있지만 주머니에 넣는다고 송곳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츨전시간이 늘면서 공수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그는 이미 다른 팀들의 경계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도 2라운드 신한은행과의 경기를 앞두고 “신한은행의 코어는 김단비가 아닌 유승희 같다”라고 말하며 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승희가 우리은행과의 1라운드 경기에서 3점슛 5개 포함 23점 5리바운드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우며 신한은행의 승리를 이끌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유승희가 기록한 23점은 이날 양팀 통틀어 최다 득점이었고 3점슛 5개는 5개 시도에 5개를 넣은 성공률 100%의 순도 높은 수치였다. 당연히 위성우 감독으로서는 경계하고 견제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진짜 농구 기사를 안 읽는다. 그런데 지인이 어느날 ‘위성우 감독님이 너 코어라고 했다’면서 기사 링크를 보내줬다. 그걸 읽고 감사한 마음이 드는 한편, ‘1차전 때문에 나한테 화가 많이 나셨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은 정말 뭔가 한번밖에 없는 나에게는 그런 날이었다. 자신감이 있었고 뭐든 하면 될 것 같은. 솔직히 내가 코어가 될 그런 위치도 아닌데 뭔가 심리적인 작전을 쓰시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더라. 어쨌든 좋게 봐주시고 칭찬해주신 것은 감사하게 생각한다.”(웃음)

힘든 시기를 이겨낸 원동력, 이 코치의 프러포즈?

지금이야 건강하게 뛰고 있는 그지만 큰 부상에 따른 시련이 있었다. 그것도 두 차례나. 첫 부상은 2018년 8월 31일 박신자컵 삼성생명 전에서 당했고, 두 번째는 2019년 7월 22일 시즌을 앞두고 가진 연습경기에서 당했다. 두 번 모두 같은 부위인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부상. 

첫 번째는 그렇다치더라도 두 번째 같은 부상을 당했을 때는 모든 이들이 이렇게 생각했다. ‘유승희가 다시는 코트에 서지 못할 것이라고.’ 부상도 부상이지만 무엇보다 선수가 겪어야 하는 재활이라는 과정이 힘들었다. 재활 때문에 은퇴를 선택한 선수가 부지기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나올 법한 얘기였다. 

“첫 부상 때는 ‘그래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고 나는 아직 젊고 몸도 좋으니까 재활만 잘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넘어갔다. 실제로 수술 예후도 좋았고 재활 속도도 빨라 자신감이 있었다. 뭔가를 빨리 보여주고 싶은 조급함도 있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좋았던 게 오히려 독이 됐고 두 번째 부상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두 번째 다쳤을 때는 정말 절망적이었다. 내가 모태신앙에 개신교 신자인데 ‘농구를 그만두라는 하늘의 계시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안 되는 일을 억지로 하려고 하니까 하늘에서 그만두라는 신호를 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진짜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가 두 번째 부상을 입었을 때의 신한은행 코칭스태프는 정상일 감독과 구나단-이휘걸 코치 체제였다. 그리고 선수들의 체력 만들기 스페셜리스트인 이휘걸 코치가 유승희의 재활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였다. 삼성생명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유승희의 스타일을 잘 아는 이 코치는 뜬금없는 제안으로 유승희의 재활 의지를 활활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두 번째 부상을 입고 재활을 하는데 너무 짜증도 나고 그래서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걸 보더니 이휘걸 코치님이 ‘너 재활 안하고 은퇴해서 선수 생활 그만둘 거면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시더라. 그게 너무 싫어서 ‘이건 꼭 이겨내야 한다. 정말 싫다’라는 생각에 죽을 각오로 재활에 임했던 것 같다.”(웃음)

이런 뜻밖의 프러포즈에 대해 이휘걸 코치는 “내가 승희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건 맞다”라고 웃으며 말한 뒤, “당시 선수가 너무 절망에 빠져서 강한 동기 부여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투혼 같은 걸 얘기하는 건 아니었고. 삼성생명 시절부터 안면이 있어 장난도 치고 친한 사이기 때문에 결혼 이야기를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이 코치의 프러포즈는 유승희의 재활 의지를 불타오르게 했고 지난 시즌의 성공적인 복귀와 올 시즌 경기력 상승으로 이어지게 됐다.    

“신한은행과 3년의 FA 계약을 하고 그해 비시즌에 다쳐서 수술과 재활로 2년을 날렸다. 구단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고 그래도 재활을 마치고 코트에 나가 슛이라도 한 번 던지고 은퇴해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컸다. 1년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 하고 안 되면 그만둬야지라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다.”

“내가 재활을 무사히 마치고 복귀할 수 있었던 데는 이휘걸 코치님도 코치님이지만 트레이너 샘들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남궁설희 샘과 박수정 샘이 나 때문에 진짜 고생을 많이 하셨다.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당시의 내 투정도 다 받아주시고 시즌 중에도 나를 위해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이 자리를 빌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올 시즌부터 여자프로농구 해설을 맡게 된 김연주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신한은행에서 (유)승희와 2년 정도 같이 생활을 했다. 다른 것보다 두 차례나 큰 부상을 당했는데 수술은 물론이고 선수로서 가장 힘든 재활을 다 이겨내고 지금 뛰는 걸 보면 참 대단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천후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

유승희의 강점은 어느 포지션에 갖다놔도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전천후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라는 데 있다. 시즌 초반 김애나가 다치고 김단비가 한동안 경기를 뛰지 못했으며, 한엄지가 사실상 시즌아웃으로 나서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신한은행이 높은 순위에 있을 있던 것은 어느 포지션이건 소화할 수 있는 유승희가 적시적소에 투입돼 부상선수들의 공백을 메워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준비를 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구나단 감독대행 역시 선수에게 어려운 부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특히 선수 본인으로서는 확실한 한 포지션이 아닌 언제 어떻게 뛸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고 준비하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처음부터 제대로 비시즌을 준비했다. 나는 농구에 관한 한은 구나단 감독대행님을 믿는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될 것 같다는 강한 믿음이 있다. 감독님 역시 ‘시키는 대로 하면 결과와 상관없이 뭐라고 안할게’라는 말을 하시고 실제로 그러신다.”

“나는 선수고, 선수는 감독님이 시키는 건 다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해내고 못 해내는 것은 어디까지의 선수의 기량과 책임이다. 그런데 구 감독님이 시즌을 앞두고 ‘너, 주전 1번으로 기용할거야’라는 말을 하실 때는 충격이었다. ‘(김)애나나 (강)계리 언니가 있는데 왜 나지?’라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곧바로 ‘제가 주전 1번하면 팀이 망할 것 같은데요’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김)단비 언니가 대표팀에 가고 비시즌 때 나는 팀에서 4번을 맡아왔다. 물론 신한은행의 농구가 선수별로 포지션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훈련을 해오던 것이 있지 않나? 사실 비시즌 때 4번을 보는 것도 스트레스였는데 갑자기 시즌에는 1번을 시킨다니.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다.” 

구나단 대행의 구상은 김단비와 한엄지가 시즌 개막에 맞춰 정상적으로 복귀한다는 가정 하에 유승희를 포인트가드로 돌린다는 것이었다. 장신가드로서 볼 운반과 경기 리딩은 물론이고 앞선의 높이에서도 강점을 가져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단비와 한엄지의 복귀가 늦어지면서 이런 계획은 전면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일본여자농구 가드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가드로서의 플레이를 연구하던 유승희는 결국 다시금 4번으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은퇴한 곽주영을 복귀시키는 변화를 꾀하기도 했지만 당장 몸이 안 된 선수를 많은 시간 기용할 수 없었고 그 짐은 유승희에게 고스란히 부여됐다.

“이제야 말하지만 그때는 정말 많이 울었다. ‘내가 지금 김단비-곽주영 같은 언니들과 뒷선 경쟁을 해야해? 이거는 백업도 아니고 그냥 벤치 신세네’라는 생각에 너무 서러웠다. 비시즌 때 열심히 했는데 시즌 때 나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 애나가 다치게 되면서 다시금 1번을 보라는 감독님의 지시가 있었다. 그때도 진짜 많이 울고 약간 배신감까지 느껴졌다.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지?’라는 생각. 그러다 침착하게 마음을 고쳐먹었다. 최소한 감독님은 농구에 대해 진심이고 지금 멘붕에 빠지면 팀과 나한테 안 좋고 내가 지금까지 해온 노력들이 모두 수포가 된다. 정신차리자. 이런 생각으로 버텼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이런 힘든 시기를 겪었고 또 겪는 와중이지만 그의 노력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공수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이제 신한은행을 넘어 여자농구 팬들이라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 됐기 때문이다. 

지금의 유승희를 만든 신한은행의 구나단 감독대행은 “나는 선수라면 성취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유승희가 십자인대 부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다 봤다. 그래도 유승희는 기어이 부상을 이겨낸 선수다. 유승희는 목표 의식을 갖고 여러 부문에서 다 잘 해줄 수 있는 선수라고 예전부터 믿고 있었다”고 크게 칭찬했다.

김연주 위원도 “승희는 예전부터 신체조건이 좋았던 유망주였지만 지금은 공격력에 더해 결정력까지 좋아졌다. 여기에 수비력도 좋아 상대팀 주득점원을 막는 역할을 정말 잘해주고 있다. 구나단 감독대행의 맞춤형 지도와 기용으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늘어난 출전시간, 그리고 늘어난 역할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그래도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다. 

“힘들긴 한데 그래도 행복하다. 내가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출전시간 같은 것은 애나나 엄지가 들어오면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지만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면서 뛰자라는 생각이 크다. 내가 두 시즌 동안 거의 못 뛰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3라운드가 되면서 우리 팀 스타일이 다 파악이 돼서 경기가 힘들어졌다. 애나가 아닌 내가 가드를 맡으면서 템포가 느려졌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도 큰 스트레스로 온다. 물론 애나의 장점이 있지만 이런 말들도 내가 넘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출전시간이 줄더라도 애나가 빨리 복귀했으면 좋겠다. 시즌인데 어딜 혼자서 쉬려고.(웃음) 빨리 복귀해서 팀 전력이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즈시절요? 이제부터가 시작이죠

유승희는 2012-2013시즌부터 시작해 8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중간에 두 시즌은 십자인대 부상과 재활로 인해 날아갔고 실제로 뛰는 것은 8시즌째다. 이 시즌 가운데 올 시즌 그는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출전시간도 경기당 평균 30분을 넘기고 있고 한 자릿수에 머물던 득점도 경기당 평균 10점대에 진입했다. 리바운드와 어시스트 등 주요 공격 부문에서 높아진 수치를 기록 중이다. 기록상으로만 보면 그의 리즈시절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지금까지 치른 시즌 중에 잘하고 있는 건 맞는데 좀더 잘하고 싶다. 지금이 최고의 시즌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더 잘하고 싶고 이게 시작이고 싶다. 기록 같은 것도 득점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는 나 빼고 득점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 나는 우리팀의 (한)채진 언니가 대단한 것 같다. 경기를 이기기 위해 꼭 필요한 선수라고 보는데 나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유승희와 그의 소속팀 신한은행은 뭔가 맞닿아있다. 그가 2번의 부상과 재활이라는 고비를 넘어 올 시즌 일취월장한 기량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신한은행 역시 그간 하위권에 머물던 것을 탈피해 시즌 전 감독 사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역경을 딛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는 점에서 유승희와 신한은행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더 나아가야한다는 공통의 목표도 있다. 신한은행은 남은 정규리그 동안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과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하고, 유승희 역시 이제 막 농구선수로서의 기량을 만개하는 시점인 만큼 더욱더 발전해야한다는 명제가 있다. 

“후반기 첫 경기 상대가 KB스타즈인데 한 번은 이기고 싶다. 초반에 잡았어야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KB스타즈 선수들의 손발이 맞춰지는 게 느껴진다. 이제 3라운드인데 훨씬 더 강해진 모습이다. 그래도 한번은 이겨야하지 않겠나? 구나단 감독님과 선수들을 믿고 한번 해보려 한다.”

“부상 경력이 있으니 내가 원치 않을 때 은퇴를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항상 갖고 있다. 지금 내 나이가 28세인데 내가 부상이 없고 구단과 관계가 좋다는 가정 하에 정말 길게 잡으면 10년 정도 더 해서 38살까지 선수 생활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안에 뭔가 하고 싶은 것이나 이루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나는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실력으로 당당히 뽑히면 좋겠지만 부상선수가 나와서 대체로 들어가는 것도 좋다.(웃음) 선수촌에서 물만 나르다 와도 좋고, 잔심부름만 하다 와도 좋다. 그래도 운동하면서 태극마크 한번 정도는 달아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녀온 선수들 이야기 들어보면 힘들다고 하고, 실제로 힘들어 보이긴 하더라. 그래도 가고 싶고 가게 되면 다른 팀 언니들, 특히 (박)혜진 언니가 운동하는 걸 보고 싶다. 도쿄 올림픽 기간에 같이 있던 엄지 말이 정말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 혼자 야간에 나가서 뛰어다니면서 슛 쏜다고. 혜진 언니 정도 되는 선수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운동하는 걸 보면 대단한 것 같다.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라는 건 들었지만 직접 옆에서 본 적이 없어서 어느 정도 하는지도 보고 싶다. 그런 것들을 보고 난 뒤에 나한테 접목시키면 내가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남은 시즌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사진 : 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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