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도 바라볼 수 없는 시즌이다. 매 경기가 그렇다. 팀들 간의 전력평준화로 인해 1라운드부터 치열한 순위 싸움이 이어졌지만, 2라운드부터는 객관적인 요소와 기대를 뒤집는 승부가 더욱 많아졌다. 각 팀들의 갖고 있는 기존의 농구적인 것들보다 그날의 컨디션이 승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더욱 지켜볼 것이 많은 시즌이 되는 것 같다.

(1) 가장 인상적인 팀 - KT

가장 인상적인 팀으로 당연히 KT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강해졌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 3라운드 경기이기는 했지만 현대모비스에게 역전승을 거두는 것을 보며 팀이 상당히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경기는 15점정도 벌어지면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아졌다. 경기 내내 추격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KT는 끝내 뒤집는 힘을 보여준다.

이런 부분은 팀 자체적으로 상당한 힘을 더해준다. 경기 초반에 잠깐 흐름을 잃어 분위기를 내주더라도, 언제든지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선수들 사이에 존재하게 된다.

몸을 맞대며 경기를 펼치는 농구는 한 팀의 흐름에 상대방이 영향을 받는 경우가 크다. 점수차를 벌렸음에도 상대가 동요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를 한다는 게 느껴지면, 오히려 앞서는 팀이 조급해진다. KT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위기에서 벌어진 점수를 빠르게, 혹은 지속적으로 따라붙는 능력과 그리고 끝내 그것을 뒤집는 힘은 강팀이 가져야 할 정말 중요한 요소인데, KT가 이전과 확실히 달라진 점이 이 부분인 것 같다.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 또한 확실히 좋아졌다. 수비가 좋아진 것이 크다.

그동안 KT는 공격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매번 수비가 약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 KT의 수비는 다르다. 공격이 막히면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공격이 안되면 수비부터 풀어가는 능력이 생겼다.

높이의 우세를 구축한 것이 수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케디 라렌이 보여주는 높이의 존재감과 국내 선수들로 구축된 빅 포워드들이 높이와 활동력에서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다.

특히 앞선의 수비력이 다소 아쉬웠지만, 이제는 오히려 안쪽으로 몰아넣어도 되는 상황이 됐다. 안쪽 높이에 대한 자신감이 전체적인 수비력의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1라운드에 가장 좋았던 SK는 2라운드에 주춤했는데, 외국 선수인 자밀 워니가 조금 지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워니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리온 윌리엄스가 15분 정도는 책임질 수 있도록 역할과 시간을 늘려야 할 것 같다.

최준용은 여전히 자기 역할을 해주고 있다. 다만 안영준이 더 살아나야 한다.

SK의 국내 선수 옵션은 김선형-최준용에 집중되고 있다. 특정 선수들에게 치중되는 부분이 심화되면 상대의 대응도 쉬워진다. 제3의 옵션이 활용되는 요소가 더 추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KGC인삼공사는 오히려 기다렸던 선수들이 돌아오자 아쉬운 모습이 나왔다. 선수들의 복귀가 독이 된 모습이었다. 양희종과 박지훈이 그 동안의 공백에 비해 출전시간이 처음부터 너무 많았던 건 아닐까?

KGC는 이들이 없는 상황에서 좋은 흐름의 농구를 펼쳤다. 하지만 공백이 있었던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기존에 펼치던 플레이의 박자가 살짝 깨진 느낌이다.

많은 시간을 활약했던 선수들의 체력적 부하가 아주 심한 상황이 아니라면, 복귀한 양희종과 박지훈의 출전 시간을 서서히 늘려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오리온은 여전히 외국 선수 문제의 해결이 중요해 보인다. 국내 선수들의 과부하가 걱정된다.

이대성과 이승현의 출전시간이 많은데, 그래도 이대성은 괜찮아 보인다. 플레이도 예전보다 간결해졌고, 볼을 잡고 있는 시간이 길기는 하지만, 이전보다 효과적이고 더 늘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승현은 좋은 활약을 펼치고는 있지만 출전 시간의 안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현은 이대성과 포지션이 전혀 다르다. 같은 출전 시간이라도 이승현에게 걸리는 피로도와 위험성이 훨씬 크다. 이승현의 능력은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하지만 힘든 상황의 압박을 계속 안고 뛰면 과부하를 피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오리온은 이 모든 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로슬라브 라둘리차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빨리 판단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2라운드에서 KT와 더불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팀은 현대모비스였다.

3라운드 첫 경기에서 KT에게 당한 역전패는 뼈아팠지만, 어린 선수들의 성장은 인상적이었다. 그런 가운데 성적도 도모하고 있다. 리빌딩과 플레이오프를 동시에 노린다는 것은 상당한 부분이다. 현대모비스의 어린 선수들이 앞으로 계속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갈지 기대가 된다.

(2) 가장 인상적인 선수 - 양홍석

시즌 초반 KT는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영입한 정성우가 공격에서도 놀라운 역할을 해줬다. 베테랑 김동욱은 중요한 순간마다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줬다. 비시즌 때 KT의 FA 시장 행보를 보며 반신반의 했던 것이 사실인데, 좋은 그림을 만들어냈다는 느낌이다.

여기에 에이스 허훈이 복귀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확실한 해결사가 가세하면서 KT가 더욱 무서워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앞서 언급한 선수들보다 양홍석의 건실함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양홍석은 이번 시즌 KT에서 가장 꾸준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리바운드를 적극적으로 잡아주고, 궂은일도 한다. 팀이 힘들 때 공격에서 풀어주는 역할도 그의 몫이다. 허훈의 화려함이 KT를 빛나게 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힘을 보태다가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가 막힐 때 흐름을 바꾸는 역할은 양홍석이 해내고 있다.

신인상 레이스에서는 1라운드와 다른 흐름이 감지된다.

1라운드만 해도 안정적인 이원석(삼성)과 임펙트의 하윤기(KT)가 가장 돋보였다. 가장 먼저 선발된 선수들다웠다. 하지만 2라운드에는 이들 빅맨보다 이우석(현대보미스), 이정현(오리온), 정호영(DB) 등이 더 눈에 띄었던 것 같다.

특히 이우석이 돋보였다. 어린 선수임에도 벤치의 지시나 지적에 주저하거나 위축되지 않고, 코트에서 바로 실행하는 과감성이 인상적이었다. 공수에서 자신의 역할을 분명하게 해주는 모습이고 꾸준한 경기력을 이어가고 있다. 신인상 대상자 중에서 안정감이 가장 높은 것 같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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