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연장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짧은 타이밍이 승부를 뒤집었다. 단독 2위 수성에 도전했던 신한은행은 마지막 실책에 울었다. 

아산 우리은행 위비(5승 3패) 75-74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5승 3패)
우리은행
김소니아 - 23득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
박혜진 - 14득점 7리바운드 8어시스트
김정은 – 14득점 6리바운드
신한은행
김단비 – 24득점 5어시스트 4리바운드
이경은 – 12득점 9리바운드

1경기 차 2위와 3위의 대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평소와 다른 라인업을 꺼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김정은이 선발로 나섰다. 신한은행은 경험을 믿었다. 유승희를 제외하면 모두 프로 데뷔 10년차 이상의 선수들이 투입됐다.

초반 기세는 우리은행이 잡았다. 지난 1라운드 유승희에게 틀어막혔던 박혜진은 생각을 많이 하고 나온 모습. 한 번에 올라가지 않으면서 유승희의 파울을 유도했다. 이를 예상하지 못한 유승희는 순식간에 파울 2개를 적립했다. 이어 김정은의 득점까지 나오면서 우리은행은 9-0까지 벌렸다.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의 순간적인 스위치 디펜스를 공략하지 못했다. 밀려 나오면서 외곽슛을 고집했다. 그러나 작전 타임 후 빠르게 공략법을 찾았다. 이경은이 상대 수비 타이밍을 정확하게 찾으면서 연속 득점을 올렸다. 

 * 이번 시즌 신한은행 1쿼터 외곽 성공률 – 19%

이후 신한은행은 스몰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우리은행은 이를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1대1을 시도했지만 성공률이 떨어졌다.

그러자 김정은이 해결책을 내놨다. 포스트에서 미스매치를 활용해 득점을 성공시켰다. 신한은행은 김연희를 투입해 적극 활용했다. 김연희는 스크린과 골밑 득점 모두 준수했다. 

2쿼터 양 팀은 본인들의 강점을 활용했다. 우리은행은 포워드들의 1대1을 선택했고, 신한은행은 빠른 트랜지션을 통해 득점을 쌓았다. 

우리은행은 쿼터 중반 홍보람을 투입했다. 홍보람은 김진희와 다르게 베이스라인 컷인에 능한 선수. 신한은행이 박혜진에게 트랩을 가는 순간 정확한 타이밍에 컷인을 시도했고 득점으로 연결됐다. 여기서 신한은행은 판단 미스가 났다. 너무 박혜진쪽에 수비가 몰렸다. 1라운드 당시 순간적인 더블팀을 통해 박혜진 쪽 찬스를 저지했지만, 이번에는 박혜진이 어느 정도 대처법을 마련하고 나왔다.

신한은행은 컨셉이 확실했다. 스몰라인업을 활용할 때는 올아웃을 통해 기동력으로 승부를 봤다. 빠른 시간 팀 파울을 유도했고 강계리, 김단비가 자유투를 이끌어냈다. 이후 상대의 체력을 뺀 후에는 곽주영을 투입했다. 곽주영은 포스트에서 득점을 올렸고, 스크리너로서 활약하며 김단비의 3점을 만들어냈다.  

3쿼터 우리은행은 박지현의 돌파로 경기를 출발했다. 자유투를 얻어낸 부분이 긍정적이었다. 박지현은 상대에 비해 신장이 크고 스피드도 보유한 선수다. 때문에 미스매치를 공략해 지난 시즌 많은 자유투 득점을 올렸다. 이번 시즌은 그 부분이 부족했는데, 권장해야 할 장면이 나왔다.

 * 박지현 평균 자유투 획득 수
2020/21 시즌 – 4.1개
2021/22 시즌 – 1.7개

우리은행은 3쿼터부터 실질적인 Best 5를 꺼내들었다. 여기서 김정은의 포스트 옵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미스매치를 공략했다.

신한은행은 계속해서 속도로 승부를 봤다. 다만 우리은행도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트랜지션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기회를 포착하며 점수를 벌렸다.

그러자 신한은행은 작전을 바꿨다. 김단비의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김단비는 본인의 공격을 먼저 보면서 상대 시선을 집중시켰고, 동료의 찬스까지 파생시키며 공격을 이끌었다.

4쿼터 양팀은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쳤다.

모두 좁은 공간에서 패스가 살아났고,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찬스를 만들었다. 초반은 우리은행이 좋았지만, 중반 들어 신한은행이 흐름을 잡았다.

원동력은 수비였다. 우리은행의 돌파 옵션을 상대 미드레인지 구간에서 적절하게 더블팀을 가면서 제어했다. 그러면서 쉬운 돌파가 아닌 무리한 슛을 쏘거나 실책을 범하도록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그래도 공격 리바운드가 좋았다. 3쿼터까지 공격 리바운드를 2개밖에 잡지 못했지만 4쿼터에만 6개를 잡았다. 이를 통해 많은 공격 찬스를 가져가면서 체력과 점수를 벌었다. 

팽팽한 흐름 속에서 신한은행은 한채진의 3점으로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김소니아가 돌파를 통해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마지막 박지현의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고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연장에서 우리은행은 위기를 맞았다. 김정은이 5반칙 퇴장을 당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노련미가 빛났다. 박혜진과 최이샘이 승부처를 지배했다. 신한은행은 이경은의 3점슛으로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실책이 발목을 잡았다. 생각하지도 못한 8초 바이얼레이션에 걸리면서 상대에게 기회를 헌납했고, 최이샘에게 치명적인 역전 3점을 허용하며 경기를 내줬다.

 * 연장전 가장 빛난 부분은 우리은행의 디테일이었다. 연장에서 신한은행은 박혜진의 수비자로 곽주영을 선택했다. 곽주영은 높이를 통해 박혜진의 슛은 저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돌파를 막기에는 부족했다.

따라서 신한은행은 박혜진이 돌파하는 동선에 원 카운트 트랩을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여기서 우리은행은 박혜진이 선호하는 왼쪽에 최이샘을 배치했다. 최이샘은 우리은행에서 가장 슛 릴리즈가 빠른 선수. 찰나의 순간에도 슛을 시도할 수 있는 선수다.

예상대로 박혜진은 왼쪽 돌파를 시도하는 척 했고, 신한은행의 트랩이 들어오는 순간 최이샘에게 패스를 내줬다. 그리고 이 두 차례의 장면은 모두 3점으로 연결되며 우리은행의 귀중한 1승을 이끌었다.

 * 신한은행은 이번 시즌 1쿼터와 2쿼터 외곽슛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팀. 이날도 그랬다. 1쿼터에는 8개를 시도해 1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2쿼터에는 4개를 던져 100%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것이 신한은행이 2쿼터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 신한은행 이번 시즌 1,2쿼터 3점슛 성공률 비교
1쿼터 – 19%
2쿼터 – 48%

 * 박혜진은 이번 시즌 확실히 정상적인 컨디션은 아니다. 이 부분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지표는 골밑슛 성공률이다. 이번 시즌 골밑슛 성공률이 고작 25%에 불과하다. 이날도 경기 중반 레이업 마무리는 좋지 못했다. 다만, 승부처에서는 달랐다. 연장전 중요한 순간 본인이 좋아하는 왼손 레이업을 올려 놓으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 박혜진 최근 3년간 골밑슛 성공률 비교
2019/20 시즌 – 53.4%
2020/21 시즌 – 55.6%
2021/22 시즌 – 25%

 * 신한은행은 1라운드보다 거의 모든 면에서 나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두드러지는 부분은 리바운드. 42-30으로 우리은행에 무려 12개를 앞섰다. 지난 1라운드에서는 13개를 뒤졌던 것을 생각하면 비약적으로 발전한 부분이다. 다만, 본인들이 잘하는 부분이 덜 나왔다. 3점슛이 지난 경기에 비해 11% 떨어졌고, 턴오버를 우리은행보다 3개를 더 범했다. 특히 연장에서 나왔던 단 1개의 턴오버가 패배의 결과를 초래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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