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민재 기자 =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시즌 초반 불안한 경기력과 달리 현재 12승 2패(85.7%)로 순항 중이다. 서부 컨퍼런스 2위, 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란트, 클레이 탐슨, 드레이먼드 그린 등이 합심해서 경기를 뛴 결과다.

그러나 스티브 커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14-15시즌 신임 감독으로 골든스테이트 지휘봉을 잡은 이후 2년 연속 NBA 파이널을 이끄는 업적을 쌓았다. 선수층이 두터워 좋은 성적을 냈다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과 경기 도중 펼치는 유연한 전술 등은 커 감독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대개 작전 타임 이후 플레이 효율성을 통해 감독의 역량을 체크할 수 있다고 한다. 수비수가 모두 자리 잡은 상황에서 감독이 지시한 전술로 공격을 시도하기 때문. 커 감독의 작전 타임 이후 플레이 효율성은 지난 시즌 리그 탑 10 안에 들 정도로 생산성이 뛰어났다.

작전 타임 이후 플레이 '립' (After Time-Out Rip)

미국 현지에서는 작전 타임 이후 플레이를 After Time-Out, 줄여서 ATO라고 부른다. 작전타임을 부르는 경우는 주로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다. 이를 위해서는 패턴 자체의 효율성이 높아야 할 터. 많은 팀이 ATO 패턴만 여러 개 준비, 경기마다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이유다.

각 팀마다 ATO 패턴의 색깔이 다른 편이다. 토론토 랩터스의 드웨인 케이시는 간단함을 추구한다. 2~3번의 스크린으로 슛 기회를 노린다. 애틀랜타 호크스의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은 인바운드 패스를 하는 선수의 마무리를 노린다. 나머지 4명이 움직이고 있을 때 패스를 한 선수가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방식이다.

예측 가능한 팀도 있다. 바로 댈러스 매버릭스다. 릭 칼라일 감독은 가드들을 활용, 덕 노비츠키에게 스크린을 걸도록 주문한다. 노비츠키는 이들의 스크린을 받아 움직인 뒤 득점을 성공하는 장면을 여럿 보였다.

골든스테이트는 커리에게 집중된 경향이 있다. 엘리베이터 스크린 등 다양한 움직임과 스크린 등으로 득점 기회를 노린다. 특히 커리에게 쏠린 수비를 역이용해 동료 선수들의 득점 기회를 만드는 능력도 뛰어나다.

오늘 소개할 패턴은 '립 스크린(Rip Screen)'이다. 립 스크린은 C-컷을 의미한다. 빅맨 선수가 스크린을 받아 C모양으로 둥그렇게 움직여 페인트존 안에 진입하는 패턴이다. 일반적인 다운 스크린, 백 스크린, 플레어 스크린과는 활용도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골든스테이트는 작전 타임 이후 패턴에서 커리의 움직임을 자주 사용한다. ATO 립 작전에서도 커리가 나섰다. 대신 득점을 올리는 스코어러보다는 스크리너로서 역할을 다했다.

▲ O2(숀 리빙스턴)가 O1(스테픈 커리)의 스크린을 받아 나온 O3(안드레 이궈달라)에게 공을 건넨다. 이후 O1(스테픈 커리)은 O4(드레이먼드 그린)에게 스크린을 건다. O4(드레이먼드 그린)는 C모양을 그리며 페인트존 안으로 들어간다. 바로 립 스크린 동작이다. O3(안드레 이궈달라)의 공을 받은 O4(드레이먼드 그린)가 득점에 성공한다.

이 패턴이 효과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스크리너가 커리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스크린은 동료의 움직임을 살려주기 위한 동작이다. 스크리너보다 스크린을 받는 선수에게 수비 시선이 쏠리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커리가 스크리너로 나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커리는 코트 어느 곳에서든 위협적인 선수. 특히 골든스테이트는 스크린-더-스크리너 동작을 자주 활용한다. 이는 스크린을 걸었던 선수가 스크린을 받아 움직이는 패턴이다. 이를 통해 커리의 스크린과 득점 모두 활용하기 때문에 상대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 O2의 움직임을 주목해보자. 일단 O2는 O1이 움직이도록 스크린을 걸어준다. 수비수는 O1에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때 O2가 갑자기 O4의 스크린을 받아 나오게 된다. 첫 번째 스크린을 속임수였고, O2가 밖으로 나오는 게 핵심이었다.

따라서 수비수는 커리의 스크린-더-스크리너 동작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커리가 스크린을 걸고 밖으로 움직일 것을 예상하게 된다. 그 생각을 역이용하는 게 립 스크린 작전이다. 커리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척 그린의 골밑 기회를 살려주는 움직임이 효과적인 이유다.

이 패턴은 쉬운 편이다. 골든스테이트는 립 스크린 전술을 3년 연속 작전 타임 이후 패턴으로 활용하고 있다. 코치뿐만 아니라 농구 팬들까지 이 작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효율이 높은 것은 선수들의 팀플레이가 좋기 때문. 커 감독의 뚝심과 커리와 그린 등의 팀플레이가 돋보이는 작전이라고 볼 수 있다.

BOX | 스티브 커 감독의 철학

팀을 이끄는 감독이라면 철학이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색깔이 드러나지 않으면 팀 전체의 케미스트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커 감독은 골든스테이를 이끌기 전, TV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적이 있다. 이때 그는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 철학과 훈련, 팀 정책 등을 공부했다고 한다. 특히 그가 경기를 보면서 좋아하는 패턴 등을 정리했다. 이때 당시 롤 모델이었던 제프 밴 건디(TV 해설위원)에게 팀 철학과 훈련부터 원정 스케쥴 때 지켜야 할 원칙 등을 배우기도 했다. 이를 통해 2014년 봄에는 50개 이상의 패턴 플레이를 정리할 수 있었다. 이 당시 커 감독은 자신만의 공수 철학을 정립했다.

특히 커 감독은 전술보다 사람 다루기에 능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작전판에 전술을 그리는 대신 선수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을 정도. 선수들과 관계를 쌓는데 무엇보다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영상 분석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를 볼 때 영상 중간마다 재미있는 클립을 붙인다. 만화나 코미디 영화 등을 말이다. 선수들이 더욱 집중하고 재미있게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한 "어느 날은 훈련을 취소하고 풋볼을 즐긴 적도 있었다"며 선수들을 항상 배려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시카고 불스 시절 필 잭슨, 샌안토니오 스퍼스 시절 그렉 포포비치 등 수많은 명장에게 여러 가르침을 받았다. 이들의 긍정적인 요소를 조합, 골든스테이트에 주입하고 있다. 특히 커 감독이 추구하는 대화하고, 즐기는 분위기 속에서 골든스테이트는 3년 연속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다이어그램 = 이민재
사진 제공 = 언더아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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