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리딤팀

[루키] 이승기 기자 = 세계대회에 NBA 스타들이 총출동하면 무조건 다 우승할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원조 드림팀'이 출범한 후 벌써 24년이 흘렀다. 그간의 미국 대표팀이 겪은 영욕의 세월을 찬찬히 회상해봤다. 여덟 번째 시간에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미국농구대표팀, 일명 '리딤팀(Redeem Team)'을 만나보자.

 

2008 베이징 올림픽
리딤팀(Redeem Team)

센터 드와이트 하워드, 크리스 보쉬
파워포워드 카멜로 앤써니, 카를로스 부저
스몰포워드 르브론 제임스, 테이션 프린스
슈팅가드 코비 브라이언트, 드웨인 웨이드, 마이클 레드
포인트가드 제이슨 키드, 크리스 폴, 데런 윌리엄스
감독 마이크 슈셉스키

출발! 리딤팀

'드림팀'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국이 2002, 2004, 2006년 세 번 연속으로 메이저대회 우승에 실패하면서, 더 이상 아무도 미국 대표팀을 ‘드림팀’이라 부르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드림팀이 아니라 그냥 올스타팀”이라는 조롱을 들을 뿐이었다.

미국은 세 차례의 실패를 통해 세계농구의 수준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또, 이제 더 이상 그저 그런 로스터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은 2007 아메리카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슈퍼스타 라인업을 꾸리는데 성공했다. 2006년 멤버에 코비 브라이언트와 제이슨 키드, 마이클 레드, 데런 윌리엄스,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천시 빌럽스 등을 추가하며 막강한 전력을 만들어냈다.

미국은 2007 아메리카선수권대회에서 평균 116.7점을 퍼붓는 등 가공할 경기력을 선보였다. 당연히 10전 전승으로 우승했고, 평균 점수차는 39.5점에 달했다. 우승 팀 미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약간의 멤버 교체가 있었다. 하지만 전력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미국은 ‘드림팀’이라는 칭호를 버렸다. 대신 스스로를 ‘리딤팀(Redeem Team)’이라고 명명했다.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자(Redeem)’는 의미에서였다.

미국은 올림픽 직전에 다섯 차례 평가전을 실시했다. 그야말로 만반의 준비를 한 것. 당시 미국은 리투아니아, 터키, 호주 등 강호들을 상대로 5연승을 거두는 동안 평균 118.0점, 평균 득실차 31.0점을 기록했다. 과거 보여줬던 압도적인 경기력을 거의 회복한 것이었다.

 

| BOX | 코치 K의 스몰볼

제이슨 키드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기까지,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해 56승 무패를 기록하는 신화를 썼다 ⓒ NBA 미디어 센트럴

 

되찾은 금메달

2008 베이징 올림픽이 개막했다. 미국은 큰 위기 없이 순항했다. 특히 조별예선 도중 만난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119-82로 완승을 거둔 것은 분명 길조였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5전 전승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미국은 8강에서 호주를 만났다. 미국은 25점을 올린 코비 브라이언트의 활약에 힘입어 116-85, 31점차로 낙승했다.

준결승에서는 2004 아테네 올림픽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만났다. 이미 2006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 번 꺾은 바 있지만, 그래도 방심할 수 없는 상대였다. 미국은 1쿼터를 30-11으로 압도했고, 이 점수차를 그대로 유지하며 101-81로 승리했다. 카멜로 앤써니는 21점을, 르브론 제임스는 15점을 올렸다.

결승전 상대는 유럽 최강 스페인. 스페인은 2006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승 우승을 거둔 세계 최고의 팀이었다. 제 아무리 미국이라도 자칫 잘못했다간 또 다시 패할 수도 있었다.

결승전은 매우 치열하게 전개됐다. 과연 최고의 두 팀답게 4쿼터 내내 접전을 벌였다. 팽팽하던 균형을 깬 것은 코비였다. 4쿼터 종료 3분여 전 스페인이 5점차로 쫓아오자, 코비가 4점 플레이를 성공시키며 미국에 9점차 리드를 안겼다. 코비는 입가에 손가락을 갖다 대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후 분위기는 순식간에 미국으로 넘어갔고, 미국은 118-107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2000 시드니 올림픽 이후 8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아온(Redeem) 것이다.

| BOX | 코치 K의 스몰볼

미국은 2006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인사이드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준결승에서 패했다.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스몰볼’ 카드를 꺼내들었다. 파워포워드인 크리스 보쉬를 센터로, 스몰포워드인 카멜로 앤써니를 파워포워드로 기용하는 등 다소 실험적인 전술이었다. 미국 대표팀이 지닌 기동력을 극대화해 높이의 열세를 만회하려는 것. 이 전략은 적중했다. 앞선의 강력한 압박수비로 실책을 유도한 뒤, 빠르게 속공으로 연결하며 쉬운 득점을 쌓았다. 이는 향후 미국 대표팀을 대표하는 주요 전술로 자리 잡았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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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F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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