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렌 아이버슨은 미국 팀의 득점 리더였으나, 대회 내내 지독한 야투 난조(FG 37.8%)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 루키 DB

[루키] 이승기 기자 = 세계대회에 NBA 스타들이 총출동하면 무조건 다 우승할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원조 드림팀'이 출범한 후 벌써 24년이 흘렀다. 그간의 미국 대표팀이 겪은 영욕의 세월을 찬찬히 회상해봤다. 여섯 번째 시간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대표팀으로 불리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드림팀 6를 소개한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드림팀 6

센터 팀 던컨
파워포워드 라마 오덤, 카를로스 부저,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에메카 오카포
스몰포워드 리차드 제퍼슨, 숀 매리언, 르브론 제임스, 카멜로 앤써니
슈팅가드 알렌 아이버슨, 드웨인 웨이드
포인트가드 스테판 마버리
감독 래리 브라운

테러는 무서워!

2002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대참사를 겪은 미국은 와신상담했다. 트레이시 맥그레디, 빈스 카터, 저메인 오닐, 제이슨 키드, 레이 알렌, 팀 던컨, 알렌 아이버슨 등 이전에 비해 확연히 더 나은 로스터를 꾸려 2003 아메리카선수권대회를 휩쓸어버렸다. 10전 전승을 기록, 압도적으로 우승한 미국은 2004 아테네 올림픽 직행 티켓을 따냈다. 이제 올림픽에서 명예회복을 할 차례였다.

그러나 미국의 전력이 2004 아테네 올림픽까지 유지되지는 못했다. 당시 그리스 테러 위협으로 인해 스타 플레이어들이 줄줄이 불참을 선언한 탓이었다. 2003 아메리카선수권대회 멤버 중에서 남은 이는 팀 던컨과 알렌 아이버슨, 리차드 제퍼슨 등 3명뿐이었다. 미국은 나머지 9명의 선수를 새롭게 선발해야 했다.

샤킬 오닐, 크리스 웨버, 케빈 가넷, 코비 브라이언트, 트레이시 맥그레디, 폴 피어스, 제이슨 키드 등 슈퍼스타들은 테러 위협과 치안에 대한 우려, 부상 등 저마다의 이유로 대표팀 합류를 거절했다. 이에 따라 강력한 로스터 구성에 큰 차질이 생겼다.



끔찍한 로스터

미국농구협회는 신예들을 대거 발탁하며 구멍 난 로스터를 채웠다. 당시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에 따라 미국 대표팀에는 2년차 이내의 신인급 선수가 6명이나 뽑혔다. 로스터의 절반 이상이 만 22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것이었다. 심지어 에메카 오카포는 NBA 데뷔를 앞둔 대학생 신분이었다. 여기에 리차드 제퍼슨 또한 3년차에 불과했다. 신인급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 충분히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빅맨진은 한숨만 나왔다. 카를로스 부저는 키가 작아 유럽 장신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베테랑을 선호하는 래리 브라운 감독은 나이가 어린 아마레 스타더마이어와 오카포를 거의 기용하지 않았다. 그나마 라마 오덤이 던컨의 짐을 덜어줬다.

카멜로 앤써니 또한 잉여전력으로 전락했다. 당시만 해도 철이 없던 앤써니는 브라운 감독과 수차례 마찰을 빚었다. 브라운 감독은 앤써니를 거의 쓰지 않았고, 이에 따라 앤써니의 불만도 점점 커져갔다. 만 19세에 불과했던 르브론 제임스 역시 당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더 심각한 것은 12명 중에 뛰어난 3점슈터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정확한 슈터가 없다보니, 공간 창출이 잘 되지 않았다. 가뜩이나 코트가 좁은 국제무대에서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결국 이 팀은 던컨과 아이버슨, 스테판 마버리 세 명만 믿고 가야 했다. 하지만 이들의 궁합마저 끔찍했다. 당시 아이버슨과 마버리가 동시에 선발로 뛰었는데, 이들이 모두 공 소유시간이 긴 선수들이라는 게 문제였다. 플레이스타일이 겹쳐도 너무 겹쳤다. 각자의 슈팅력도 안 좋다보니 받아먹기 득점도 안 됐다. 게다가 아이버슨과 마버리 모두 직접 해결하는 데는 능하지만, 빅맨을 살리는 엔트리패스는 익숙하지 않았다. 최고의 빅맨 던컨과의 시너지 효과는커녕 마이너스 효과만 난 이유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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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농구 역사상 최악의 팀

미국은 첫 경기부터 푸에르토리코에 73-92로 완패하며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그리스와 호주를 상대로 접전 끝에 승리했으나, 리투아니아에게 90-94로 패하고 말았다. 리투아니아의 에이스, 사루나스 야시케비셔스는 3점슛 7개 포함, 28점을 터뜨리며 4년 전 시드니 올림픽 준결승전에서의 복수를 완성했다. 특히 4쿼터 막판 1분여 동안 홀로 10점을 몰아치며 경기를 뒤집는 장면은 그야말로 ‘악마’ 그 자체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미국은 준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에게 81-89로 무너지며 쓰린 눈물을 삼켰다. 3-4위전에서는 리투아니아를 104-96으로 꺾고 동메달을 땄지만, 왠지 한없이 초라하기만 했다.

미국은 2002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위에 그쳤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3등을 차지했다. 순위는 올라갔지만,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2004년 대표팀이야말로 미국농구 역사상 단연 최악의 팀이었다.

미국은 2002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평균 16.9점차로 승리하며 6승 3패를 기록했다. 반면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평균 4.6점차로 이기며 5승 3패에 그쳤다. 게다가 8경기 중 무려 6경기에서 최종 점수 10점 이하의 접전을 치렀을 만큼 경기력도 형편없었다.

방심으로 인한 소홀한 준비, 상대팀에 대한 정보 부족, 주먹구구식의 선수구성, 자만심과 안일한 태도 등이 빚어낸 참사였다. 훗날 래리 브라운 감독은 “당시 (테러 위협으로 인해 선수 구성이 급하게 이루어지는 바람에) 제대로 된 훈련은 3일 정도밖에 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림픽이 끝나자 던컨은 “FIBA는 X같다(FIBA sucks!)”며 다시는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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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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