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정진경 칼럼니스트] 삼성생명이 정규리그 우승팀 우리은행을 상대로 플레이오프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며 시리즈를를 3차전까지 끌고 갔다. ‘공은 둥글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1차전 맞대결 후 채 이틀이 되지 않아 치러진 경기. 두 팀 모두 체력적인 부침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흡사 코트에 다리를 끌고 다니는 것 같았고, 삼성생명 역시 쉬운 슛을 놓치는 모습이 보였다.

플레이오프의 중압감과 1차전에서의 혈투, 그리고 반나절 정도 앞당겨 바뀐 경기 시간, 날씨의 영향 등 모든 것들이 선수들이 신체리듬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치열한 체력전, 활동량에서 앞선 삼성생명
하지만 오히려 1차전보다도 더 활동량이 많았던 삼성생명 선수들의 집중력과 투지가 좋았고, 경기를 꼭 잡겠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윤예빈은 26득점 11리바운드를 기록했는데, 전반에만 20점을 쏟아내며 팀이 초반 기선제압을 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박하나가 부상으로 이탈하며 김한별과 배혜윤이 오랫동안 중심을 잡아온 삼성생명에서 새로운 에이스로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었다.

사실, 경기 초반에는 득점이 한 선수에게 너무 치우치는 것이 그리 좋지는 않다. 후반에 체력 부담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반대로 그 만큼 볼을 적게 만지거나 슛을 던져보지 못한 다른 선수들의 밸런스가 깨지면서, 기록과 확률의 불균형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우려를 씻어 준 주인공은 노장 김보미다. 김보미는 이날 36분 36초를 뛰며 3점슛 4개 포함 16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다.

기록 이상의 존재감이었다. 자칫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었던 상황에서 김보미가 보인 특유의 허슬 플레이와 리바운드 참여, 절실히 필요할 때 꽂아주는 3점슛은 오늘도 뒷심 부족이 우려되던 삼성생명의 4쿼터에 큰 힘을 보태 주었다.

간혹 지나치게 나오는 적극성이 불필요한 파울이나 상대 선수와의 충돌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김보미의 2차전 수훈은 삼성생명의 승리를 가져옴과 동시에 3차전 승부를 더욱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주축 선수 4명이 두 자릿 수 득점을 해 주며 분전했고,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따라 붙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가장 큰 장점이던 몸싸움과 리바운드에서 밀렸고, 삼성생명보다 더 지쳐버린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를 정신력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두 팀 다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특히 우리은행은 포인트가드 포지션의 취약점이 더 드러난 경기였다.

우리은행의 주전 가드 김진희는 정규리그 때, 박혜진의 부상으로 경기에 투입 된 후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줄곧 선발로 나서 역할을 잘 해 주었고 많은 성장을 보여 준 선수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경기 경험이 없다는 단점이 이번 시리즈에서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슈팅의 약점은 상대가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기가 되었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어린 선수이기에 장기적으로 보완을 해가면 되겠지만, 당장에 닥쳐있는 플레이오프에서 이 부분을 우리은행이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가용 인원이 너무 적기에 대체, 혹은 보완할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

스몰볼
외국인 선수 제도가 없어진 이번 시즌, 국내 빅맨의 성장을 기대했지만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센터는 KB의 박지수 뿐이다. 플레이오프에 올라온 4팀 중 KB를 제외하면 존재감 있는 강력한 센터를 갖춘 팀은 없다.

KB에 이어 비교적 포스트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생명은 배혜윤이 정상적인 컨디션과 위력을 보이지 못했고, 잦은 부상으로 신음한 김한별 역시 센터는 아니다.

외국인 선수가 있거나 정상적인 빅맨을 보유하고 있는 팀들은 대체로 선수 구성에서 대체적으로 ‘3Out 2In’,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4Out 1In’으로 구성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포지션 파괴가 두드러지기도 하지만,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5Out’의 구성을 보여 주기도 했고, 삼성생명 역시 플레이오프에서 스몰 라인업으로 상대를 공략했다.

WKBL에서 아직까지 외국인 선수 제도가 부활한다는 말은 없다. 그렇다면 WKBL은 지금보다 더 빠른 기동력, 좋은 1대1 기술, 빠르고 강한 수비와 몸싸움, 그리고 소위 ‘양궁농구’라고도 불리는 스몰볼의 트렌드가 자리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신장과 운동 능력을 갖춘 윤예빈(삼성생명)이나 박지현(우리은행), 한엄지(신한은행)같은 선수들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내외곽이 모두 강한 이들은 때에 따라서는 포스트 공격을 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

따라서 신장이 작은 가드들의 3점슛 능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이 두드러지면서 이번 시즌에는 승부를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만들어 지는 것 같다.

절대 1강이라 평가 받던 KB도 앞선 선수들이 다른 팀에 비해 이 부분에서의 약점이 계속 나타나면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박지수라는 강력한 선수를 중앙에 배치했지만 그 외에 함께 연동하는 선수들의 조화가 시너지효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하나원큐나 BNK같은 경우는 센터들을 보유 하고는 있지만 그들에게 박지수나 김연희 같은 정통 센터의 플레이를 요구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스트레치 포워드로 보기에도 기동력이나 파워, 슈팅능력과 기술면에서 더 많은 발전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기까지는 앞선에 위치한 선수들의 능력이 더 요구될 것이다.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3차전
다시 두 팀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두 팀 모두 지난 1-2차전과 전략 면에서는 큰 변화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꺼내들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결국 3차전은 다른 것 없이 당연히 체력과 집중력의 싸움이다.

마지막 승부인 만큼 기복 없이 평균기록을 보여주는 팀의 에이스 급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단기전에서는 ‘미친 선수’의 등장이 경기 흐름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기 마련이지만, 체력이 모두 고갈된 상황에서 펼치는 집중력 싸움은 결국 처절하도록 치열한 승부에 대한 경험이 많고, 꾸준한 역할을 해줬던 선수의 활약이 더 중요하다.

양 팀 모두 바닥까지 떨어진 체력을 짜내야 한다. 두 경기에서 활약한 선수 외의 깜짝 카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서로 힘든 상황이지만, 가용할 수 있는 선수의 폭을 보면 삼성생명이 유리하다. 2차전에서는 밀렸지만 그래도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은 우리은행이 조금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서로의 일장일단이 분명하다.

이제는 승부의 예측이 더 어렵다. 1승 1패. 지금까지의 경기 내용과 흐름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승부 예측이 의미 없는 마지막까지 와 버렸다. 서두에 말했 듯, 공은 정말 둥글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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