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①편에 이어...

Q. 어렵사리 리그가 개막됐지만 최근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상황이 어렵습니다. 리그를 운영하는 데 있어 WKBL의 원칙과 상황에 따른 대책이 궁금합니다. 

A. 예정된 리그를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끝내자. 이것 하나입니다. 지난 시즌에 코로나19 때문에 시즌을 100% 치르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저희는 그래도 94% 정도 리그를 치러서 선방한 편이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어떻게든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챔프전까지 완벽하게 치러내자. 이게 저희의 원칙이자 꿈입니다. 물론 방역 당국 및 국민들과 함께 코로나19를 이겨내야 가능한 일이죠. 

또 이번 시즌에는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중계방송에도 신경을 좀 썼습니다. 그래서 개막전 중계를 몇 년 만에 지상파에서 했고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도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게 지상파 중계로 해보려고 합니다. 

Q. 취임 후 첫 시즌에 W-리그의 사이토 키요미 회장과 만나 한일 양국 여자농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 어떤 이야기가 오갔고 지금 WJBL과는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계신지요. 

A. 네, 사이토 회장과 만나서 오찬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사이토 회장님이 나이도 저와 비슷하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워싱턴 특파원까지 지냈던 언론인 출신이시더군요. 저 역시 아시겠지만 한국일보에서 경제부장을 했던 경력이 있어서 공통점도 있고 이야기가 통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일본하면 생활스포츠에서 부러운 게 많습니다. 여자농구만 보더라도 A매치의 승패는 둘째치고 그 토양이 우리와 비교해 아주 비옥하죠.

여고 농구팀만 일본 전국에 2400개 정도가 된다고 하던데. 일본이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고 제가 알기로는 30여년에 거친 혁신 과정을 거치면서 학교 체육 정상화와 생활 체육의 일반화를 이뤄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가 배울 게 있고, 또 WJBL이 아직 세미프로리그인데 프로화에 대해서 여쭤보기도 해 이야기를 나눴지요. 서로 교류를 하면서 배워갈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해 WNBA에서도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WNBA의 캐시 잉글버트 커미셔너도 여자분이면서 미국의 유명한 회계 법인인 딜로이트의 CEO 출신입니다. 3개 리그의 커미셔너가 경제 출신인데다 비경기인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지금은 스포츠의 대중화와 일반화가 중요한 때이고 그런 부분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게 중요할 때라고 봅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3개 단체의 커미셔너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 간에 정보 교환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우고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은 가르쳐주는 시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KBL과 B.리그가 아시아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WKBL에서도 혹시 이런 제도 시행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물론 여자농구에도 국제적인 교류가 중요하다고 보고 하지만 외국인선수를 받는 건 다른 이야기지요. 아시아쿼터제 역시 다른 형태의 외국인선수니까요. 우선 한국여자농구의 터전을 가꿔 놓아야 하는데 그걸 당장 급하다고 외국인선수로 채운다면 한국여자농구에는 미래가 없을 겁니다. 글로벌 시대의 트렌드와는 전혀 다른 문제죠.  

Q. 혹시 다른 부분에서 생각하시는 게 있으신지요?

A.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북한과의 교류입니다. 어쨌든 여러 종목 중에 평양을 다녀온 것이 농구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아시아쿼터보다는 남북 쿼터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하는 게 제 꿈입니다. 또 하나는 남북한 팀이 경기를 하는 리그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물론 이 두 가지 모두 당장 할 수는 없고 또 저희들의 힘만으로는 할 수가 없죠. 정부 차원에서 남북 관계의 해빙이 끝난다고 하면 적십자와 스포츠가 갈 텐데 그러면 바로 농구겠죠. 또 저희 여자농구는 북한과 단일팀까지 만들어 경기를 치렀으니 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세상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작은 기대는 갖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여자농구 대표팀이 12년 만에 올림픽 티켓을 따냈습니다. 자랑할만한 성과죠. 다만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도쿄 올림픽이 7월로 연기됐습니다만, 무관중으로 치러지든 어떻게든 치러진다면 거기에 우리 대표팀이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메달을 따면 더 바랄 게 없고 8강이든 4강이든 최고의 플레이로 어떤 성과를 거두고 온다면 그것만큼 여자농구 팬들에게 큰 보답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2020-2021시즌이 개막돼 어느덧 중반에 이르렀습니다. 올 시즌은 어떻게 지켜보고 계신지요?

A.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아직도 누가 이길지 모르겠습니다. 객관적 전력만으로 파악할 수 없는 스포츠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것이지요.

하위팀이 상위권팀에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두기도 하고 또 지금 중위권 싸움은 나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거든요. 지금 당장 어떻게 보고 있다고 섣부르게 예측하기보다는 남은 2개 라운드에 어떤 이변이 일어날지 기대를 갖고 보려고 합니다. 

Q. 마지막으로 WKBL 수장으로서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A. 지금 6개 구단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팀이 한두개 정도는 더 있어야 안정적인 운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WKBL팀들이 부산과 청주 정도를 제외하면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지역 저변 확대를 위해서라도 지방에 팀을 창단시키려고 합니다. 신생팀이 생기면 해당 지역 아마추어 여자 중고팀도 더 활성화되고 지역 팬도 더 생길 수 있겠죠.  

서울 연고팀이 없는 게 아쉽지만 체육관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어렵고, 부산은 BNK의 창단으로 생겼습니다. 다음이 대구나 광주 같은 광역시인데 이번 시즌이 끝나면 신생팀 창단을 위한 기초 작업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WKBL이 금융팀 중심으로 돼 있다 보니 일반 기업에서 참여하기가 좀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신생팀 창단을 위해서 금융기관만이 아니라 공기업까지 대상을 넓혀보려고 합니다. 금융쪽이든 공기업이든 찾아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볼 생각입니다. 

Profile
이름 : 이병완
생년월일 : 1954년 11월 11일생
출신교 : 광주고-고려대

주요 경력
KBS, 서울경제신문, 한국일보 기자
대통령 국정홍보조사비서관
민주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
대통령 기획조정비서관
청와대 비서실장
사람사는세상 노무현 재단 이사장
WKBL 총재(2018년 7월 ~ 현재)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1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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