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취임 3주년을 맞는 이병완 WKBL 총재의 목표는 뚜렷하면서 확고했다. 토양이 메마르다 못해 황무지와 다름없는 국내 여자농구의 토양을 다져서 리그의 저변 확대에 나서겠다는 것.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기획했던 모든 프로젝트가 일시중단되고 리그 역시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여자농구의 인기를 어떻게 해서든 회복시키겠다는 그의 의지는 여전했다. 취임 후 3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의 앞으로의 계획을 <루키 더 바스켓>이 들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1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Q. 어느덧 총재로서 3시즌이 됐습니다. WKBL에 처음 부임하신 후부터 지금까지를 되돌아보신다면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지요?

A. 하면 할수록 그리고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게 총재 자리인 것 같습니다. 마음으로는 여자농구 인기와 붐이 확 일기를 바라는 데 임기 3년째인 지금까지 아직 그런 기미가 없어서 참 답답하기도 한데.

이럴수록 길게 보고 가야한다는 사실은 아는데 마음이 따라가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죠. 그러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지 않나 생각도 합니다.

어쨌든 농구가 과거 구기 종목의 인기를 선도해왔던 그때처럼 여자농구를 부활시키고 싶다는 마음과 꿈은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Q. 취임 시 KDB생명 인수같은 큰 현안을 해결하시고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하셨는데 지금까지의 총재 직무 수행에 점수를 주신다면 어느 정도 주고 싶으신지요?

A. 55점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낙제는 간신히 면한 정도랄까? 그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WKBL에 불러준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신생팀 창단 아니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첫 해는 OK저축은행으로부터 네이밍 스폰서를 받아서 미봉책이었지만 급한 불을 껐고 바로 이어서 BNK 창단까지 할 수 있었죠. 어려운 상황이지만 흔쾌히 창단에 응답을 해주셨습니다. 

Q. 여자농구 인기 부활과 저변 확대를 위해 트리플잼과 서머리그, 은퇴 선수들의 방과 후 교실 강사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셨습니다. 지금은 어떤 상황이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하고 이어나가실 생각이신지 알고 싶습니다.  

A. 아시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행사가 일시중단 상태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안타까운 게 방과 후 교실 강사 지원이죠. 이것은 은퇴 선수들에게 진로를 열어준다는 측면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여자농구의 토양이랄 수 있는 유소녀 선수들을 키우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지금 여고 농구팀이 전국에 19개이고 그나마도 정상적인 운영을 하는 팀이 10여개 팀밖에 안 됩니다. 정말 토양이 부실하다 못해 황무지처럼 되어 버렸죠. 이걸 단기 요법으로 어떻게 할 수 없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초등학교부터 유소녀들이 농구를 즐길 수 있게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처음에는 경기도 교육청에 협약을 맺었고 지난해에 서울시와 인천시 교육청과도 협약을 맺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2000개교에 유소녀 농구단을 꾸리기로 3개 지역 교육감님과 이야기도 끝났는데 코로나 때문에 할 수 없던 게 아쉽습니다. 코로나19 상황만 해소된다면 가장 먼저 재개해야 할 게 이것이죠. 재개가 된다면 수도권을 넘어 부산과 대전, 광주 등 광역시로 넓혀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해서 팀을 늘려 가면 한 10년 후에는 다시 여자농구의 새로운 부활을 볼 수 있는 열매들이 맺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또 하나는 ‘WKBL 모교 방문의 날’ 행사입니다. WKBL의 스타 선수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직접 모교를 방문한다는 콘셉트인데 이게 인성여고를 스타트로 끊은 뒤에 코로나19 때문에 이어지지 못하고 있지요. 인성여고 외에도 수피아여고를 비롯해 몇 군데와 의사타진을 하던 중이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Q. 올 시즌에 여자농구는 외국인선수 제도를 한시적으로 폐지하고 국내선수만으로 리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선수 제도 폐지에 대한 구단들의 반대의견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풀어 오셨고 앞으로도 어떻게 할 계획이신지 듣고 싶습니다. 

A. 물론 여러 의견이 있었습니다. 긍정적인 의견, 조금은 우려스럽게 보는 의견도 있었죠. 처음 이걸 하게 된 게 여자농구에서 외국인선수들의 존재로 인한 장단점을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 이게 꼭 외국인선수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안 좋은 부분이 있더군요. 외국인선수들의 비중이 커서 국내선수들의 기량이 늘지 못하고 이러면서 여고농구도 황폐해진 것 아닌가 하는 것들이죠. 

아직 시즌을 치르는 중이지만 국내선수 중심으로 경기를 치르니 여러 장점들도 눈에 띕니다. 경기마다 평균 득점이 올랐고 각 팀에서 벤치만 지키던 선수들이 새로운 역할을 맡아 코트에 나서더군요. 이런 게 재밌고 아기자기한 여자농구만의 매력을 살려주는 느낌을 저는 받았습니다.

어쨌든 이번 시즌 처음 외국인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한 시즌만으로 모든 걸 평가할 수는 없지요. 두세 시즌 정도 더 치러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를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Q. 시즌이 중반을 지나고 있는데 국내선수의 기량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아직까지 외국인선수가 빠졌기 때문에 ‘이게 문제다’, ‘이건 안 된다’라는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외국인선수가 있으면 이런 게 가능했겠구나 하는 게 있긴 하지만 대신 국내 선수들끼리 하면서 새로운 전술과 플레이가 나오고 또 선수들의 기량 향상도 눈에 띄더군요. 이런 장면을 관중들에게 현장에서 보여드리지 못해 좀 아쉬울 따름입니다. 

Q. 올 시즌 여자농구는 핸드 체킹 파울 강화라는 규정 변화 속에 리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 구단마다 의견이 분분한데, 연맹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셨다고 보시는지요.

A. 이 부분은 제 생각이라기보다는 박정은 경기운영본부장의 생각이었습니다. 수비 시 핸드 체킹은 예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부분인데다 박 본부장 본인도 선수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국내에서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이 국제 무대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았죠. 

그리고 이게 당장은 어렵더라도 끊어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초기에는 어렵겠지만 분명히 근절을 해가야 농구의 다이내믹한 부분이 살아날 수 있고 수비나 공격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해서 동의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심판들도 훈련을 많이 하긴 했지만 적용 과정에서 고생을 했고 각 구단 감독들이나 선수들도 적응에 시간이 좀 걸리기도 했죠. 하지만 그러면서 조금씩 정착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임기 중에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만나 여러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으로 압니다. 어떤 부분이 제일 어렵게 다가왔는지요?

A. 다른 것보다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 없다는 상황이 어렵고 안타깝습니다. 연맹과 각 구단이 뭔가 새로운 변화를 가져가더라도 그걸 현장에서 관중들과 함께 어우러져야 시너지효과가 나올 텐데 그게 되지 않고 있으니까요. 

선수들도 시즌이 중반을 넘어가면서 무관중 경기가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뭔가 허전한 느낌은 떨칠 수가 없을 겁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관중들의 박수와 응원 소리에 혼신의 경기력을 보이는 게 프로선수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이 아쉽습니다.

②편에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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