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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이재범 기자 = “조직적인 농구를 하려면 1번(포인트가드)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시즌 서울 삼성 하면 빠지지 않는 이야기, 지겹지만 한 번 더 반복하자. 이정석과 이동준을 서울 SK에 내주고, 주희정과 신재호를 영입했다. 주희정이 10년 만에 삼성으로 복귀했다. 자유계약 선수 최대어 문태영에게 최고 보수를 안기며 삼성 유니폼을 입혔고,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뽑았다.
 
SK 문경은 감독도 경기 운영에서 이정석보다 주희정이 낫다고 인정했다. 삼성 이상민 감독도 안정적인 코트의 사령관을 원했고, 주희정 영입에 만족하고 있다. 지난 시즌 국내선수 득점 1위(16.9점) 문태영과 외국선수상을 수상한 라틀리프임을 감안하면 지난 시즌 최고의 국내외 선수를 동시에 보유한 셈이다.
 
여기에 데뷔 시즌 가능성을 보여준 임동섭과 지난 시즌 삼성의 골밑을 책임졌던 김준일까지 가세할 경우 삼성의 전력은 굉장히 탄탄하다. 플레이오프 진출은 당연하고, 우승까지 내다볼 수 있다. 물론 비시즌 내내 재활에 전념한 김준일의 몸 상태가 걱정이지만, 8월부터 본격적인 팀 훈련을 시작한 김준일은 시즌 개막에 맞춰 착실하게 준비 중이다.
 
삼성은 지난 시즌 최악의 포워드에 불안한 가드로 10위에 머물렀지만, 최고의 슛감을 보이는 장민국에 임동섭, 문태영으로 이어지는 포워드 라인과 라틀리프와 김준일이 버티는 골밑은 절대 어느 팀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문제는 가드다.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있어도 이를 하나로 묶고 적절한 순간 패스를 해주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간다. 15일 부산 케이티와 울산 모비스의 맞대결에서 이재도가 분명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 등으로 펄펄 날아다녔지만, 골밑에 자리 잡은 선수에게 넣어주는 엔트리 패스에서 오히려 함지훈보다 못 했다. 이재도는 코트니 심스가 자리를 잡았을 때 제 때 패스를 못 주고 오히려 반대로 패스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는 삼성에게도 적용 가능한 예다. 라틀리프가 아무리 빨리 달리며 속공에 가담하더라도, 김준일이 골밑에 자리를 잡아도, 문태영이 모비스에서 익힌 간결한 플레이를 펼쳐도, 장민국이 베이스라인을 따라 스크린을 받고 3점슛 기회를 잡아도, 이 순간 패스가 들어가지 않으면 삼성의 전력 보강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상민 감독은 “조직적인 농구를 하려면 1번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전체적인 조율은 희정이가 베테랑처럼 잘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주희정을 믿었다. 그러면서도 “작은 외국선수를 정통 1번으로도 생각을 해봤는데 아니라고 판단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여겨졌다. 제일 취약한 포지션이 1번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도 규정상 3라운드까지 외국선수가 1명 밖에 못 뛰는데 4라운드부터 작은 선수가 휘젓고 다니면, 지금 선수들이 잘 갖춰졌는데 이들이 죽을 수 있다”고 했다.
 
이 감독은 마지막까지 고민한 끝에 볼을 많이 가지지 않고 플레이가 가능하면서도 때론 포인트가드를 맡을 수 있는 론 하워드를 선택했다. 이 감독의 2015~2016시즌 구상에 불안한 가드가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이 감독은 최근 연습경기에서 선수들에게 빠른 공격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서 실점 이후 빠른 인바운드 패스를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이 감독이 원하는 속공을 많이 하기 위해서도 가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결국 포인트가드를 맡을 주희정과 이호현의 어깨가 무겁다. 더구나 19번째 시즌을 앞둔 주희정이 MVP에 선정되었던 2008~2009시즌처럼 펄펄 날아다니지 못할 것이다. 동안이라고 나이를 속여도 체력에선 세월의 흔적이 묻어날 수 밖에 없다. 평균 출전시간은 20분 내외, 최대 30분을 넘지 않을 것이다.
 
주희정이 벤치에서 쉬는 시간 동안 이호현이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이호현도 “다들 가드가 구멍이라고 하더라”며 삼성의 약점으로 가드가 거론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호현은 이를 알기에 다부지게 마음먹고 있다. “더 집중하면서 해야 한다. 잘 해야 한다. 희정이 형과 대화를 많이 한다. 희정이 형이 일단 코트에서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경기 중 상황상황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게 정말 도움이 된다. 생각을 하면서 경기를 한다.”
 
구슬 서말을 확보한 삼성. 이번 시즌에는 이를 꿰맬 가드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과연 삼성의 가드들이 전력 보강의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16일 오후 6시에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 고양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_ 삼성 농구단 제공
이재범 기자(1prettyj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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