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외국 선수 농사는 각 팀들의 시즌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이슈다. 시즌 전 약체로 평가받던 팀이 뛰어난 외국 선수를 활용해 평가를 뒤집는 경우도 허다하며, 반대의 경우 역시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KBL은 지난 24일 이사회를 통해 시즌 조기 종료 결정을 내렸다. 이에 KBL의 2019-2020시즌은 이대로 마무리됐다. 그렇다면 마무리가 된 이번 시즌, 각 팀들의 외국 선수들은 어떤 활약을 펼쳤을까? 

‘초대박 대체 선수’ 치나누 오누아쿠

원주 DB는 당초 이번 시즌을 함께 할 외국 선수로 칼렙 그린과 함께 일라이저 토마스를 낙점했다. 

203cm의 신장을 지닌 토마스는 디온테 버튼, 마커스 포스터, 저스틴 틸먼에 이어 DB가 불러들인 또 다른 루키 선수였다. 이들을 활용해 쏠쏠한 재미를 본 DB였던만큼 토마스가 보여줄 수 있는 에너지에 대한 기대는 컸다. 

그러나 토마스와 DB의 동행은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나 시작도 전에 좌초되고 말았다. 토마스는 개막 직전 허리 부상으로 8주 진단을 받으며 KBL 무대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채 팀을 떠나야 했다. 

토마스의 부상 소식은 시즌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 나왔다. DB는 부랴부랴 대체 선수를 알아봐야 했다. 자칫 시즌 플랜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는 상황. 새로운 외국 선수를 영입하더라도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도 필요했다. 

곧바로 대체 선수 영입 작업에 돌입한 DB는 개막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선수를 원주로 불러들일 수 있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 DB의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는 바로 치나누 오누아쿠다. 

토마스의 부상으로 인해 급하게 DB에 합류한 오누아쿠는 자신을 향한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고 ‘초대박’을 터뜨렸다. KCC와의 첫 경기에서 6점 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예열을 마친 오누아쿠는 이후 12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빠르게 KBL 무대에 녹아들었다. 

40경기를 치르며 오누아쿠는 평균 14.4점 10.3리바운드의 더블-더블 기록을 남겼다. 리바운드는 리그 4위에 해당하는 기록. 또한 오누아쿠는 1.4개의 스틸(5위), 1.5개의 블록슛(1위)를 기록하며 ‘DB 산성’ 재건에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2% 부족했던’ 칼렙 그린

1985년생의 칼렙 그린은 유럽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화려한 경력을 갖춘 베테랑 그린은 마커스 랜드리와 비슷한 스타일을 지닌 선수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즌 초 그린은 다소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1라운드 그린의 기록은 11.8점 4.2리바운드. DB가 1라운드 7승 2패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장기 레이스에서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린이 좀 더 제 몫을 해줄 필요가 있었다. 자신의 슛 보다는 동료들의 찬스를 먼저 살피는 지나치게 이타적인 부분 역시 다소 바뀔 필요가 있었다. 

절치부심한 그린은 2라운드 들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11월 15일 KGC전에서 29점, 17일 SK전에서는 무려 40점을 퍼부었다. 2라운드 평균 18분 20초를 뛰며 그린이 낸 기록은 20.1점 5.8리바운드. 야투율은 53.6%였다. 

그러나 그린의 활약은 3라운드부터 다시 주춤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린이 남긴 최종 기록은 13.9점 5.8리바운드. 백업으로 나쁘지는 않은 성적이었지만 ‘특급’으로 분류하기엔 2%가 부족했다. 

다만 수비에 장점이 있던 오누아쿠와 공격에서 힘을 보탠 그린의 시너지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들을 앞세운 DB는 28승 15패로 SK와 공동 선두에 오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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