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배승열 기자] 만약 올 시즌 6라운드가 진행됐다면?

KBL(한국농구연맹)은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1997년 출범 이후 사상 처음으로 시즌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시즌 조기 종료에 따라 우승팀은 정해지지 않았고 DB와 SK가 공동 1위, KGC인삼공사가 3위를 차지하며 순위표가 정리됐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코로나19 이전에 치열한 순위 싸움으로 많은 팬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제로 2월 1일 1위에는 KGC인삼공사, 공동 2위에 SK와 DB가 있었다. 이후 세 팀은 하루하루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표에서 서로의 자리를 바꿨다.

DB가 상승세에 오르며 KGC인삼공사를 누르고 단독 1위 자리에 올랐다가 2월 12일, 27일, 29일에는 DB와 SK가 공동 1위에 위치했다. KGC인삼공사는 선수단 부상으로 인해 두 팀에 한발 밀려 2월 9일부터 29일까지 3위를 지켰다.

이렇듯 3팀은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쳤지만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허무하게 시즌이 마감됐다.

이후 팬들 사이에서는 DB와 SK의 공동 1위에 관한 결정을 주제로 격렬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먼저 이러한 결정을 내린 KBL의 입장은 정상적으로 시즌을 마쳤다면 공동 순위가 아닌 1, 2위를 정했지만 비상 상황인 만큼 이사회에서 더 깊게 순위를 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결정은 10개 구단 단장들의 모임인 이사회에서 결정됐기 때문에 SK와 DB 구단의 동의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반면 DB가 1위였어야 하는 팬들의 입장은 시즌 상대 전적에서 DB가 앞선다는 것이 주된 이유고, 그렇지 않다는 팬들의 입장은 DB와 SK의 남은 한 경기가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고 결과에 따라 SK도 단독 1위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만약에 6라운드가 진행됐다면?’ 공동 1위에 있던 DB와 SK 중 어느 팀이 더 유리했을까?

먼저 지난 5시즌 동안 6라운드에서 양 팀의 결과를 봤다. 그 결과 SK는 DB를 상대로 6라운드에 강했다. 5차례의 6라운드 맞대결에서 SK가 DB를 4승 1패로 우위를 보여줬다.

<지난 5시즌 6라운드 맞대결>
2018-2019 6라운드 SK 90-60 승 (장소 잠실)
2017-2018 6라운드 SK 79-69 승 (장소 원주)
2016-2017 6라운드 SK 79-74 승 (장소 원주)
2015-2016 6라운드 동부(현 DB) 85-68 승 (장소 원주)
2014-2015 6라운드 SK 75-69 승 (장소 원주)

여기에 최근 양 팀의 5시즌 6라운드 결과를 살펴봤다. 여기서도 SK가 DB보다 6라운드에서 강한 모습을 꾸준히 보여줬다. 지난 5시즌 6라운드에서 SK는 25승 20패로 승률 55.5%를 기록했다. DB는 18승 27패로 승률 40.0%를 기록했다.

<지난 5시즌 6라운드 양 팀 성적>
2018-2019 SK 5승 4패, DB 2승 7패
2017-2018 SK 7승 2패, DB 5승 4패
2016-2017 SK 6승 3패, DB 2승 7패
2015-2016 SK 2승 7패, DB 3승 6패
2014-2015 SK 5승 4패, DB 6승 3패

반면 지난 5시즌 두 팀의 맞대결에서는 DB가 SK전 우위에 있다. DB는 지난 5년간 SK전 18승 12패로 승률 60.0%를 기록했다. 올 시즌 5차례 맞대결에서도 DB가 3승 2패로 앞섰다. 여기에 두 팀의 맞대결에서 3승 3패 동률이 나왔던 경우는 2014-2015시즌이 있었다.

<지난 5시즌 두 팀 맞대결>
2018-2019 4승 2패 DB 우위
2017-2018 4승 2패 DB 우위
2016-2017 4승 2패 SK 우위
2015-2016 5승 1패 동부(현 DB) 우위
2014-2015 3승 3패 양 팀 동률

특이한 점은 2014-2015 당시 맞대결 동률로 마친 두 팀은 시즌 성적도 나란히 37승 17패였다. 그래서 맞대결 득/실점까지 계산한 끝에 동부(현 DB)가 +37점으로 앞서며 최종 순위 2위에 올랐고 SK는 3위로 밀려났다.

올 시즌에도 양 팀의 맞대결에서 득/실점까지 생각하는 경기를 보여줬다. 5차례 맞대결에서 SK가 득/실점에서는 +7점(408득점 401실점)으로 앞섰다. 그래서 만약 6라운드에서 SK가 DB를 상대로 승리하고 양 팀의 최종 성적이 같았다면 득/실점에서 앞서는 SK가 DB보다 더 높은 순위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6라운드 남은 한 경기 장소가 잠실이었다는 요인도 생각해봤다. SK는 지난 5시즌 동안 홈에서 DB를 상대로 어땠을까? 지난 시즌 SK는 홈에서 DB를 상대로 2승 1패로 강했고 최근 5시즌에서도 8승 7패로 승률 53.3%를 기록했다. 따라서 SK는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 남은 경기가 홈이었다는 점은 분명 유리한 점이었다.

<지난 5시즌 SK의 홈 경기 DB전 결과>
2018-2019 1라운드 83-80 승, 3라운드 72-80 패, 6라운드 90-60 승, 2승 1패
2017-2018 1라운드 90-76 승, 3라운드 94-95 패, 4라운드 85-91 패, 1승 2패
2016-2017 1라운드 94-93 승, 3라운드 59-65 패, 4라운드 62-60 승, 2승 1패
2015-2016 1라운드 67-78 패, 2라운드 62-65 패, 5라운드 83-73 승, 1승 2패
2014-2015 2라운드 69-68 승, 4라운드 72-67 승, 5라운드 72-83 패, 2승 1패

물론 올 시즌 두 팀이 아닌 다른 팀 중 한 팀이 1위를 차지했을 수도 있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3위 KGC인삼공사 혹은 다른 팀이 정규리그 1위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치열하고 흥미진진했던 올 시즌 순위 싸움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허무하게 끝이 난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 비록 DB와 SK의 공동 1위로 올 시즌이 종료되었지만 여러 가지로 팬들 사이에서 회자할 시즌으로 생각한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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