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부상으로 6일을 쉬었다. 발목 통증으로 팀 훈련도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손끝의 감각은 뜨거웠다. 

부상을 딛고 경기에 나선 ‘하나은행의 에이스’ 강이슬이 고감도 3점슛을 자랑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부천 하나은행은 9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6라운드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경기에서 84-79로 이겼다. 강이슬은 3점슛 5개로 15점을 득점했다.

두 팀은 현재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3위 자리를 놓고 경쟁중이다. 경기 전까지 신한은행이 반 게임차로 우위에 있었다. 정규리그 막판, 잔여경기가 많지 않은 시점이라 맞대결 승부는 더욱 중요하다. 성적이 동률일 경우 팀 간 상대전적과 득점공방률로 순위를 가리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3승 2패로 상대전적에서 앞서 있지만, 득실차에서는 오히려 하나은행이 34점 더 많은 상황. 결국 맞대결에서 이기는 팀이 더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여파로 10일부터 WKBL이 두 주간 일시 중단에 들어간다. 추후 상황을 봐야겠지만, 이대로 정규리그가 완전 종료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이번 맞대결이 사실상 3위를 가늠하는 결정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경기 일정은 하나은행에게 유리했다. 지난 2일 KB전 이후 6일을 쉬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11일간 5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의 마지막 자락에 와 있었다. 휴식이 길었던 하나은행의 경기감각과 치열한 일정을 거친 신한은행의 체력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하나은행에게는 고민이 더 있었다. 에이스 강이슬의 부상 공백이었다. 

강이슬은 지난 KB전에서 발목을 다쳐 경기 도중 교체됐고 코트로 돌아오지 못했다. 당초 큰 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통증은 좀처럼 가시지를 않았다. 결국 강이슬은 6일의 휴식기 동안 정상적인 팀 훈련을 단 한 번도 소화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강이슬을 뺄 수는 없는 입장. 이번 시즌, 국내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으며, 리그에서 가장 확실한 슈터인 강이슬이 빠진다는 것은 하나은행에게 엄청난 타격이다. 결국 이훈재 하나은행 감독은 강이슬을 선발에서 제외했지만, 경기에는 출전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강이슬의 출전 여부는 신한은행에게도 중요한 문제였다. 

정상일 신한은행 감독은 “발목이 좋지 않으니 돌파나 드라이브인을 시도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워낙 슛이 좋은 선수 아닌가? 슛이 터지지 않도록 수비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웃은 쪽은 하나은행이었다. 경기 시작 4분여 만에 강계리와 교체로 코트에 들어온 강이슬은 32분 26초를 뛰며 15점을 득점했다. 

예상대로 드라이브인이나 돌파는 없었다. 3점슛 8개를 시도해 5개를 성공했다. 특히 신한은행의 추격이 거세게 이어졌던 4쿼터에 3개의 3점슛을 성공하며 팀의 승리를 지켰다.

강이슬은 “훈련을 재활 밖에 못했고, 경기 전에 몸을 풀 때도 통증이 심해서 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강한 진통제를 먹고 경기에 나섰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에 꼭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목 상태는 좋지 않았다. 공격 방법이 단순해졌다.

지난 시즌부터 득점 루트가 다양해진 강이슬은 상대가 적극적으로 슛을 막으러 나오면 이를 이용해 돌파를 하거나, 미스매치일 때는 포스트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는 오로지 슛 하나만을 보고 있었다.

강이슬은 “통증이 때문에 무빙슛도 무리였다. 상대 수비도 적극적이었고, 상대하기 힘들었다. 전반에는 3점슛 1개밖에 못 넣었다. 후반에도 상대가 점수를 따라잡기 위해 프레스 수비를 하는 동안 공격 코트로 먼저 넘어와 있다 보니 오픈 찬스가 왔다”고 상황을 되짚었다.

발목이 좋지 않으면 슛 기회를 만들기도 쉽지 않고, 슛을 던질 때 밸런스도 깨지기 쉽다. 때문에 기회가 와도 평소처럼 슛을 적중시키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그는 “발목에 힘을 주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재활을 하면서 연습을 많이 했다. 발을 딛을 때 어떻게 해야 통증이 오지 않는 지도 고민했다. 다리가 아프니까 오히려 온 신경이 손끝으로 집중된 느낌이었다. 경기 전 날 연습 때 슛을 던져봤는데, 그 때도 잘 들어갔다. 슛 감각은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수비에서는 어려움이 있었다. 상대를 따라가는 것조차 버거워서 다른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 후반에 다쳤던 부위에 다시 한 번 충격이 가해지면서 통증이 더 심해졌다.

강이슬은 “잠깐 빠졌다가 들어갔는데 그때부터는 아예 사이드스텝이 안 되더라. 계속 뚫렸다. 4쿼터에 추격을 당한 것도 내가 상대를 놓쳐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오히려 팀에 도움이 안 된 건 아닐까 반성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뛴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날 1쿼터에만 13점을 득점하며 기선 제압에 큰 공을 세운 고아라는 강이슬의 부상 투혼을 언급하며 “역시 리그 최고의 슈터”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훈재 감독도 마찬가지. 이훈재 감독은 “확실히 무게가 있는 에이스”라며 강이슬의 활약을 칭찬했다.

늘 중요한 고비에서 경험부족을 드러내며 아쉽게 고배를 마셨던 하나은행은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가장 큰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였던 중요한 승부에서 승리를 따냈다. 하나은행이 간절하게 소망했던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서게 된다면, 정규리그의 가장 중요했던 승부에서 제 몫을 다해줬던 에이스 강이슬의 부상 투혼을 다시 한 번 되짚게 될 것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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