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하며
[루키] 이승기 기자 = 휴스턴 로케츠가 1997년 이후 18년 만에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 복귀했다.

18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 토요타 센터에서 열린 2014-15시즌 NBA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세미 파이널 7차전에서 휴스턴이 LA 클리퍼스를 113-100으로 승리했다.

로케츠는 당초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밀리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으나, 이후 내리 3연승을 달리며 극적으로 서부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휴스턴은 1승 3패로 뒤지다 4승 3패로 역전승을 거둔 역대 9번째 팀이 됐다.

또, 이날 휴스턴이 이기면서 NBA 플레이오프 역사상 7차전에서 홈 팀이 승리할 확률은 무려 80.0%(96/120)로 소폭 상승했다.

클리퍼스 입장에서는 다 잡은 시리즈를 놓쳤다. 6차전 3쿼터 한때 19점차로 앞섰으나, 이후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이며 대역전패를 허용한 것이 큰 타격이었다. 정신적 충격을 입은 클리퍼스는 7차전에서도 허술한 플레이로 일관하다 패하고 말았다.


응답하라 1995

그런데 휴스턴은 과거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로케츠가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1994-95시즌의 일이다. 휴스턴은 1라운드에서 유타 재즈를 만나 1승 2패로 몰렸다. 당시는 1라운드가 5전 3선승제였기 때문에 한 번만 더 패하면 그대로 시즌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휴스턴은 역시 1993-94시즌 챔피언다웠다. 4차전에서 하킴 올라주원(40점 8리바운드)과 클라이드 드렉슬러(41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가 폭발적인 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쟁취했다. 5차전에서도 33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한 올라주원, 31점 10리바운드를 올린 드렉슬러를 앞세워 승리,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다.

다음 상대는 찰스 바클리가 이끄는 피닉스 선즈. 휴스턴은 첫 네 경기에서 세 번을 내주며 벼랑 끝에 내몰렸다. 휴스턴은 원정에서 열린 5차전을 연장 접전 끝에 따내며 분위기를 탔고, 홈에서의 6차전마저 잡아냈다.

또, 7차전에서 115-114, 1점차의 신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했다. 전반 한때 13점차 이상으로 뒤졌던 휴스턴은 후반에만 74점을 몰아치며 역전에 성공했다. 승부처에서의 집중력 또한 휴스턴이 앞섰다.

서부 결승에 오른 로케츠는 정규리그 MVP 데이비드 로빈슨의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4승 2패로 물리치고 NBA 파이널에 올랐다. 상대는 샤킬 오닐과 페니 하더웨이를 앞세운 올랜도 매직. 하지만 이들은 경험이 부족했다. 휴스턴은 내리 4연승을 거두며 리그 2연패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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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 스윕? 닥 Reverse?

클리퍼스의 닥 리버스 감독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 3승 1패로 앞서다 시리즈를 내준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리버스 감독은 지난 2003년에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리버스는 올랜도의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전력은 약했지만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 트레이시 맥그레디의 득점력에 기댄 인기 팀 중 하나였다. 올랜도는 8번 시드로 플레이오프 막차 티켓을 따냈고, 1번 시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 1라운드 대결을 치렀다.

이때의 올랜도는 그야말로 불운의 결정체였다. 2001-02시즌까지 5전 3선승제였던 1라운드가 하필 이 2002-03시즌부터 7전 4선승제로 바뀌었기 때문. 올랜도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첫 네 경기에서 3승을 거뒀다. 1년 전이었다면 그대로 업셋(Upset, 뒤집기)에 성공, 2라운드에 올랐겠지만 시스템 개정으로 인해 1승을 더 따내야만 했다.

호되게 당한 디트로이트는 제대로 정신을 차렸다. 피스톤스는 5차전에서 98-67로 매직을 박살내버렸다. 6차전에서는 천시 빌럽스가 홀로 3점슛 7방 포함, 40점을 폭발시키며 37점 11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올린 맥그레디와의 대결에서 판정승했다. 디트로이트는 103-88로 승리하며 시리즈를 7차전으로 끌고 갔다.

7차전은 디트로이트의 홈 구장인 팰리스 오브 오번 힐스에서 열렸다. 올랜도 선수들은 이미 전의를 상실했고, 분위기는 이미 피스톤스에게 넘어가있었다. 빌럽스는 다시 한 번 37점을 쏟아내며 디트로이트의 시리즈 대역전극을 주도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리버스 감독은 그때와 똑같은 아픔을 겪고 말았다. 물론 변명거리는 있다. 2003 올랜도는 애초에 전력이 형편없는 팀이었고, 2015 클리퍼스는 얕은 선수층으로 인해 주축들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정신력까지 무너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기부여의 대가로 불리는 리버스 감독이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다잡아주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6차전 막판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이 문제였다. 질 수 없는 경기를 내줬기에 패배의 여파가 7차전까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하며

휴스턴은 이번 시리즈를 계기로 결속력이 한층 더 단단해지는 효과를 얻었다. 케빈 맥헤일 감독 또한 탄력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등 한층 발전(?)하고 있다. 로케츠는 20일부터 열리는 서부 컨퍼런스 결승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NBA 파이널 진출권을 놓고 숙명적인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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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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