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염용근 기자 = 드래프트 제도를 시행하는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중 2순위 지명자가 가장 불행한 곳은 아마 NBA 리그일 듯하다.

『야후 스포츠』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자 마이클 비즐리가 중국 CBA 리그의 상하이와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 시즌 마이애미 히트 소속으로 활약했으며 재계약 통보를 받지 못했다. 이후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비보장 계약을 맺고 NBA 잔류를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데뷔 후 6년 만에 경쟁에서 낙오된 것이다.

비즐리는 2008년 드래프트 당시 데릭 로즈(시카고 불스)와 함께 1순위 지명을 놓고 경쟁을 펼쳤다. 당시 전문가들은 누가 1순위로 지명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평가했었다. 그만큼 고교 시절과 대학 무대에서의 활약이 탁월했다. 비즐리 뒤에 지명된 선수들을 살펴보면 비록 NBA 경력은 보잘 것 없지만 ‘넥스트 르브론’으로 각광받았던 OJ 메이요(밀워키 벅스), 올스타 가드로 성장한 러셀 웨스트브룩(오클라호마시티 썬더), 더블-더블 머신 케빈 러브(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등이 있다.

마이애미 히트에서의 첫 2시즌부터 실망스러웠다. 트위너 포워드의 전형적인 약점을 노출한 것. 4번 포지션을 맡기에는 파워와 높이고 부족했고 3번으로 가기에는 스피드와 센스에서 밀렸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로 이적한 후 맞은 3년차 시즌에는 평균 19.2득점을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팀플레이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후 피닉스 선즈, 친정 팀인 마이애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지만 팀의 주축과는 거리가 멀었다.

NBA에는 비즐리 뿐만 아니라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자의 실패사례가 무수히 많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1984년 드래프트 2순위 지명자 샘 보위. 잦은 부상으로 인해 통산 511경기 출전에 그쳤으며 개인 성적 역시 경기당 평균 10.9득점 7.5리바운드 1.8블록슛에 그쳤다. 무엇보다 후순위 지명자들이 마이클 조던(3순위), 찰스 바클리(5순위), 존 스탁턴(17순위) 등이다. 비운의 운명을 타고난 셈이다.

이천년대 드래프트에서 후순위 지명자들에 비해 활약이 아쉬웠던 선수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마이클 키드-길크리스트(2012년 드래프트/*샬럿 밥캐츠 지명)
통산 140경기 평균 8.2득점 5.6리바운드 1.2어시스트 FG 46.4% *PER 13.2
*現 샬럿 호네츠
*PER ? 15를 리그 평균으로 설정한 개별 선수의 분당 생산력 수치

켄터키 대학 시절 다재다능한 포워드로 명성을 날렸다. 공격력은 다소 아쉬웠던 반면 훌륭한 운동능력과 수비, 코트 왕복 속도가 일품이었다. 그러나 NBA 데뷔 후 공격 잠재력이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 슛 매커니즘 자체가 중거리 점프슛을 시도하기에 부적합하다. 그렇다고 볼 핸들링과 시야가 좋은 것도 아닌 탓에 다른 부문에서 팀에 기여하기도 힘들다. 그나마 수비에서 활약해주고 있지만 드래프트 지명 순위를 감안하면 여러모로 아쉽다.

2012년 드래프트 주요 지명자들
앤써니 데이비스(1순위) 브래들리 빌(3순위) 데미안 릴라드(6순위)
안드레 드러먼드(9순위) 존 헨슨(14순위)

데릭 윌리엄스(2011년 드래프트)
통산 222경기 평균 9.6득점 4.8리바운드 FG 42.4% 3P 29.6% PER 13.0

트위너 포워드의 또 다른 실패사례. 사실 데뷔 당시부터 최대 성장치가 테디어스 영(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정도였다. 단, 애리조나 대학 시절 인정받았던 3점슛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로 부진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비즐리처럼 3-4번 포지션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던 것. 새크라멘토 이적 후 간간히 운동능력을 활용해 하이라이트 장면을 만들어냈지만 신인 계약이 끝나면 저니맨 생활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2011년 드래프트 주요 지명자들
카이리 어빙(1순위) 켐바 워커(9순위) 클레이 톰슨(11순위) 카와이 레너드(15순위)
니콜라 뷰세비치(16순위) 케네스 퍼리드(22순위) 챈들러 파슨스(38순위)

에반 터너(2010년 드래프트)
통산 306경기 평균 11.1득점 5.3리바운드 3.1어시스트 FG 42.7% PER 12.0

터너는 대학 시절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을 휩쓸었다. 안정적인 슈팅 밸런스를 바탕으로 코트 어디에서나 득점을 터트렸다. 또한 포지션 대비 준수한 리바운드 능력과 시야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성장을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NBA 수준에서는 특별한 능력이 없었다. 대학 시절과 비교해 슛 거리가 반 토막 났으며 의외로 볼 없는 움직임이 형편없었다. 슈터로서의 자질 자체가 부족했던 셈이다. 패싱 능력 역시 다른 부문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차기시즌 보스턴 셀틱스 소속으로 명예회복을 노린다.

2010년 드래프트 주요 지명자들
존 월(1순위) 데릭 페이버스(3순위) 드마커스 커즌스(5순위)
그렉 먼로(7순위) 고든 헤이워드(9순위) 폴 조지(10순위)
래리 샌더스(15순위) 에릭 블렛소(18순위) 랜드 스티븐슨(40순위)

하심 타빗(2009년 드래프트)
통산 224경기 평균 2.2득점 2.7리바운드 0.8블록슛 FG 56.7% PER 10.3

신체조건 하나만으로 높은 순위 지명을 받은 케이스. 확실히 221cm 119kg 229cm의 윙스펜은 스카우터들 입장에서 매력적이었다. 코네티컷 대학에서 가파른 성장 속도를 선보인 것도 주가를 더욱 높인 계기가 되었다. 이미 1~3번 포지션에 코어 유망주들을 보유하고 있던 멤피스는 타빗을 지명한 후 2~3년 후를 바라보는 플랜을 세웠다.(GMC 트리오-마이클 콘리, 메이요, 루디 게이) 단, 타빗은 데뷔 시즌에 이미 NBA 코트에서 10분 이상 활약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났다. 스킬 발전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절망적인 BQ 역시 코칭스태프 입장에서 개선시키기 힘들었다. 그나마 훌륭한 신체조건이 있기 때문에 저니맨으로라도 NBA 생활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드래프트 주요 지명자들
블레이크 그리핀(1순위) 제임스 하든(3순위) 타이릭 에반스(4순위)
리키 루비오(5순위) 스테판 커리(7순위) 드마 데로잔(9순위)
즈루 할러데이(17순위) 타이 로슨(18순위) 타지 깁슨(26순위)

이밖에도 2005년 드래프트의 악몽 마빈 윌리엄스가 있다. 후순위 지명자가 무려 데론 윌리엄스(3순위), 크리스 폴(4순위)이다. 2004년 2순위 지명자 에메카 오카포 역시 다소 아쉬운 커리어를 보내고 있으며 2003년의 다르코 밀리치치는 워낙 유명해서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전설의 2003년 드래프트
르브론 제임스(1순위) 카멜로 앤써니(3순위) 크리스 보쉬(4순위) 드웨인 웨이드(5순위)

각각 2000~2002년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자들인 스트로마일 스위프트, 타이슨 챈들러(잠재력을 발휘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제이 윌리엄스(오토바이 사고) 등도 순탄하지 못한 커리어를 보냈다.

그나마 성공한 선수를 꼽자면 2006년 안드레아 바그냐니 폭탄을 피해간 시카고 불스의 라마커스 알드리지가 있다. 단, 시카고는 바그냐니 폭탄을 피했지만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져스의 유혹을 극복하지 못했다. 4순위 지명자인 타이러스 토마스와 알드리지의 지명권을 트레이드 한 것이다. 이로서 데릭 로즈-알드리지 콤비 탄생은 물거품이 되었다. 사실상 2순위 지명자였던 토마스의 끔찍한 커리어를 떠올려보면 역시 저주가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천년대 들어 유일하게 2순위 지명자 저주가 없었던 드래프트는 2007년이다. 물론 어부지리로 얻어걸린 느낌이 강했다. 전체 1순위 지명자인 그렉 오든은 ‘빌 러셀’의 재림으로 평가받던 최고 유망주. 애당초 오든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구단은 없었다. 덕분에 2순위 지명권을 소유했던 오클라호마시티는 케빈 듀란트를 지명, 저주를 피해갈 수 있었다. 각각 3~4순위 지명권을 보유했던 애틀랜타 호크스(알 호포드 지명), 멤피스(마이클 콘리 지명)도 운(?)이 좋았다.

올해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을 받은 선수는 밀워키의 자바리 파커다. 1순위 앤드류 위긴스(미네소타), 3순위 조엘 엠비드(필라델피아)와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 과연 파커가 드래프트 2순위 지명자의 저주를 깨고 멋진 NBA 커리어를 만들 수 있을지 여부를 두고 보자.

[루키] = 염용근 기자(shemagic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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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캡쳐 = 마이클 비즐리 인스타그램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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