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정진경 칼럼니스트] 지난 4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는 우리 시간으로 15일, 홈에서 백투백으로 치러진 뉴욕 리버티와의 경기에서 100-65로 대승을 거뒀다. 총체적 난국을 보였던 지난 9일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개막전 이후 자취를 감췄던 빠른 트랜지션과 조직적인 공·수 조화의 모습이 리즈 캠베이지(Liz Cambage) 합류 후 거의 처음으로 맞아 들어갔고, 선수들의 집중력 있는 모습은 전반에만 66점을 올리는 무서운 기세로 이어졌다.

수비에서도 상대의 주득점원인 티나 찰스(Tina Charles)를 단 6점으로 완벽하게 묶었고, 앞선의 적극적인 수비 압박으로 상대의 턴오버를 유발시켰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 역시 턴오버의 문제로부터는 자유롭지 않다. 뉴욕도 15개의 턴오버를 범했지만, 라스베이거스는 이보다 더 많은 19개의 턴오버를 범했다.

라스베이거스는 초반 6경기에서 평균 16.8개의 턴오버를 기록 중이다. 리그에서 3번째로 많다. 턴오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경기까지 라스베이거스는 지난 시즌 득점왕 캠베이지가 뛴 4경기에서 1승 3패의 저조한 성적을 올렸다.

그동안 로우 포스트에서 강점을 보이며 1대1 능력을 보여줬던 아이자 윌슨(A’ja Wilson)은 캠베이지와 합을 맞추면서는 주로 하이 포스트에서 볼을 연결 해 주며 활동 하는 것에 타이밍을 못 잡고, 잦은 턴오버 등으로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둘의 하이-로우 플레이가 아주 좋은 타이밍으로 여러 차례 성공됐다. 

윌슨은 지난 뉴욕과의 경기에서 시즌 데뷔 후 37경기 연속으로 올리던 두 자릿수 득점의 기록이 깨질 만큼 부진한 모습을 보여 줬지만, 오늘은 14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하이포스트와 로우포스트에서 본인의 역할 구분을 아주 잘 해줬다. 

득점 기계 캠베이지의 공격 본능은 오늘도 탁월했다.

16분 32초를 뛰며 17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의 활약을 했는데, 포스트에서 좋은 위치 선점으로 경기 시작 2분 만에 7득점을 올리는 무서운 득점력을 보여줬다. 후반에는 포스트 뿐 아니라 드라이브 인을 통해 득점을 올렸는데, 파워는 물론 안정감도 높았다.

캠베이지는 현재 경기당 15.2점으로 득점부분 11위다. 평균 17.6분을 뛰며 올린 기록이다. 현재 WNBA에서 평균 20분도 뛰지 않으면서 10점 이상의 득점을 올린 것은 캠베이지와 워싱턴 미스틱스의 에어리얼 파워스(Aerial Powers, 17.0분 11.8점) 뿐이다. 

지난 시즌 캠베이지는 평균 30분 가까이 뛰었던 선수다. 캠베이지가 정상궤도에 올라서면 득점력면에서는 더 큰 위력을 보여줄 것임이 분명하다.  

오늘 경기에서 라스베이거스는 공격 조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앞선과 더블 포스트 센터들이 좌우 나뉘어 한 쪽 사이드에서 시작하는 3대3이나 2대2 플레이에서 부터 반대쪽 볼 없는 움직임의 컷 타이밍이나 패스 타이밍 등의 조직력이 좋아진 것으로 보아, 지난 4일 동안 이 플레이들에 대한 문제점을 확실히 개선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빠른 트랜지션의 팀 컬러를 갖고 있는 팀답게 여러 차례 쉬운 속공 득점을 성공했는데, 이는 케일라 맥브라이드(Kayla McBride)의 연결이 아니면 거의 나올 수 없는 부분이다. 

맥브라이드는 좀처럼 기복을 보이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가 안정적인 득점루트일 뿐 아니라, 달리면서 볼 연결을 해 주는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잘 알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좋은 A패스나 득점이 나오는 상황을 보면 그의 손에서 많은 찬스들이 만들어졌다. 수비도 못하는 선수가 아니다. 분명 라스베이거스의 키 플레이어임에는 틀림이 없다. 

오늘 경기에서 인상 깊첬던 장면은 이 속도게임에서 어느 정도 우려를 낳았던 라스베이거스의 센터들이 무리없이 잘 달려주며 참여를 했다는 점이다. 이는 캠베이지는 물론 박지수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박지수가 몇 번 보여줬던 트랜지션 참여는 앞선의 패스가 안 좋았던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현재 박지수의 몸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것과 오늘 같은 출장 시간이 부여 되면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오늘 박지수는 총 14분 39초 출장하며, 3점 5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했다. 2쿼터 초반, 캠베이지의 어시스트를 받아 미들슛을 성공했고, 후반에는 좋은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프리드로우 파울을 얻어내 이중 1개를 성공했다. 특히 리바운드 중 3개가 공격 리바운드였다.

조금 아쉬운 부분은 박지수가 자리 잡았을 때, 볼 투입이 될 만한 상황에도 볼이 반대로 도는 것과 판정에서의 아쉬움이다. 

박지수는 상대의 드라이브인을 완벽한 타이밍에서 블록슛 했지만 파울을 지적당했다. 오히려 왼팔로 밀고 들어온 상대의 공격자 파울이었고,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확하게 막아낸 블록슛이었다. 오히려 박지수의 공격 때는 심판의 콜이 인색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박지수는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줬다. 수비는 여전히 안정적이었고,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르샨다 그레이(Reshanda Gray), 한쉬(Han Xu)를 상대로는 자신이 더 나은 선수임을 보여줬다.

박지수는 오늘 팀의 모든 센터들과 호흡을 맞췄다. 빌 레임비어(Bill Laimbeer) 감독이 캐롤린 스워즈(Carolyn Swords)와 무의미한 교체를 하지 않기를 바랐는데, 아직은 여러 조합으로 센터들을 맞춰 보는 것 같다. 

오늘 같은 경기력이면 라스베이거스는 시즌 전 WNBA 단장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무서운 팀임에는 틀림이 없다. 물론 상대가 약체인 뉴욕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도 있지만,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라스베이거스가 크게 밀리는 모습은 없었다.

본인들 스스로의 경기력 기복을 줄이는 것이 큰 숙제일 것 같다.

분명 전력에서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전력의 안정감 이상의 기복이 나타나는 것은 원정 경기의 이동거리가 길고 시차도 존재하기 때문에 경기 일정에 따른 컨디션 조절이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WNBA의 다른 모든 팀들도 같은 환경에 있으니, 그것이 문젯거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같이 완벽한 컨디션과 체력유지가 되고 팀 선수들의 호흡이 잘 맞아 들어가면 라스베이거스는 분명 더 많은 승수와 함께, 정규리그 이후의 계획을 세우는 팀이 될 것 같다.

사진 :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 제공 @lv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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