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사람인지라 댓글을 결국 보게 되더라고요”

24일 신사동 KBL 센터에서 만난 김상규의 얼굴에는 긴장과 걱정이 가득해보였다.

계약서 사인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김상규는 “처음부터 돈보다는 출전 기회를 원해서 선택한 이적”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높은 연봉은 부담이 많이 된다. 사람인지라 댓글을 결국 보게 되더라.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엔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계약 기간 5년, 보수 총액 4억 2천만원의 대형 계약. 김상규의 말대로 이제는 부담감과 압박감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 그럴 만하다. 김상규는 지난 시즌 평균 16분 8초를 뛰며 3.8점 2.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물론 농구는 기록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스포츠는 아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김상규의 이번 계약은 지난 시즌 기록 대비 보수 총액이 높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엔 코트에서 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수밖에 없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시즌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으나, 구단 안팎으로는 선수단 노쇠화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드래프트 하위 지명권으로는 팀에 도움이 될 젊은 피 수혈에 한계가 있다고 구단 내부적으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이것이 이번 FA 시장의 적극성으로 이어졌고, 결국 김상규를 영입하게 됐다.

김상규는 201cm의 장신 포워드다. 하지만 신장에 비해 민첩하고 슈팅 범위도 넓다. 팀 공격을 직접 이끌 수 있는 볼 핸들링, 득점 생산 능력을 프로 무대에서 보여준 적은 없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처럼 뛰어난 주축 선수들이 이미 포진한 팀에서는 안정적인 조력자로서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자원이다. 단국대 시절 평균 26.8점을 기록하며 득점왕을 차지한 경험도 있다. 기본적인 잠재력 자체가 부족하지는 않은 선수다.

문태종이 은퇴한 현대모비스는 때마침 포워드진에 상당한 공백이 생겼다. 오용준과 재계약했고 향후 전준범 복귀를 기대할 수 있으나, 시즌 개막 시점의 포워드진 전력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지을 수 없었다. 배수용은 아직은 성장이 필요한 선수다. 김상규의 합류는 세대교체 지속과 포워드진 전력 보강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김상규는 현대모비스에 대해 “그동안 밖에서만 봐서 세밀한 부분은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뛰었던 전자랜드와 비슷한 시스템과 분위기를 가졌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그렇다면 적응하는 데에는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디펜딩 챔피언에서 뛴다는 게 기쁘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는 다음 시즌부터 곧바로 연봉에 맞는 활약을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과연 김상규는 현대모비스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낼 수 있을까? 현대모비스는 오는 6월 24일에 비시즌 훈련을 재개한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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