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서울, 원석연 기자] “아내가 현역 시절 뛰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봤어요. 이렇게 어머니농구대회 때나 제대로 뛰는 것을 보는데 볼 때마다 신기하죠. 걱정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멋있기도 하고.”

18일부터 19일까지 숙명여고 체육관에서 열린 은퇴 선수들의 화합의 장 ‘제39회 한국어머니농구대회’가 성황리에 마쳤다. 10개 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숭의여고가 지난 38회 대회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2일 차 첫 경기였던 광주 연합과 숙명여고의 맞대결,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부산 BNK 썸 양지희 코치와 과거 신세계 쿨캣에서 뛰었던 신혜인이 그 주인공. 왕년에 WKBL을 수놓았던 두 스타는 각각 광주 연합과 숙명여고 유니폼을 입고 한 치 양보 없는 맞대결을 펼쳤다. 양지희는 현역 시절 전매특허였던 포스트업을 주무기로 광주 연합을 이끌었고, 신혜인은 3점슛을 3개나 터뜨리며 숙명여고의 공격을 주도했다. 

그런데 여기, 코트 위에 있는 양지희와 신혜인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관중석에서 아내를 지켜보는 남편들이다. 아내가 던진 슛이 들어가면 손뼉을 치면서 환호하다가도 아내의 실책이 나오면 곧바로 고개를 푹 숙인다. 좋아하는 프로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일반 팬들의 모습과 영락없다.

양지희 코치의 남편 일반인 김창훈(38) 씨는 “아내가 최근 운동을 전혀 안 했다. 열정만큼은 현역 때 같은데 몸이 안 따라준다(웃음). 다음 대회 땐 몸을 좀 만들어서 오면 더 괜찮을 것 같다. 잘 준비시키겠다”고 웃었다. 김 씨의 말대로 양 코치는 이날 후반전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막판에는 자유투를 4개 연속 놓치며 광주 연합의 패배의 주범(?)이 되기도 했다.

어머니농구대회를 지켜본 김 씨는 “참신하고 재밌는 대회다. 예전에 못 봤던 레전드 선수들의 플레이도 볼 수 있고, 다른 시대를 살았던 스타 선수들의 플레이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열정들이 다들 현역 때만큼 대단하다. 보기 좋다”고 전했다. 

 

신혜인을 응원하기 위해 두 딸의 손을 잡고 체육관을 찾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구스타 박철우(34) 역시 똑같은 마음.

박철우는 “아내의 경기를 보기 위해 매년 어머니농구대회를 찾고 있다. 친선 경기인데도 매 경기 정말 치열하다. 나는 걱정이 돼 ‘몸 좀 사리면서 하라’고 하는데, 말을 안 듣는다. 아무래도 모교 유니폼을 입고 나가니 자부심도 그렇고 자존심도 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현역 시절 뛰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봤다. 이렇게 어머니농구대회 때나 제대로 뛰는 것을 보는데 볼 때마다 신기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절대 설렁설렁 뛰는 일 없이 최선을 다해 뛰는데, 걱정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멋있기도 하다. 아내 덕에 농구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나중에 은퇴하면 함께 동아리 농구도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팽팽했던 경기는 44-37로 숙명여고의 승리로 끝나며 남편들의 외조 대결 역시 막을 내렸다. “온 선수들과 온 가족들이 함께 하는 화합의 장이 됐으면 한다”는 한국어머니농구회 홍영순 회장의 말처럼, 39회째를 맞이한 어머니농구대회는 이제 선수뿐만 아니라 선수의 가족들까지도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됐다.

사진 = 루키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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