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승기 기자]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로스터에는 한국 농구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있다. 바로 디온테 버튼이다. 맞다. 2017-18시즌 KBL 원주 DB에서 활약하며 리그를 초토화시켰던 바로 그 외국인선수다. 그는 시즌 종료 후 곧바로 미국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꿈’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디온테 버튼은 과연 NBA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본 기사는 루키더바스켓 3월호에 실린 기사를 부분 편집한 것입니다. 디온테 버튼이 버튼이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정식 NBA 계약을 맺기 전인 지난 2월 22일에 작성됐습니다.

(1부에서 이어)

 

NBA 드래프트에 낙방한 이유

디온테 버튼은 2017 NBA 드래프트에 도전했으나 낙방하고 말았다. 대학시절 농구를 못했던 것도 아니었다. 아이오와 주립대 3학년 시절, 벤치 멤버로서 ‘3월의 광란’ 토너먼트 16강 진출에 기여했고, 4학년 때는 선발 가드로 올라서 평균 15.1점 6.2리바운드 1.8어시스트 1.7스틸 1.4블록 3점슛 성공률 37.5%로 다재다능함을 뽐내기도 했다. 최강팀 중 하나였던 캔자스 대학(해당 시즌 준우승)을 상대로 3점슛 7개 포함, 29점을 터뜨리며 아이오와 주립대의 연장 승리를 이끈 경기는 버튼의 대학 커리어 최고의 순간이기도 했다.

사실 아이오와 주립대는 그리 손꼽히는 강팀이 아니었다. 2017 NCAA 토너먼트 32강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이 팀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2017 드래프트에서 버튼의 팀 동료 중에 유일하게 NBA의 부름을 받은 선수는 몬테 모리스였다. 아이오와 주립대의 에이스였던 몬테 모리스는 2라운드 51순위로 덴버 너게츠에 지명되었다.

무엇보다도 버튼은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은 선수로 분류되었다. 사실 고교시절만 하더라도 초인적인 운동능력 덕분에 전국 유망주 랭킹 50위권에 꼽혔던 선수가 바로 버튼이었다. 하지만 대학시절 키가 거의 자라지 않았고, 첫 3년 동안 보여준 게 거의 없었다. 4학년이 되어서야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그러나 대학 4학년을 모두 마친 버튼의 성장폭이 크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더 큰 문제는 사이즈였다. 버튼의 드래프트 컴바인 기록을 보자. 신발 신고 6피트 4.75인치(약 195cm)가 나왔다. (한국에서 맨발 신장이 192.6cm였던 것을 보면 매우 정확하다.) 윙스팬은 6피트 11.5인치(약 212cm)로 신장 대비 긴 편이었으나 사이즈가 애매했다. 당시 NBA 스카우터들의 분석을 살펴보면, 버튼을 스몰볼 4, 5번으로 분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NBA에서 뛰고 있는 PJ 터커, 세미 오젤레예, 제이 크라우더 같은 유형으로 봤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NBA에서 빅맨으로 뛰기에 신발 신고 6피트 5인치도 안 되는 신장은 너무 작아 경쟁력이 없었다.

그렇다면 왜 NBA 스카우터들이 버튼을 가드가 아닌 빅맨 유형으로 분류했을까? 당시만 하더라도 버튼은 약점이 명확한 선수였다. 볼핸들링이 안정적이지 않았고, 외곽 수비력도 약한 편이었다. 게다가 전문슈터가 아니다 보니 3점슛 기복도 있었다. 이 때문에 바깥에서는 크게 메리트가 없어 보였다. 대신 110~120kg을 오가는 엄청난 체격과 경이로운 운동능력을 활용해 골밑에서는 버티는 수비와 블록을 잘했다. 이러한 까닭에 스카우터들이 버튼에게 적합한 NBA 포지션은 스몰볼 빅맨이라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었다.

그렇다. 버튼은 트위너였던 것이다. 백코트 플레이어로서는 스피드와 기술이 떨어지고, 프런트코트에서 뛰기에는 키가 작았다. 게다가 대학 4년을 모두 마치고 NBA에 도전한 탓에 성장 가능성도 낮아 보였다. 버튼은 그렇게 NBA 드래프트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이 낳은 NBA 스타?

그런 면에서 볼 때, 원주 DB에서의 1년이 버튼에게 큰 도움이 되었음은 분명한 것 같다. 버튼은 DB의 슈퍼 에이스로 뛰며 모든 것을 경험해봤다. 본인이 원하는 만큼 공을 소유했고, 이 과정에서 볼핸들링을 비롯한 포인트가드에게 필요한 각종 스킬들을 단련할 수 있었다.

수비 역시 마찬가지다. 버튼은 DB에서 뛸 당시 1번부터 5번까지 모두 수비해내는 괴물 같은 면모를 보여줬다. 작고 빠른 가드들을 상대하는 것부터, 본인보다 크고 강한 빅맨들을 막는 것까지 모두 해냈다. 당연히 가로수비, 세로수비 모두 발전하게 됐다. 

원주 DB의 이상범 감독 또한 버튼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둘은 누구보다도 서로를 신뢰했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했다. 이상범 감독은 버튼이 한국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코트 안팎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덕분에 버튼은 한국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KBL을 초토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버튼은 기량이 향상되었고, 농구 전술 이해도 또한 높아지게 됐다.

실제로 버튼은 최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서의 경험이 정말 대단했다. 팬들이 나를 정말 많이 좋아해줬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있었기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한국 생활이 지루하긴 했다. 거의 체육관에서만 살았다. 집과 체육관을 오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활을 반복하며 열심히 훈련한 덕분에 오클라호마시티와 계약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생활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버튼의 소속팀 DB의 연고지는 강원도 원주. 숙소 또한 원주에 있었다.(올 시즌부터는 숙소제가 전면 폐지됐다). 유흥거리가 수도권에 비해 적었던 원주에서는 농구에만 집중하며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버튼의 기량이 NBA에서 통하는 이유

자, 그렇다면 버튼은 정말 NBA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의 실력이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필자의 대답은 ‘예스’다. 사실 필자는 버튼이 KBL에서 뛰던 때부터 버튼이 지금 당장 NBA에 가도 몇몇 선수들보다는 나을 거라고 주장해왔던 사람이다. 그리고 올시즌 버튼의 경기들을 보면서 확신을 얻었다. 버튼의 기량은 NBA에서 통한다.

일단 버튼의 사이즈를 잘 생각해보자. 지금 NBA 프로필상 버튼은 6피트 5인치(195.6cm)에 245파운드(111kg)다. 윙스팬은 212cm. 이는 제임스 하든(6피트 5인치, 220파운드)과 같은 프로필 키에 체중은 약 11kg나 더 무거운 수준이다. 게다가 하든의 윙스팬은 210cm다. 버튼이 2cm 더 길다.

드웨인 웨이드는 디온테 버튼과 키가 완벽하게 똑같다. 맨발 192.6cm에 착화 신장 195cm까지 일치한다. (하든은 드래프트 당시 맨발 193cm에 착화 196.9cm였다.) 웨이드의 체중은 100kg으로 하든과 같고, 윙스팬 또한 210cm로 하든과 똑같다. 종합하면, 버튼이 웨이드, 하든보다 더 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버튼이 ‘언더사이즈 트위너’가 아니라 NBA 가드들을 상대로 오히려 신체적 우위를 지닌다는 얘기다. 버튼을 빅맨으로 분류하면 당연히 언더사이즈 트위너가 되겠지만, 백코트 플레이어로 쓸 때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사이즈 열세가 아니라 사이즈 이점을 지닌 선수가 된다. 현 NBA 슈팅가드들 중에서 하든과 웨이드의 신체가 가장 강한데, 버튼은 이들과 맞먹는 혹은 능가하는 피지컬을 지니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현재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버튼을 완벽하게 활용하고 있다. 버튼을 공격시에는 가드 포지션으로, 수비시에는 1~3번 수비수로 기용한다. 버튼의 최적 포지션을 찾아냈고, 활용법 또한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원주 DB 경기를 보며 많은 힌트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또 하나 결정적인 이야기. 버튼의 운동능력은 기대 이상이다. 아니, 조금 더 과감하게 말하자면 NBA 레벨에서도 최상위권임이 증명되었다. 버튼은 미국으로 떠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많은 덩크 하이라이트 필름을 남기고 있다. 앨리웁, 윈드밀, 360도 회전, 토마호크, 리버스 등 엄청난 덩크쇼를 보여준다. 컷-인 혹은 속공시 이런 묘기를 많이 보여주는데, 웬만한 수비수는 두 눈을 뜨고도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다. 버튼의 운동능력이 너무 월등하기 때문이다.

가공할 만한 점프력과 압도적인 파워도 모자라 공중 바디 컨트롤 능력까지 동시에 갖췄다. 덕분에 공중에서 상대와 부딪혀도 밀려남이 없다. 순식간에 바디 밸런스를 잡고 그대로 본인의 플레이를 이어간다. 르브론 제임스나 제임스 하든이 이런 플레이를 잘하는데, 버튼은 이미 이게 된다. 공중 바디 컨트롤 능력은 굉장히 중요하다. 슈퍼스타들 중에서도 이게 안 돼서 림 근처 마무리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버튼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높이와 힘에 비해, 속도는 특별하지 않다. 엄청난 체중 때문인지 버튼의 스피드는 NBA 기준으로는 그리 빠르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본인의 플레이를 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는 된다. 버튼은 원주 DB 시절과 달라진 역할에 적응하기 위해 약간 감량했는데, 덕분에 몸놀림이 더 날렵해지기는 했다. 이는 컷-인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정식계약을 따내다

정리하자면, 버튼은 가드 포지션 기준 리그 최고의 신체와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기본기도 탄탄하고 전술 이해도도 높은 편이다. NBA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열정과 향상심 또한 대단히 강한 선수다. 이런 선수가 실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마침 오클라호마시티 백코트 자원들이 병원을 자주 들락거리기 때문에 버튼의 정식 계약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필자가 너무 지나치게 낙관론을 펼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버튼은 아직 보여준 것이 많이 않으니까. 하지만 그 가능성만큼은 충분하다고 본다. (지난 3월 11일 버튼은 결국 NBA 정식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올 시즌은 15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2019-2020시즌부터 2020-2021시즌까지 총액 349만 달러를 받을 예정이다. - 편집자 주)

성공적인 NBA 정착을 위해서는 보다 더 안정적인 슈터가 될 필요가 있다. 캐치앤샷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수비는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았기 때문에, 3점슛 장착은 필수다. 현재까지 외곽슛 성공률 35.0%로 나쁘지는 않지만, 표본 자체가 적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3점슛 능력이 향상된다면 3&D 플레이어로서 얼마든지 각광받을 수 있다고 본다.

사실 버튼은 피닉스 선즈처럼 포인트가드 포지션이 약한 팀에서 뛰면 훨씬 많은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기회를 준 오클라호마시티의 기대에 부응하는 게 우선이다. 일단은 썬더 구단과 정식계약을 체결하고 그 뒤를 도모하는 게 좋겠다. 

버튼에게 불가능은 없다. NBA 드래프트에 낙방했고, 머나먼 한국에서 기량을 갈고 닦아 NBA에 입성한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을 이뤄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버튼은 “원주 DB에서 뛸 때만 하더라도 내가 NBA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사람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어떤 곳에서 뛰든 계속해서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계속 노력을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버튼이 NBA의 메인 볼 핸들러로 뛰는 날도 오지 않을까.

사진 제공 = 로이터/뉴스1,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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