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정규리그 2위. 

우리은행이 6년 동안 지키고 있던 왕좌를 내준 채 정규리그를 마쳤다. 위성우 감독 부임 후, 꾸준히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치며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했던 우리은행이 낯선 플레이오프를 경험하게 됐다.

냉정하게 성적만 놓고 보면 한 발 내려선 시즌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챔피언 결정전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다면 7년 연속 우승이 좌절된 시즌이라고 기록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올 시즌 구단측면에서 여러 가지 성장과 발전의 가능성을 찾았다.

지난해까지 통합 6연패를 달성했지만 우리은행에 대한 평가는 ‘농구만 잘하는 팀’이었다. 선수들 스스로 “우리는 인기 없는 팀”이라며 “농구라도 잘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프로팀에게 성적이 1순위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팬 프랜들리 정책이나 연고지 정착을 위한 노력 면에서 우리은행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이들은 드물었다. 

특히 춘천을 연고지로 쓰던 시절, 춘천호반체육관의 관중석을 상상하면 빼곡하게 자리를 메운 동원관중이 제일 먼저 떠오를 정도. 동원된 우리은행 신입행원들의 충성도 높은 응원은 농구나 선수들을 위한 응원이 아닌 ‘보여주기 식 경쟁’으로 보였고, 오히려 경기장을 찾는 순수한 농구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아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후 우리은행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관중도 늘었고, 홈경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이번 시즌 막판에는 유니폼 이벤트를 통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지난 달 23일 KB스타즈와의 경기 때, 창립 120주년 기념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다. 지난 1일에는 삼일절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 유니폼을 제작했고, 8일에는 임영희의 WKBL 최초 600경기 출전을 기념하는 특별 유니폼을 선보였다. 숫자 600을 이용한 엠블럼을 달았고, 선수들 모두 등에 ‘임영희’의 이름을 달고 뛰었다.

모기업의 기념일과 국경일, 그리고 선수의 개인 기록을 모두 챙기며 유니폼 이벤트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였고, 팬들과 선수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다른 구단들이 크리스마스나 특정일을 기념해 특별 유니폼을 입은 적은 있었지만, 우리은행이 이런 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부임 7년째인데, 이런 이벤트를 처음 보는 것 같다”면서도 “특별 유니폼이 예쁘게 나온 것 같고, 의미도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장훈 우리은행 사무국장은 “꾸준히 팬들이 늘고 있다. 특히 아산으로 옮긴 후로는 가족 단위 팬들과 어린 팬들이 많이 온다는 게 고무적이다. 더 많은 팬들이 농구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접 경기를 뛰는 선수들도 홈 경기장 분위기가 가장 좋은 곳으로 청주에 이어 두 번째로 아산을 꼽았다. 

라이벌 KB는 여자농구 연고지 정착의 모범사례를 만들며 청주를 자타가 공인하는 ‘여자농구특별시’로 만들었다. WKBL 출범 후 최다 우승을 자랑하는 '디팬딩 챔피언' 우리은행 역시 본격적인 연고지 정착과 팬 끌어안기에 나서며 적극적인 행보를 다짐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 시즌부터 여자농구 2강을 형성한 KB와 함께 본격적인 ‘충청더비’를 통해 여자농구 중흥의 불씨를 지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