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그렇게 바닥을 찍고 나니까 그때서야 주위에서 신경 써주는 것들이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응원을 해주실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2.4점 1.3리바운드 1.1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23.4%.

부천 KEB하나은행의 가드 김지영의 올시즌 성적이다. 여자농구에서 보기 드문 더블 클러치와 유로 스텝 등의 화려한 개인기와 개인기만큼이나 빛나는 쇼맨십으로 데뷔 2년 차부터 일찍이 많은 주목을 받은 김지영은 올시즌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일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린 장충체육관에서 만난 김지영은 여전히 밝았다. ‘지염둥이’라는 별명을 얻게 해준 특유의 비타민 같은 미소를 인터뷰 내내 보이면서도 속 깊은 얘기를 조곤조곤 털어놨다. 

올스타전이라 그런지 상당히 들떠있는 모습이다.

“‘올스타 브레이크’라고 하지만 사실 이 기간이 온전한 브레이크는 아니다. 일주일 정도 경기가 없지만, 선수들은 보통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만 휴식하고 바로 운동을 한다. 오늘 아침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왔다. 그런데 이렇게 모두 모여서 놀고 있으니 축제 분위기도 나고 기분이 좋다.”

 

2년 차였던 2016-2017시즌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당시 드라마 ‘도깨비’ 패러디를 비롯해 걸그룹 트와이스의 댄스까지 많은 끼를 선보였다. 코트 밖에서 보는 올스타전은 어떤 느낌인가?

“둘 다 좋다.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것은 팬들의 투표를 받아 나서는 것이니 그만큼 의미가 있고, 이렇게 밖에서 구경하는 것도 또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그래도 올스타 경력이 있는 선수인데 아쉬움은 없나.

“물론 2년 전에 올스타전에 나갔을 때는 정말 재밌었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내가 너무 못해서 아쉬울 것도 없다.”

올시즌 전반기를 돌아본다면?

“농구 욕심이 많다. 특히 이번 비시즌 때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데 막상 시즌이 시작하니 준비했던 것들이 결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시즌이 시작하고 나서 한동안 자신감이 바닥을 쳤다. 게임을 뛰어도 내가 코트 위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마인드 컨트롤도 안 됐다. 주위에서 힘내라고 응원하고 조언해주는데도 하나도 들리지 않더라. 그러다가 최근 세 경기 정도 출전을 못하면서 정말 밑바닥을 찍었다. 그렇게 바닥을 찍고 나니까 그때서야 주위에서 신경 써주는 것들이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응원을 해주실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김지영은 올시즌 경기당 9분 29초로 데뷔 시즌(4경기 출전)을 제외하고 가장 적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아예 로테이션에서 제외되기까지 했다. 12월 6일부터 19일까지 하나은행이 5경기를 치르는 동안 김지영이 출전한 시간은 10분이 채 안 됐다.

“정말 과분한 위로를 받았다. 그런 시기를 겪고 나니 마인드가 달라졌다. 그때부터는 정말 ‘몇 분 몇 초를 뛰든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내 할 일만 하고 나오자’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편해졌다. 덕분에 전반기 막판에는 경기력이 좀 나아졌다.”

그의 말대로 그는 전반기 막판 3경기에서 평균 5.3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출전 시간은 8분 47초. 시간 대비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후반기 각오가 있다면?

“전반기와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벤치에서 나와 식스맨 역할을 할 텐데 나올 때마다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전반기 막판 감을 잘 유지해서 후반기에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2.4득점. 데뷔 4년 차 선수의 성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분명 실망스러운 기록.

그러나 1998년생 김지영은 만 스무살이 된 지 아직 열흘이 채 안 됐다. 특출난 재능 덕분에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뿐, 사실 그의 커리어는 이제 막 시작한 것과 다름없다. 전반기 바닥을 찍고 온 김지영의 시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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