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올 시즌 WKBL에는 각 팀의 준주전급, 혹은 식스맨으로 성장한 젊은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소니아와 박다정은 우리은행의 1위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으며,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여줬던 KB의 김민정은 주전자리를 노리고 있다. 삼성생명의 윤예빈과 이주연은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준주전급으로 성장했고, 하나은행의 신인상 듀오 김이슬과 신지현은 긴 부상의 터널을 극복했다. OK저축은행의 안혜지, 신한은행의 한엄지도 올 시즌 주목받은 젊은 선수들.

이들은 모두 프로에서 몇 년의 시간을 보낸 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고 있는 선수들이다. 반면 신인상 후보가 될 선수들의 활약은 미미하다.

WKBL의 신인상은 전년도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뽑힌 선수들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단순하게 볼 때 WKBL 입성 후 두 번째 시즌을 뛰는 선수들까지가 대상에 포함되는 것. 따라서 지난해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뽑힌 선수들은 이번 시즌이 신인상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신인상 대상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신인상에 부합하는 활약’은 커녕 ‘신인상 후보의 자격 조건 충족’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 기준 상 WKBL에서 신인상 수상 후보에 오르기 위해서는 해당 시즌의 절반 이상의 경기에 출전해야 한다. 팀당 35경기를 치르는 만큼 18경기에 출전해야 한다는 것. 시즌 절반가량이 지난 현재, 이 조건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선수는 없다.

2018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각 팀에 지명된 선수는 총 14명이고 이중 13명이 이번 시즌에 등록되어 있지만 절반에 가까운 6명은 아직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다. 경기에 뛴 선수들도 정상전력으로 나서며 출전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잡기보다는 승부가 이미 갈린 시점을 소화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선수는 김나연(삼성생명)으로 6경기에서 평균 2분 25초를 뛰었고, 경기 당 0.7점 0.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평균 출전 시간이 가장 긴 선수는 김진희(우리은행)로 4경기에 나서, 평균 4분 50초를 뛰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상황에 따라 투입 여부를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부상을 당해 한동안 출전을 하지 못했다.

본격적인 순위싸움이 시작되는 후반기에는 신인급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기회가 더 줄어든다. 1월부터는 퓨처스리그도 시작된다. 경기수가 많지는 않지만, 어린 선수들은 1군 경기보다는 퓨처스리그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출전 기회를 잡는 것이 마냥 긍정적이지 않은 이유다.

오는 8일 열리는 2019 신입선수 선발회에 나서는 선수들도 올 시즌 신인상 수상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일찍부터 최대어로 주목받은 박지현(숭의여고)을 비롯해 이소희(인성여고), 신이슬(온양여고) 등 좋은 가드 자원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물리적인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현재 WKBL은 각 팀당 17~18경기를 치렀다. 따라서 시즌 절반(18경기) 이상 출전 규정에 의해 신인상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나마 18경기를 남겨놓고 있는 OK저축은행, 신한은행에 선발되는 선수들은 전 경기에 출전한다는 전재 하에 이 조건을 넘길 수도 있지만, OK저축은행의 후반기 첫 경기는 9일, 신한은행은 10일이다. 

이로 인해 올 시즌 신인상은 벌써부터 대상자가 없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WKBL에 신인상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은 2002년 이후 신인상 수상자가 없었던 적은 없다. 신인상을 받은 선수가 수상을 박탈당한 사례(2015-16시즌)가 한 차례 있었을 뿐, 매년 신인상은 수여됐다.

오히려 신인상 수상과 관련한 논란은 꾸준히 존재했다. ‘신인상을 수상한 선수 중, 상을 받을 만한 모습을 보인 선수가 과연 몇 명이나 되냐’는 논란이었다. 2016-17시즌 당시 박지수(KB스타즈)가 신인상을 수상하자 “정말 오랜만에 신인상다운 신인상이 나왔다”는 자조도 있었다. 그러나 신인상 후보 자격을 아무도 획득하지 못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여자농구 관계자들은 “프로에 들어오는 신입생들의 수준이 예년만 못하기 때문에 신인상 후보 자격을 조금 더 완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인상’의 가치를 생각하자면, 시상을 위한 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과연 올 시즌은 신인상의 주인공이 나올 수 있을까?

*추가 : WKBL에서 신인선수상 기준은 시즌 경기 절반이 아니라 15경기 이상이라고 밝혀 바로잡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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