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염용근 기자] 리그는 언제나 새로운 스타를 원한다. 그리고 미디어와 팬들은 기존 스타들과 영건들의 경쟁 구도에 열광한다. 과거 월트 챔벌레인과 빌 러셀의 시대가 마무리된 후 카림 압둘-자바가 등장했고, 매직 존슨과 래리 버드의 불꽃 튀는 라이벌 시대가 종료된 후에는 마이클 조단이 천하통일을 이뤘다.
 
21세기의 NBA 역시 마찬가지다. 리그와 미디어가 의도적으로 만든 마이클 조단의 후계자 구도에서 코비 브라이언트가 최후까지 생존하더니 현재는 르브론 제임스가 역대 최고 선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르브론의 옆에는 늘 간발의 차이로 ‘콩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케빈 듀란트가 있다.
 
그렇다면 르브론과 듀란트의 뒤를 잇는 2010년대의 간판 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될까? 지난 2012년 드래프트에는 그 어느 때보다 미래의 슈퍼스타 재목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는 2011년과 2013년 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내민 자원들의 평균적인 수준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2011년의 카이리 어빙, 2013년은 마이클 카터-윌리엄스 정도를 제외하면 올스타 수준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2012년 드래프티들은 리그의 기대에 부응해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전체 1순위 지명자인 앤써니 데이비스와 신인왕을 차지한 데미언 릴라드, 2년차에 인사이드를 파괴하고 있는 안드레 드루먼드 등은 향후 리그 판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젊은 자원들이다. 여기서는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2년차 선수들인 데미안 릴라드와 앤써니 데이비스를 간략하게 조명해보자.
 
데미언 릴라드(드래프트 전체 6순위)
시즌 평균 21.4득점 3.7리바운드 5.7어시스트 0.8스틸 2.4실책
FG 42.1% 3P 44.3% FT 89.5%
2012-13시즌 신인왕 선정
 
지난 2011-12시즌 레이몬드 펠튼(現 뉴욕 닉스)의 끔찍한 활약에 몸서리를 쳤던 포틀랜드는 2012년 드래프트에서 주저 없이 포인트 가드 1순위 릴라드를 지명했다. 그는 데뷔전부터 23득점 11어시스트를 기록, ‘판타스틱 4’를 구성해 우승을 노리던 L.A. 레이커스 선수들에게 돌아갈 스포트라이트를 가로챘다. 비록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지는 못했지만 평균 득점, 어시스트, 자유투, 3점슛에서 모두 신인 1위를 차지했고, 내친 김에 신인왕까지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다. 특히 185개의 3점슛은 역대 신인 최고 기록이었다.
 
2년차 시즌에는 더욱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무자비한 3점슛(120개 성공)은 리그 1위, 포인트 가드 포지션에서 평균 20득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3명 중 하나다.(나머지는 스테판 커리, 카이리 어빙) 특히 지난 시즌 커리가 NBA 역사상 최초로 달성했던 경기당 평균 20득점-5어시스트 이상, 3점슛 3개 이상 적중, 3점슛 성공률 40% 이상을 바로 이듬해에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현대 농구에서 가장 효율적인 득점 루트로 각광받고 있는 돌파에 이은 페인트존 마무리&3점슛 이지선다형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고 있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2년차 선수답지 않게 클러치 상황에서 강점을 과시하고 있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비록 수비와 미세한 경기 조율에서 약점을 노출했지만 공격적인 재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큰 문제까지는 아니다. 이번 시즌 포틀랜드가 서부 컨퍼런스 4위 이내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경우 ALL-NBA 팀 입성까지 노려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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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써니 데이비스(뉴올리언스 펠리컨스)
시즌 평균 19.6득점 10.3리바운드 1.2어시스트 3.1블록슛 1.4스틸 1.6실책
FG 52.6% FT 74.9%
2012-13시즌 ALL-ROOKIE 퍼스트 팀 선정
 
대학 무대를 평정했던 데이비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2012년 드래프트 최고의 재능이었다. 비록 신인왕은 릴라드에게 양보했지만 부상으로 많은 경기(18경기)에 결장했던 탓이 컸다. 특히 그렉 오든(現 마이애미 히트) 이후 대학 무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수비력을 선보였으며 이는 상위 리그인 NBA에서도 그대로 통용되었다. 역대 신인 중 경기당 평균 10득점-8리바운드 이상, 1.5블록슛-1스틸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데이비드 로빈슨, 하킴 올라주원, 패트릭 유잉, 크리스 웨버 등 모두 리그의 전설들이었다.(조 스미스까지 포함)
 
2년차 시즌에는 기존의 수비 능력에 더해 공격에서의 잠재력까지 만개했다. 엘리트 빅맨의 상징인 경기당 평균 15득점 10리바운드를 쓸어담고 있으며 야투 성공률 역시 52.6%로 대단히 우수하다. 빅맨답지 않게 슛 터치가 꽤나 부드럽기 때문에 중거리 점프슛과 자유투 획득 등 득점 루트도 다양한 편이다. 또한 긴 팔과 운동 능력을 활용한 호쾌한 덩크는 뉴올리언스 팬들의 즐거움 중 하나다.
 
다소 빈약한 웨이트로 인해 부상이 많다는 점이 아쉽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몸 관리 노하우 역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히려 부족한 웨이트에도 불구하고 경기당 평균 3.1개의 블록슛으로 리그 1위를 달라고 있는 사실이 놀랍다. 역대 최연소 블록슛 기록 부분을 갈아치웠던 조쉬 스미스(現 디트로이트 피스톤스)가 2년차 시즌까지 기록한 블록슛이 352개로 데이비스가 현재 페이스대로 시즌을 마칠 경우 비슷한 수치가 산정된다. 무난하게 이번 시즌 ‘올해의 수비 팀’에 선정될 전망이다.
 
맞대결 성적
데이비스 평균 20.4득점 9.4리바운드 1.4어시스트 2.2블록슛
릴라드 평균 21.2득점 2.2리바운드 5.2어시스트 0.3스틸
총 5경기 3승 2패로 데이비스 우위
 
릴라드와 데이비스가 리그에 입성한 이래 각자의 소속 팀인 뉴올리언스와 포틀랜드는 현재까지 총 5회의 맞대결을 펼쳐 뉴올리언스가 3승을 가져갔다. 두 선수의 포지션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성적만 놓고 보면 데이비스가 좀 더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물론 차이는 종잇장 하나 차이다. 이번 시즌 첫 맞 맞대결이었던 지난 2013년 12월 22일 대결에서는 릴라드가 29득점을 폭발시킨 반면 12월 31일 2차전에서는 데이비스가 27득점 12리바운드 5블록슛을 기록했다. 릴라드 역시 다시 한 번 29득점으로 응수했다. 두 선수의 시즌 기록과 비교해보면 2년차 라이벌 대결에서 더욱 불타올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현재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르브론과 듀란트의 시대도 언젠가는 저물 것이다. 2010년대 후반 리그 최고의 슈퍼스타 라이벌 구도에 드래프트 동기들인 데이비스와 릴라드가 이름을 올리는 것도 흥미로운 사건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2년차 시즌에 충분히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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