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팬들의 원성은 자자했고, 구단은 심판설명회에 이어 제소까지 불사했지만 심판부가 볼 때는 큰 문제가 없었다. WKBL 판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는 지난 23일 불거졌다.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KEB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69-73으로 패했다. 경기 내내 접전이 펼쳐졌지만 내용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U파울과 테크니컬 파울 4개가 선언됐고, 삼성생명의 외국인 선수 카리스마 펜은 3쿼터 이른 시간에 5반칙으로 퇴장을 당했다. 양 팀 벤치에서는 끊임없이 판정에 대한 항의가 이어졌고, 심판이 불지 않은 판정에 격분한 선수가 자신이 맞은 흔적을 심판에게 직접 보이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심판 판정을 비난하는 관중의 목소리가 체육관에 울리기도 했다.

경기 막판 기자석에서는 “이 경기에서 지는 팀은 어느 쪽이든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 취재진 사이에 오가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농구 관계자들 역시 “어느 팀에게 유리하다는 걸 따지기 전에 전반적인 경기 운영 면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엉망이었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루가 지난 후,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만난 다른 구단 관계자들 역시 해당 경기 판정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너무했다”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규정이 바뀌며 비디오 판독 횟수가 줄었는데 그 만큼 더 늘었어야 하는 심판의 책임감이 아쉽다. 비디오를 보고도 판정이 틀리면 신뢰는 더 떨어진다”는 쓴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현장과 팬들이 느낀 이질감과 심판부의 판단에는 큰 온도차가 존재했던 것 같다.

삼성생명은 해당 경기에 대해 심판 설명회를 요청함과 동시에 제소절차를 밟았다. 경기에서 발생한 18가지 판정에 대해 설명을 요청했고, 경기 운영 및 비디오 판독을 통해 나온 U파울과 터치아웃 등의 판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24일 오후, 심판설명회가 먼저 열렸다. 결과적으로 삼성생명은 심판설명회 결과에 대해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생명 측은 “심판설명회 결과에 대해 외부에 알리는 것을 자제해 달라 하여 자세한 사항을 말할 수 없다”면서도 “심판과 심판교육관이 설명회에 배석해 비디오 판독 부분에 대해 문제없는 판정이었다고 하더라.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 이상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에도 지적했듯, 심판 설명회에서는 중재의 역할이 존재하지 않는다. 구단이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 심판 측이 문제없다고 일축하면 의견은 평행선을 달릴 뿐, 의견 도출이나 합의는 불가능하다.

23일 경기가 종료된 후 다음날까지 각종 여자농구 기사에는 내용과 상관없이 심판을 성토하는 댓글이 봇물을 이뤘다. 해당 경기와 관련된 기사는 물론, 이와 상관없는 기사에도 팬들은 판정 문제에 불만을 나타냈고 비디오 판독을 하고도 틀리는 부분을 성토했다.

심지어 경기 결과는 심판에게 물어보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최선을 다해 힘든 경기에서 값진 승리를 올린 하나은행은 판정 수혜를 봤다며 뜻하지 않은 비난을 뒤집어 써야 했다.

판정에 대해 팬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23일 경기 후 보인 반응과 불신은 이전과는 그 정도와 크기가 확실히 달랐다.

그러나 WKBL 심판부는 이에 대해 정심이라고 못을 막았다. 대다수의 의견과 의심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라고 강조하며 자신들이 옳다는 입장을 관철해 심판설명회 소식을 듣고 변화를 기대하던 팬들의 마음에도 못을 박았다. 현장에서는 시간에 쫓겨 판단이 틀릴수도 있지만 여러 차례 확인한 사항에서도 잘못된 것을 바로 잡지 않는 것은 생떼와 다를 바 없다.

지난 몇 년간 WKBL은 심판 판정과 관련해 엄청난 홍역을 치렀다. 특히 전임 총재 시절에는 판정과 관련한 루머까지 횡횡했다. 하지만 숱한 판정 논란에도 불구하고 심판설명회를 요구하는 구단은 많지 않았다. 심판설명회가 유명무실하다는 게 이유였다. 구단들은 오히려 심판설명회를 개최해봤자 불이익을 받는다며, 대응을 최대한 자제했다.

신임 이병완 총재가 부임한 후, WKBL은 올 시즌을 앞두고 여자농구 레전드인 박찬숙, 박정은을 본부장과 부장으로 위촉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천명했다. 

3X3 농구와 유소년 지원 등을 통해 적극적인 저변 확대에 나선 WKBL이 프로리그의 경기력을 고양시키고 팬들의 관심을 더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경기 운영과 심판들의 판정에도 발전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선수 출신인 본부장과 부장이 심판들과 함께 호흡하며 현장과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야심찬 출발을 보였지만 3라운드를 마친 현재, 판정에 대한 불신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크게 나아진 점이 없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도 있다. 본부장과 부장이 노력한다고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생명은 심판설명회에서도 제기된 비디오 판독 문제를 제소 안건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심판설명회에서 이 부분의 문제를 완강히 부인함에 따라 재정위원회의 결과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숱한 노력에도 변화가 없는 이유는 뭘까? 경기 운영과 판정 불신에 대한 현장과 팬들의 반응이 그저 극성스러울 뿐 심판부의 판단처럼 큰 문제가 없는 것일까? WKBL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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