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앤-롤 공격을 시도하고 있는 더마 드로잔과 요나스 발렌시우나스.
픽-앤-롤 공격을 시도하고 있는 더마 드로잔과 요나스 발렌시우나스.
 
[루키 = 이승기] "선수 하나 팔았을 뿐인데."
 
의아하다. 토론토 랩터스가 달라졌다. 언제나 그랬듯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하던 시즌 초와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아직 시즌이 반도 안 지났지만 2007-08시즌 이후 첫 플레이오프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토론토는 2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에어 캐나다 센터에서 열린 2013-14시즌 NBA 정규리그 경기에서 인디애나 페이서스를 95-82로 여유있게 따돌렸다. 또, 최근 4연승에 성공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인디애나는 시즌 개막 이후 줄곧 동부 컨퍼런스 1위를 질주 중인 강력한 우승후보다. 하지만 약체로 여겨지던 토론토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토론토는 이날 후반전 들어 압도적인 에너지를 방출하며 인디애나를 당혹케 했다.
 
인디애나는 3쿼터 중반까지 5~8점차를 유지하며 앞서나갔다. 하지만 토론토의 얼리 오펜스와 기습적인 3점슛에 당하며 서서히 수비 균열이 일어났다. 토론토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계속 인디애나를 몰아붙여 승리를 따냈다.
 
토론토가 후반전을 55-38로 압도했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토론토는 리그 최악의 후반 경기력을 가진 팀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3일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의 원정 경기는 그 대표적인 예다.
 
당시 경기는 토론토 팬들에게 악몽을 선사했다. 토론토는 3쿼터를 88-70으로 앞선 채 4쿼터에 돌입했다. 그러나 4쿼터에만 42점을 얻어맞으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경기는 결국 112-103, 골든스테이트의 승리로 끝났다.
 
토론토가 달라진 것은 '루디 게이 트레이드' 직후였다. 신기하게도 팀의 에이스를 트레이드한 뒤 팀 성적이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토론토는 게이가 팀에서 나간 뒤 11경기에서 무려 8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12월 초 6승 12패였던 토론토는 어느덧 15승 15패, 5할 승률을 맞췄다. 현재 애틀랜틱 디비전 선두로 올라서며 동부 컨퍼런스 4위에 랭크, 진지하게 플레이오프를 바라보는 입장이 됐다.
 
토론토가 달라진 것과 관련해 여러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선 '블랙홀 슈팅 머신' 게이의 이적으로 인해 선수들이 공을 공유하게 된 점이 반갑다. 이것은 분명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수혜자는 팀의 포인트가드 카일 라우리다. 게이가 떠난 뒤 라우리의 볼 소유 시간이 늘어났다. 라우리는 최근 다섯 경기에서 평균 19.2점, 10.2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45.9%, 3점슛 성공률 41.4%를 올렸다. 토론토는 해당 기간 동안 4승을 거뒀다.
 
더마 드로잔은 이제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기복이 심하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큰 탈 없이 잘해오고 있다. 주전으로 승격된 테렌스 로스는 리그 최고의 스윙맨 수비수 중 한 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디애나와의 경기에서 역시 폴 조지를 12점으로 묶어 토론토 승리의 숨은 공신이 됐다.
 
두 이적생, 존 샐먼스와 그레비스 바스케즈가 합류하며 벤치 전력이 탄탄해진 것 또한 호재다. 토론토는 이제 주전 선수들이 쉴 경우에도 어느 정도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드웨인 케이시 감독이 요나스 발렌시우나스를 중용하기 시작한 것도 랩터스 경기력이 상승한 원인 중 하나다. 발렌시우나스가 인사이드에서 중심을 잡아주기 시작하면서 토론토의 경기에 안정감이 생겼다.
 
팬들은 예전부터 "케이시 감독을 해고하라"며 성토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케이시는 지난 11월 말, 경기 마지막 순간 아미르 존슨에게 위닝 3점슛을 지시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또, 발렌시우나스를 지나치게 아끼는(?) 듯한 선수기용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는데, 그랬던 그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물론 그 외 대부분의 경우는 여전히 실망스럽지만 말이다.
 
토론토는 평균 98.1점만을 실점하며 리그 9위에 올라 있다. 빈약한 공격력(99.2점, 18위)과 애처로운 어시스트(18.8개, 30위)에도 불구하고 5할 승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이번 시즌 토론토는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 중인 팀과의 맞대결에서 3승 10패를 기록하고 있다. 그 중 2승을 동, 서부 컨퍼런스 1위인 인디애나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게서 쟁취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토론토의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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