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경기 평균 10.1득점 2.5리바운드 2.3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45.9% 3점슛 성공률 38.9%
현 시점에서 촬영한다면 에인지의 목을 조른 사람은 가넷이 아닌 피어스가 아닐까? ⓒ gettyimages/멀티비츠
 
[루키 염용근 기자]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 TD 가든을 방문한 L.A. 클리퍼스는 96-88로 역전승을 거뒀다. 두 팀의 현재 성적만 놓고 본다면 큰 뉴스거리가 아닌 결과였다. 하지만 클리퍼스의 감독이 지난 시즌까지 보스턴 셀틱스를 이끌었던 명장 닥 리버스였기 때문에 그의 친정 방문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보스턴을 방문하기 전부터 인터뷰를 통해 남다른 감회를 고백했던 리버스는 경기 후 뉴스 컨퍼런스에서도 과거 친정 팬들의 따뜻한 박수와 환영에 감사의 표현을 남겼다.
 
2005-06시즌부터 2012-13시즌까지 9년동안 보스턴을 이끌었던 리버스는 통산 416승 205패 승률 57.7%를 기록했다. L.A. 레이커스와 더불어 리그 최고 명문 팀인 보스턴의 긴 역사 속에서 리버스의 416승은 전설적인 명감독 레드 아우어벡(1951년~1966년/795승), 톰 하인손(1970년~1978년/427승)에 이어 3위에 위치하고 있을 정도로 큰 족적을 남겼다.
 
보스턴 시절 리버스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바로 2007-08시즌을 앞두고 전격 결성된 'BIG 3'다. 각자의 소속 팀에서 악전고투하던 슈퍼스타 케빈 가넷(당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폴 피어스(보스턴), 레이 알렌(당시 시애틀 슈퍼소닉스)이 초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보스턴에서 뭉치면서 결성 당시부터 수많은 화제거리를 낳았다.
 
'BIG 3'의 이름값만큼 보스턴의 2007-08시즌은 대단히 각별했다. 정규 시즌 우승은 물론 파이널에서 숙적 레이커스를 꺽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플레이오프 과정을 살펴보면 1라운드 애틀랜타 호크스와의 7차전 혈투, 2라운드에서 신성 르브론 제임스가 이끈 클리브랜드 캐벌리어스 격파,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는 당시 동부 컨퍼런스의 맹주를 자처했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까지 제압했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완벽한 우승 드라마였던 셈이다.
 
2007-08시즌의 보스턴 셀틱스
정규 시즌 66승 16패(2006-07시즌 댈러스 매버릭스의 67승 15패에 이어 이천년대 2위 승률)
3년만의 플레이오프 진출
1985-86시즌 후 첫 파이널 우승(통산 17회)
평균 90.3실점(리그 2위), 득실점 마진 +10.2점(리그 1위)
 
이후 'BIG 3'는 2011-12시즌까지 한솥밥을 먹으며 4번의 플레이오프 진출과 1번의 파이널 진출을 합작했다. 그러나 두 번 다시 2007-08시즌의 영광을 재현할 수는 없었다. 2012-13시즌 개막 전 알렌이 마이애미 히트로 떠났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가넷과 피어스까지 타의(?)에 밀려 이적을 단행하며 'BIG 3'는 공식적인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그렇다면 유니폼을 갈아 입은 가넷, 피어스, 알렌의 현재 모습을 어떻게 변해 있을까? 여전히 우승을 목표로 땀 흘리고 있는 부분은 동일하지만 팀에서의 역할, 성적, 주변 환경 등은 지난 2007-08시즌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난다. 보스턴 영광을 합작했던 3인방의 과거와 현재를 간략하게 조명해보자. 현 시점 최고의 'BIG 3'인 르브론-크리스 보쉬-드웨인 웨이드(이하 마이애미 히트)의 미래를 예측해보는 측면에서도 흥미로울 것이다.
 
BKN_Garnett_Kevin1.jpg
가넷의 종착역은 브루클린? (사진= NBA 미디어 센트럴)
케빈 가넷(現 브루클린 네츠)
2007-08시즌 연봉 2,3000만 달러
71경기 평균 18.8득점 9.2리바운드 3.4어시스트 1.3블록슛 야투 성공률 53.9%
ALL-NBA, ALL-Defensive 퍼스트 팀 선정, 올해의 수비왕 수상
2013-14시즌 연봉 1,200만 달러
19경기 평균 6.7득점 7.6리바운드 1.8어시스트 0.8블록슛 야투 성공률 37.1%
 
미네소타의 '외로운 늑대'는 보스턴 합류 후 '셀틱 프라이드'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BIG 3'의 조화를 무엇보다 강조한 리버스 감독에 의해 공격에서의 역할이 다소 줄어든 반면 팀 수비에서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는 특정 선수의 수비력을 측정하는 '디펜시브 레이팅'에서 커리어 하이인 94를 기록했다는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괜히 올해의 수비왕에 선정된 것이 아니다. 보드 장악력과 대인 수비는 물론 3점 라인부터 골밑까지 미치는 그의 광범위한 활동 반경은 대체 불가능의 수준이었다. 최근 리버스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만약 가넷이 지속적으로 건강을 유지했다면 보스턴의 우승 횟수는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가넷의 현재는 다소 우울하다. 보스턴 유니폼이 아니라면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내비쳤지만 리빌딩으로 노선을 변경한 팀 입장에서 그는 좋은 트레이드 매물에 불과했다.(대니 에인지 단장의 리빌딩 작업은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 거부할 수 밖에 없는 방식이었다) 결국 2013년 여름, 영혼의 동반자 피어스와 함께 브루클린으로 전격 트레이드되었고, 그렇게 가넷의 보스턴 생활은 종지부를 찍는다.
 
브루클린에서의 가넷은 2007-08시즌 당시의 모습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출전 시간이 10분 가까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의 존재감 역시 많이 퇴색되었다. 더 이상 팀을 승리로 이끄는 선수라 표현하기 어렵다. 내년 시즌까지 1,200만 달러의 연봉이 보장된 반면 가넷의 강한 자존심을 감안한다면 이번 시즌  팀 성적이 좋지 못할 경우 은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BKN_Pierce_Paul1.jpg
명예로운 은퇴 기회가 남아 있을까? (사진 = NBA 미디어 센트럴)
폴 피어스(現 브루클린 네츠)
2007-08시즌 연봉 1,600만 달러
80경기 평균 19.6득점 5.1리바운드 4.5어시스트 1.3스틸 야투 성공률 46.4%
ALL-NBA 써드 팀 선정, 파이널 MVP 수상
2013-14시즌 연봉 1,500만 달러
16경기 평균 11.9득점 5.1리바운드 2.8어시스트 0.8스틸 야투 성공률 36.1%
 
피어스는 명문 보스턴의 이천년대 암흑기를 홀로 버틴 고독한 리더였다. 보스턴 팀 컬러에 맞춰 피어스의 심장 역시 초록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셈이다. 'BIG 3' 결성 후에는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내외곽 어디에서나 득점이 가능한 전천후 공격 자원으로 코트를 누볐다. 특히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특유의 유려한 돌파에 이은 3점 플레이를 이끌어 내는 것이 전매특허였다. 피어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때마다 동료들의 사기가 진작되었음은 물론이다. 또한 레이커스와의 파이널 맞대결에서 평균 21.8득점 6.3어시스트를 기록해 생애 첫 파이널 MVP까지 손에 넣는다.
 
그러나 보스턴에 뼈를 묻겠다는 피어스의 바램은 끝내 좌절되고 만다. 암흑기 시절부터 끈임없이 트레이드 루머에 시달렸던 그는 2013년 플레이오프 도중 만약 구단이 자신을 트레이드 하더라도 훗날 1일 계약을 맺고 복귀해 초록색 유니폼과 함께 은퇴하겠다는 최루성(?) 인터뷰를 남기기도 했다. 결국 그의 우려는 2013년 여름 브루클린과의 트레이드로 현실이 되었다. 보스턴 소속으로 통산 1,102경기(역대 3위), 득점 24,021점(2위), 스틸 1,583개(1위), 3점 슛 성공 1,823개(1위) 등의 기록을 남기고 팀을 떠나게 된 것이다.
 
피어스의 현재 상황은 우울하기 그지없다. 전성기 시절에 비해 공격 효율이 반토막난 것은 둘째치더라도 각종 부상으로 인해 정상 컨디션 유지에서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이번 시즌 브루클린의 부진을 피어스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지만 팀내 3위 고액 연봉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자동문 수준으로 전락한 수비 문제 역시 심각하다. 브루클린이 플레이오프에서 상대할 라이벌들이 보유한 르브론(마이애미), 폴 조지(인디애나 페이서스) 등을 고려하면 수비 문제가 더욱 두드러질 위험이 높다.
 
MIA_Allen_Ray1.jpg
마이애미에서 행복한 알렌 (사진 = NBA 미디어 센트럴)
레이 알렌(마이애미 히트)
2007-08시즌 연봉 1,600만 달러
73경기 평균 17.4득점 3.7리바운드 3.1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44.5% 3점슛 성공률 39.8%
2013-14시즌 연봉 320만 달러
19경기 평균 10.1득점 2.5리바운드 2.3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45.9% 3점슛 성공률 38.9%
 
1975년생으로 'BIG 3'의 맏형이다. 그리고 'BIG 3' 중 커리어동안 동료 복(福)이 가장 많았다. 데뷔 팀이었던 밀워키 벅스에서 글렌 로빈슨, 샘 카셀과 함께 'BIG 3'(보스턴과 비교하면 다소 초라하지만)를 결성했고, 시애틀 슈퍼소닉스 소속으로는 라샤드 루이스와 공포의 'R-R' 콤비를 구축했다. 보스턴 이적후에도 알렌의 고감도 득점력은 변함없었다. 특히 플레이오프와 같은 큰 무대에서 알렌의 정확한 외곽포는 무수히 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을 양산했다. 필자 기준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2010-11시즌 플레이오프 뉴욕 닉스와의 1라운드 1차전에서 작렬시킨 결승 3점포였다.
 
알렌과 보스턴의 이별은 가넷, 피어스와는 성격이 다르다. 가넷, 피어스가 에인지 단장이 주도한 트레이드로 의해 팀을 떠났다면 알렌은 스스로 마이애미행을 선택했다. 당시 보스턴 팬들은 왜 하필 라이벌 구단인 마이애미를 선택했냐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BIG 3'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었던 팀내 입지, 새로운 리더로 부상한 포인트 가드 라존 론도와의 의견 차이 등 그가 팀을 등지게 된 이유는 분명 존재했다. 적절한 출전 시간 분배와 우승 반지 추가를 위해서라도 마이애미를 선택한 것은 좋은 판단이었다.
 
마이애미에서의 알렌은 행복하다. 비록 주전 역할에서 물러났지만 4쿼터 승부처에서 여전히 큰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2012-13시즌 샌안토니오와의 파이널 6차전에서는 팀을 지옥에서 구출하는 통렬한 3점슛을 적중시키기도 했다. 훗날 알렌이 은퇴한 후 커리어 최고의 순간이 언제였냐고 질문 한다면 보스턴 시절이 아닌, 2013년 샌안토니오와의 파이널 6차전을 꼽을지도 모르겠다.
 
사진 제공 = gettyimages/멀티비츠, NBA 미디어 센트럴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