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서울 삼성이 비시즌에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서울 삼성 썬더스는 11일 경기도 용인시청소련수련원에서 열린 ‘제20회 참사랑 가족의학캠프’에 참여했다. 

참사랑 가족의학캠프는 삼성서울병원 소아암센터와 ‘참사랑회’에서 함께 진행하는 행사이며, 참사랑회는 소아암 투병을 했거나 현재 투병 중인 환아의 부모 모임이다. 이번 캠프에는 환아와 가족을 포함해 약 200여 명이 참여했다. 

삼성 선수단은 2002-03시즌부터 ‘해피포인트’ 제도를 운영해왔다. 해피포인트란 감독과 선수들이 개인 성적에 따라 소정의 금액을 적립해 소외계층을 후원하는 서울 삼성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지난 시즌에는 이상민 감독(승수)과 문태영, 김동욱(이상 3점슛), 김태술(어시스트), 이관희(스틸) 등 5명이 총 3,150만 원을 적립해 투병 중인 소아암 환아들에게 전달했다. 선수단은 이번 행사를 앞두고 치료비를 후원한 환아의 부모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기도 했다. 

삼성은 단순히 치료비 전달에만 그치지 않기로 했다. 선수단 모두가 환아 캠프를 직접 방문해 많은 아이들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선수단은 지난 시즌부터 참사랑 캠프 농구 교실을 통해 환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다.

이날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은 농구 클리닉이었다. 35도를 웃도는 날씨였지만, 선수들은 밝은 모습이었다. 선수단은 정준수와 홍순규의 시범으로 스트레칭을 진행한 뒤 본격적인 농구 교실 수업에 들어갔다.

이후 학생들은 함께 시간을 보낼 선수들을 직접 골랐다. 때아닌 인기투표가 펼쳐진 셈이었다. 선수들은 이때부터 웃음이 터졌다. 한 여학생이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입대한 이동엽을 애타게 찾았기 때문이다. 이 여학생은 “동엽이 오빠를 보러 왔는데, 군인이 됐다니 믿을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고, 선수들은 그에게 “면회를 가라”고 귀여운 핀잔을 주며 장난을 쳤다.

이날 최고 인기 선수는 문태영이었다. 문태영 앞에는 많은 학생들이 줄을 섰다. 물론 민망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관희와 김현수 앞에는 학생들이 없었기 때문. 그런데도 두 선수는 밝은 미소와 함께 다른 선수들과 섞여 농구를 가르쳤다.

이외에도 선수들은 학생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호흡했다. 김동욱은 학생들에게 ‘키 크는 법’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농구를 열심히 하라”는 노하우를 전달했다. 배강률은 환우들 앞에서 덩크 시범을 선보였다. 천기범과 장민국 역시 학생들과 섞여 직접 3X3 농구 대결을 펼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또 선수단은 행사 중간마다 사진을 찍어주며 환우들과의 추억을 남겼다.  

단체 사진을 찍은 뒤에는 실내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했다. 먼저 환아와 가족들 소개를 한 뒤 세 팀으로 나눠 다양한 게임을 했다. 김현수, 배강률, 성기빈, 천기범 등이 직접 참여했다. 특히 차민석은 레크레이션 중간중간에도 어린아이들과 놀아주는 훈훈한 광경을 연출했다.  

이후 운동장으로 이동한 선수단은 캠프 참여자들과 캠프파이어를 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삼성 선수단의 이번 사회공헌 활동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현재 투병 중이거나 투병을 했던 아이들이 건강함의 대명사인 농구 선수와 함께 운동하면서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구미현 삼성서울병원 의료사회복지사는 “여기에 참여한 아이들은 생사를 넘나들던 아이들이다. 이번 캠프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라고 설명한 뒤 “농구선수와 함께 운동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나도 선수들처럼 건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또 선물도 주고 간다. 선수단이 아이들에게 희망과 즐거움 모두를 주고 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환아와 가족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급성림프모구성 백혈병을 앓았던 성민석(10) 군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이번 캠프에 참여했다. 그는 삼성 선수단의 농구 교실을 애타게 기다려왔다. 지난해 농구 클리닉을 하던 중 건강 악화가 우려돼 도중에 멈춰야 했기 때문이다.

“이름이 똑같아서 차민석 선수를 좋아한다”고 밝힌 성 군은 “형들과 함께 농구를 하려고 그동안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런데 많이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형들과 즐겁게 농구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했다.

성 군의 어머니인 오숙향(45) 씨도 마찬가지였다. 오 씨는 “지난해에는 (성)민석이가 투병 중인 상태여서 농구 교실에 마지막까지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치료가 종결된 상태다. 민석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차민석 선수와 함께 건강하게 웃으면서 운동을 하는 모습이 정말 뿌듯하고 즐겁다. (차)민석 선수가 얼마나 농구를 잘하는지는 사실 잘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차민석 선수가 최고다. 정말 감사하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허제윤(22) 군 역시 “어릴 때 농구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항암제 부작용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8년 만에 처음으로 오늘 농구공을 잡았다. 특히 선수들과 함께 농구를 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너무 고마웠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행사는 삼성 선수들에게도 큰 의미다.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문태영은 “지난 시즌 기록으로 기부를 했고, 도움을 주게 돼 기쁘다. 아이들이 더 힘을 냈으면 좋겠고, 웃음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며 “어떤 카테고리로 참여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시즌에는 더 좋은 기록으로 더 많이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관희 역시 “다음 시즌에 더 많은 금액이 적립될 수 있도록 비시즌을 착실히 보내겠다”고 했다. 

가장 많은 금액을 적립한 김동욱은 “액수가 사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뒤 “치료비를 받은 부모로부터 고맙다는 편지를 받으니 나도 아이들의 부모로서 마음이 찡했다. 어린 친구들이 빨리 완쾌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김현수 역시 이번 행사가 색다르게 느껴졌다. 그는 “이런 행사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정말 뿌듯하다”며 “만약 다음 시즌 기록으로 기부할 기회가 있다면, 망설임 없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상민 감독은 “이번 캠프에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참여했다고 들었다. 더 많은 아이들이 건강을 회복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다”고 말한 뒤 “소아암은 결코 작은 병이 아니다. 우리 선수단을 통해 환아와 가족들이 희망과 건강을 찾았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소감을 전했다. 

서울 삼성 측은 앞으로도 소외 계층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동석 단장은 “이번 캠프에서 어린이들의 명랑한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하고 즐겁다. 선수단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번 행사가 환아들에게 동기부여가 됐으면 한다.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빨리 건강해지기를 바란다”며 “더욱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 최기창 기자, 서울 삼성 농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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