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골든스테이트가 또 다시 왕좌에 올랐다. 4년 연속 파이널, 그리고 3번의 우승. 리그 2연패에도 성공한 지금, 누구도 골든스테이트가 왕조를 구축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황금 전사들의 강력함이 리그를 집어삼키고 있다. 바야흐로 골든스테이트의 시대다.

(본 기사는 6월 13일에 작성됐으며 루키더바스켓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어떻게 보아도 왕조다

‘왕조(Dynasty)’의 기준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한다. 꾸준히 파이널 무대에 올라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리그 2연패 이상은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군가는 정규시즌 성적이 받쳐주는 가운데 파이널 우승까지 꾸준히 차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왕조’에 대한 생각 때문에 어떤 팀은 ‘왕조가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는 어떠한 기준에서 봐도 이제 완벽한 왕조다. 2018년 NBA 파이널에서 4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확실해졌다.

정규시즌 성적? 압도적이었다. 올시즌은 아쉽게 놓쳤지만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3년 동안 리그 1위를 빠짐없이 차지한 팀이었다. 2015-2016시즌에는 73승 9패를 기록하며 NBA 단일시즌 역대 최고 승률 신기록까지 새로 썼다. 골든스테이트가 지난 4년 동안 기록한 정규시즌 승률은 무려 80.8%.(265승 63패) 이 기간 동안 어떤 팀도 골든스테이트의 정규시즌 레이스 페이스에 맞춰가지 못했다.

플레이오프는 어떠한가. 2017년 플레이오프에서 16승 1패라는 완벽에 가까운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을 포함해 4년 동안 골든스테이트는 75.9%(63승 20패)라는 비현실적인 승률을 기록했다. 총 득실마진은 +709점이었다.

플레이오프는 매시즌 양대지구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8개 팀들이 올라와 각각 토너먼트를 치르는 진검승부의 무대다. 그런 무대에서 골든스테이트는 70% 중반대에 육박하는 승률과 700점이 넘는 총 득실마진을 기록했다. 도저히 말이 안 된다. 골든스테이트가 얼마나 압도적인 팀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팀 던컨의 데뷔 이후 리그를 호령한 샌안토니오는 파이널 2연패가 없다는 점 때문에 왕조의 자격에 대해 논란이 늘 일었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는 2017년에 이어 올해도 압도적인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면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하나의 왕조를 구축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2016년 플레이오프조차도 우승에 단 1승이 모자랐을 뿐이다. 그 해 파이널에서 드레이먼드 그린 출전 정지 징계, 앤드류 보것과 안드레 이궈달라의 부상 중 하나의 변수만 없었다면 우리는 현대농구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리그 4연패 팀을 목격했을지도 모른다.(물론 필자도 알고 있다. 가정은 무의미한 것이며, 스포츠의 세계는 결과만이 남는다는 것을.) 90년대의 시카고 불스, 2000년대의 레이커스 이상의 위압감을 가지는 현대농구의 신(新)왕조가 우리 앞에 나타난 셈이다.

 

왕조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압도적인 강력함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최종 보스 타노스(Thanos)는 온힘을 다해 인피니티 스톤을 찾아다닌다. 그 과정에서 딸 네뷸라를 고문하고 가모라를 죽인다. 우주 전역을 지배할 최강의 힘을 얻기 위해서였다.

스포츠를 이야기하며 우리는 최강(最强)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얻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듯, 스포츠 팀이 ‘최강’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그 지위를 유지하는 것 역시 정말 어려운 일이다.

2014년, 스티브 커가 고심 끝에 골든스테이트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은사 필 잭슨이 있었던 뉴욕과 골든스테이트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골든스테이트를 선택했다. 커가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해도 골든스테이트는 왕조를 꿈꾸는 팀이 아니었다. 1975년 파이널 우승 이후 30년 동안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횟수가 10번에 불과했다. 우승은 언감생심인 중하위권 팀이었다. 공격 농구로 팬들의 주목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늘 한계에 부딪혔다.

다행히 당시 골든스테이트는 젊고 유능한 선수를 중심으로 서부의 플레이오프 컨텐더로는 올라선 팀이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역량이 아주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스테픈 커리는 뛰어난 공격력을 가졌지만 수비가 불안하고 부상이 잦은 선수였고, 클레이 탐슨은 3점슛과 수비가 뛰어난 매력적인 젊은 슈터 정도로 평가받았다. 드레이먼드 그린은 평범한 벤치 멤버였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주가가 떨어진 채 NBA에 입성한 해리슨 반즈는 데뷔 첫 두 시즌 동안 연이어 평균 한 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마크 잭슨 전 감독이 다져놓은 수비 시스템이 공격만 생각하던 이 팀의 기조를 바꾸고 플레이오프 컨텐더로 탈바꿈시킨 것은 맞았다. 하지만 왕조를 꿈꾸기에는 부족한 것이 너무 많은 팀이었다.

스티브 커 감독은 곧바로 변신을 시도했다. NFL 시애틀 시혹스의 훈련 방식을 참고해 딱딱했던 훈련 분위기를 다소 유연하게 바꾸는가 하면, 선수들의 좋지 않은 플레이 습관들을 비디오 분석을 통해 꼼꼼히 점검하고 수정했다.

전술 역시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선수 개개인의 볼 소유 시간을 줄이고, 오프 스크린 공격을 앞세워 효율적으로 페인트존과 3점슛 라인을 공략하는 쪽으로 큰 틀을 아예 수정했다. 당시만 해도 애매한 트위너에 불과했던 드레이먼드 그린을 팀의 핵심 수비수이자 스몰라인업의 중심으로 내세우는 발상의 전환도 마다하지 않았다.

 

변화는 성공했다. 2014년 플레이오프에서 LA 클리퍼스에 밀려 1라운드 탈락했던 골든스테이트는 2014-15시즌 개막과 함께 무서운 상승세를 승수를 쌓으며 67승 15패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해버렸다. 스피드, 3점슛, 페인트존 득점을 앞세운 효율적인 공격농구에 탄탄한 수비력까지 받쳐주면서 리그 최강팀으로 급부상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르브론 제임스가 컴백한 클리블랜드마저 누르고 3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왕조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2015-16시즌은 골든스테이트 농구의 힘이 절정에 달한 시기였다. 스테픈 커리, 클레이 탐슨, 해리슨 반즈, 안드레 이궈달라, 드레이먼드 그린으로 구성된 데스 라인업(Death Line-up)의 강력함이 리그 전체를 압도했다. 신장은 크지 않았지만 수비력은 완벽했고 공격은 폭발적이었다. 개막 24연승이라는 초유의 시즌 스타트에 성공한 골든스테이트는 결국 시즌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연패를 당하지 않았다. 그리고 1995-96시즌 시카고 불스(72승 10패)를 뛰어넘어 73승 9패로 역대 NBA 정규시즌 최고 승률 기록까지 새로 썼다.

하지만 뭐든지 순탄하게 흘러가는 법은 없다. 2016년 파이널에서 3승 1패로 시리즈를 시작하며 우승에 단 1승만 남겨뒀던 골든스테이트는 드레이먼드 그린이 플래그런트 파울 누적으로 5차전에 결장하고, 앤드류 보것(6, 7차전 결장)과 안드레 이궈달라가 부상에 시달리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이했다. 그 결과 클리블랜드에 극적인 파이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홈에서 열린 7차전에서 패한 후, 우승에 감격하는 클리블랜드 선수들을 멍하니 응시하며 라커룸으로 차마 돌아가지 못하던 스테픈 커리의 모습은 아직도 많은 NBA 팬들이 기억하고 있는 장면이다.

2016년 여름은 절치부심의 시기였다. 리그 샐러리캡이 갑자기 폭등하는 변수 속에서 골든스테이트는 샐러리캡 여유분을 대폭 확보하며 케빈 듀란트를 영입하는 ‘대형사건’을 만들어냈다. 이후는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다. 2017년 플레이오프에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한 골든스테이트는 올해도 결국 마지막에 웃으며 리그 2연패에 성공했다.

사실 2017-18시즌은 개막 전에 ‘어우골(어차피 우승은 골든스테이트)’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과 달리 고비가 굉장히 많았다. 핵심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부상에 시달리며 정규시즌을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했고, 라커룸 안에서도 갈등이 있었다.(데이비드 웨스트가 파이널 우승 후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알면 깜짝 놀랄 라커룸 이슈가 올시즌에 있었다”라고 말하면서 밝혀졌다.)

강력한 도전자 휴스턴의 등장도 큰 부담이었다. 급기야 안드레 이궈달라가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모든 난관을 끝내 극복하면서 골든스테이트는 세 번째 우승에 도달할 수 있었다. 손쉬웠다는 일부 사람들의 평가와 달리 골든스테이트 나름대로는 많은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해야 했던 시즌이었던 셈이다.

코칭스태프 이슈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골든스테이트를 꾸준히 괴롭혔던 문제였다 스티브 커 감독은 2015-16시즌부터 고질적인 등 통증 때문에 벤치를 자주 비웠다. 2014-15시즌이 끝난 후에는 엘빈 젠트리 코치가 뉴올리언스 감독으로, 2015-16시즌이 끝난 뒤에는 루크 월튼 코치가 레이커스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코칭스태프 구성도 계속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는 프런트, 코칭스태프, 선수단의 끈끈한 신뢰와 탁월한 역량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골든스테이트가 속된 말로 ‘선수빨’로 지난 4년 동안 손쉽게 왕조를 구축했다고 폄하하기에는 이들이 경험하고 넘긴 고비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골든스테이트에 도전하는 자, 누구인가

올시즌 골든스테이트의 자리를 가장 위협했던 팀은 단연 휴스턴이었다. 전반기 막판 골든스테이트를 제치고 리그 전체 1위로 올라선 휴스턴은 프랜차이즈 최초로 서부지구 1위 시드를 차지한 데 이어 서부지구 결승에서 골든스테이트를 2승 3패 상황까지 몰아붙였다. 크리스 폴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6차전과 7차전에 결장하는 변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2018년 NBA 챔피언은 다른 팀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물론 이 가정은 안드레 이궈달라를 4차전부터 잃은 골든스테이트에도 적용할 수 있다.)

크리스 폴의 공백을 절감한 휴스턴은 홈에서 열린 7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에 무릎을 꿇으며 결국 시즌을 마감했다. 이후 ESPN과 가진 인터뷰에서 휴스턴의 대릴 모리 단장은 최대치를 10으로 놓고 봤을 때 자신이 ‘타도 골든스테이트’에 집착하는 정도는 10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다른 팀들이 왜 골든스테이트를 누르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우승을 하려면 골든스테이트를 눌러야 한다. 모든 팀이 골든스테이트를 누르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우리 팀이 가장 애쓰는 부분도 이것이다. 물론 리그에는 정말 좋은 팀들이 많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는 4년 동안 3회 우승을 눈앞에 둔 팀이다” 모리 단장의 말이다.

 

이미 그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NBA 파이널 4차전이 끝난 지난 6월 9일이었다. 「훕스하입(HoopsHype)」의 알렉스 케네디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전했다. 그 내용인즉슨, NBA를 대표하는 많은 스타 선수들이 파이널 4차전이 끝나자마자 골든스테이트를 왕좌에서 몰아내기 위한 방법(how they can dethrone the Golden State Warriors)을 상의하고 서로를 리쿠르팅하는 내용의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것이었다.

당장 올여름에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르브론 제임스는 골든스테이트를 누르기 위해 다른 팀으로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폴 조지, 크리스 폴 등은 르브론 이적설과 연관되어 이적 루머가 나오는 선수들이다.

대릴 모리 단장의 말대로 우승을 꿈꾼다면 골든스테이트라는 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골든스테이트 스스로가 무너지지 않는 한, 골든스테이트는 당분간은 계속 우승 길목에 있을 것이고 우승을 노리는 팀들은 결국 골든스테이트를 넘지 않으면 안 된다. 올여름을 기점으로 골든스테이트와 ‘타도 골든스테이트’를 노리는 팀들의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과연 골든스테이트 왕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혹은 골든스테이트를 뛰어넘는 새로운 팀이 등장할까. 이제부터 우리는 왕조를 지키려는 자와 왕조를 무너뜨리려는 자들의 혈투를 지켜보게 될 것이다.

 

사진 제공 = 언더아머, 펜타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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