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모두의 축제인 ‘드래프트데이’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프로 세계의 냉정함을 경험한 선수가 있다. 필라델피아, 아니 피닉스 선즈의 미칼 브리지스가 바로 그랬다.

 

 

현지시간으로 6월 21일 목요일 7시. 드래프트 현장에 초대된 선수들의 대기 장소인 ‘그린룸(Green room)’은 언제나 그랬듯 시끌벅적했다. 기대감, 초조함, 혹은 절박함. 붉게 상기된 얼굴을 감추기 위해 최대한 ‘프로처럼’ 보이는 웃음을 짓고 있는 선수들의 미숙한 표정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21살의 빌라노바 대학 출신의 미칼 브리지스는 어머니 티니하 리버스의 손을 꼭 잡고 드래프트장에 들어왔다. 미혼모로 힘겹게 브리지스를 키운 자랑스러운 어머니이자 필라델피아 세븐티 식서스의 인적자원 담당 부사장이기도 한 티니하는 아들 브리지스보다 더 들뜬 모습으로 자리에 앉았다.

“2018년 NBA 드래프트 10번째 지명, 필라델피아 세븐티 식서스의 선택은 빌라노바 대학의 미칼 브리지스입니다” 

 

 

그리고 브리지스의 필라델피아행이 확정된 순간, 드래프트장이 필라델피아 팬들의 환호로 가득 찬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브리지스는 필라델피아의 홈구장 웰스 파고 센터로부터 고작 40km 떨어진 빌라노바 대학 출신이며 빌라노바대는 최근 3년간 2번(2016, 2018)이나 NCAA(전미대학선수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필라델피아 시민들의 자랑이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의 새로운 ‘홈 보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팬들이 브리지스에게 환호한 것은 그가 단순히 ‘홈 보이’라거나 그의 어머니가 식서스 구단의 일원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브리지스는 대학 시절 43.5%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안정적인 스팟업슈터로 필라델피아가 그토록 찾고 있었던 J.J. 레딕을 대체할 3&D 선수였다. 드래프트 현장에 있던 전문가들도 필라델피아의 브리지스 픽을 “최고의 핏(Best fit)”이라며 엄지를 세웠다.

 

 

“제가 식서스 선수가 되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어려서부터 필라델피아를 보고 자랐고, 경기장에도 자주 찾아갔어요. 특히 올시즌 그들의 활약을 지켜봤습니다. 저에게는 정말 축복과도 같은 일이네요” 

그러나 브리지스보다 더 격앙된 이가 있었으니 바로 그의 어머니 티니하였다. 브리지스의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두 손을 번쩍 들며 일어난 티니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며 “내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내 아들이 우리 식서스의 일원이 되다니 정말 믿을 수 없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모자(母子)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도중 필라델피아가 브리지스를 피닉스로 트레이드한 것이다. 트레이드의 대가는 16픽에서 피닉스가 지명한 가드 자이어 스미스와 2021년 1라운드 지명권이었다. 브리지스가 필라델피아의 호명을 받고 정확히 45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필라델피아 모자를 쓰고 인터뷰 룸으로 들어간 브리지스가 인터뷰(엠비드와 시몬스와의 호흡에 대한)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이미 트레이드가 완료된 상태였고, 그의 손에는 피닉스 모자가 들려 있었다.

“괜찮아요” 브리지스가 말했다. “곧잘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비즈니스의 일부입니다. 엄마는 엄마의 직업을 사랑하고, 저도 일 할 준비가 돼 있어요. 괜찮습니다” 이제는 피닉스 선수가 된 21살의 루키가 침착하게 답했다.

필라델피아의 인적자원부 부사장이자 브리지스의 어머니이기도 한 티니하 리버스는 ‘뉴욕 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냥 엄마로 남아있겠다”며 “브렛 브라운(필라델피아의 감독)과 가끔 마주치겠지만, 선을 넘지 않겠다. 내 직위를 이용해 그에게 ‘내 아들 어떻게 했어?’라고 소리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와 함께 출근할 기회를 놓친 브리지스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미칼 브리지스는 과연 ‘45분간 몸담았던' 친정팀 필라델피아에게 부메랑을 던질 수 있을까. 

 

사진 제공=펜타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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