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인천, 박진호 기자] 피 터지고 멍들어도 자리를 지킨 막내의 투혼. 

신한은행을 제압하고 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KB의 중심에는 데뷔 2년 차에 리그 최고의 센터로 입지를 굳힌 만 19세의 박지수가 있었다.

일찌감치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로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박지수는 각급 국가대표를 거치며 맹활약했고, 루키 시즌부터 평균 더블-더블의 기록을 세우며 자신에게 쏠린 관심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2년차 징크스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박지수는 올 시즌 압도적인 지배력을 보이며 외국인 선수와의 매치업에서도 우위를 보였고, 특히 리바운드와 블록슛에서는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했다.

지금도 충분히 위력적이지만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더욱 박지수를 돋보이게 하는 부분.

박지수의 높이를 앞세운 KB는 다미리스 단타스와 더블 포스트를 구축해 올 시즌 ‘최강의 무기’를 손에 넣었고 정규리그 막판까지 선두 우리은행을 위협하며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단기전에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박지수에 대한 상대의 견제는 당연했다. 정규리그 때도 철저한 트랩 디팬스와 여러 가지 ‘박지수 봉쇄법’이 나머지 5개 구단에서 등장했고,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신한은행은 적극적인 몸싸움을 불사하며 더욱 강하게 박지수를 상대했다.

1차전에서는 큰 점수차로 승리하며 박지수가 웃었지만 2차전은 달랐다. 일찌감치 파울 트러블에 빠졌고 결국 경기 종료 7분여를 남기고 5반칙으로 퇴장을 당했다. 박지수는 팀의 2차전 패배를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양 팀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이 걸린 3차전. 그 어느 때보다 거친 승부가 이어졌고, 박지수는 만신창이가 됐다. 상대의 팔꿈치에 얼굴을 맞아 멍이 들었다. 상대 선수와의 충돌로 코피를 쏟아 지혈을 하며 경기를 뛰어야 했다.

그러나 힘겨운 상황에도 박지수는 끝까지 버텼다.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2차전에 이어 3차전도 1쿼터에 파울 2개를 범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이틀 전과 달리 지혜로운 파울 관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평균 31분 4초를 뛰며 14.0점 13.3리바운드 3.7어시스트 3.0 블록슛을 기록했고 2점슛 야투율은 50%였다. 3경기 모두 더블-더블. 퇴장으로 24분여밖에 뛰지 못했던 2차전도 13점 12리바운드 3어시스트 3블록슛을 기록했다.

의심할 여지 없는 팀의 중심이었다.

챔피언 결정전에 선착한 우리은행 역시 신한은행 못지않게 적극적인 몸싸움과 거친 수비로 박지수를 괴롭힐 것이다. 박지수를 넘지 않고서는 KB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힘겨웠던 플레이오프를 끝냈지만 박지수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박지수가 지금의 수난을 극복하며 KB에게 창단 후 첫 우승을 선물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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