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인천, 박진호 기자] WKBL 팀들은 감독 1명에 2명의 코치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3명의 코치를 쓰는 팀들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 KB스타즈가 서동철 감독 체제에서 구병두, 박재헌, 박선영 코치로 코치진을 운영했고, 올 시즌에는 삼성생명과 신한은행이 3명의 코치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KDB생명은 상황이 다르다. 김영주 전 감독과 박영진 코치 두명의 코칭 스태프로 리그를 운영해왔다. 

김영주 전 감독은 “국가대표팀도 코치를 1명만 쓰지 않냐? 괜찮다. 할 수 있다”며 웃음을 보였지만 모기업의 사정으로 코치진 운영의 여유가 없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 모두가 아는 이야기였다.

지난 8일, 김영주 감독이 사임했다. KDB생명은 남은 잔여 일정을 박영진 코치의 감독 대행 체제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박영진 코치는 “김 감독님을 8년 정도 모셨지만 이렇게 힘들어 하셨던 해는 처음이었다”며 “사임을 결정하신 후에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모든 짐을 맡기고 가는 것 같아 미안하다며 팀을 잘 부탁한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문제는 박영진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으며 팀에 다른 코치가 없다는 것이다. 

김 전 감독의 사임 후 첫 경기였던 11일. 박영진 코치는 벤치를 혼자 지켰다.

코치가 3명인 신한은행은 정선민, 전형수, 최윤아 코치가 각 상황에 따른 의견을 신기성 감독에게 전달하기도 했고 교체된 선수가 들어오면 부족했던 부분을 설명했지만 KDB생명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원이 없었다.

박영진 코치는 경기 운영은 물론 훈련과 선수단 관리, 그리고 퓨처스리그까지 모든 것을 혼자 담당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업무 범위.

박 코치는 “힘들어도 어쩌겠나? 상황이 어쩔 수 없다. 코치 운영과 관련해서는 구단과 이야기 해 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KDB생명이 잔여 일정에 코치를 고용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현장의 시각이다. 

일부에서는 “아이샤 서덜랜드가 한국에 들어와 있지 않았다면 주얼 로이드가 부상을 당했을 때 대체 선수를 선발하지 않고 샨테 블랙 한 명으로 시즌을 운영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모기업의 상황이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없게 하는 현실이다.

주축 선수들의 연쇄적인 부상으로 인한 전력 이탈과 가장 기량이 떨어지는 외국인 선수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KDB생명의 외로운 사투는 앞으로도 상황의 큰 반전 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은주와 이경은이 시즌 아웃된 KDB생명은 11일 경기에 샨테 블랙이 엉덩이 통증으로 나서지 못했다. 이경은 부상 이후 주전으로 출전하던 김시온도 경기 전 갑작스런 구토 증세를 보여 역시 결장했다. 

‘이보다 나쁠 수 없는’ 악재 속에 최선을 다했지만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기에는 한계도 명확했다.

구단 수뇌부는 김영주 감독 체제에서도 성적과 리빌딩 중 어떤 쪽으로 초점을 맞출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았다. 성적과 유망주 육성을 놓고 감독 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

이제라도 확실한 선택이 필요하다. KDB생명에게 아직 15경기가 남았지만 미련을 갖고 성적에서의 기적을 바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최선을 다하는 것과 결과에 대한 평가가 늘 동일 선상이라고 볼수는 없다. 지금 상황에서 KDB생명에게 플레이오프와 성적을 언급하는 것은 학대에 가깝다. 

최악의 상황에 빠진 KDB생명에 대한 평가 기준은 이제 성적이 아닌 다른 부분으로 설정하고 매 경기, 발전과 희망의 역량을 발견하는 동기 부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