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지난 달 24일 진행된 올스타전으로 인해 WKBL의 치열한 순위경쟁은 잠시 쉬어가는 시기를 맞았다. 

올스타전 전후로 6일간 일정이 없었지만 각 팀의 휴식기는 더 길었다. 팀 당 최소 8일에서 최대 11일까지 경기가 없으므로 인해 전반기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조성될 여건을 맞이했다.

3라운드까지 2강 4중(혹은 4약)의 구조가 갖춰지며 선두 경쟁과 플레이오프 싸움으로 분할됐던 리그의 큰 틀은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뜻밖의 승부가 펼쳐지며 팀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렸고, 잠시 동안의 숨고르기를 마친 WKBL은 약 70일간의 후반기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2강 3중 1약, 아쉬운 KDB생명의 2017-18시즌
8일, 김영주 KDB생명 감독이 사퇴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부상자가 속출하며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던 KDB생명의 올 시즌 성적에 대해 결국 감독이 책임을 진 모습이다.

2010년대 초반, KDB생명의 화려하고 재미있는 농구를 이끌었던 김영주 감독은 결국 기세가 꺾인 팀의 재건을 완수하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김영주 감독에게는 불운하고 아쉬움이 짙은 마지막 시즌이다. 팀 안팎으로 농구 외적인 구설이 많았고, 시즌 준비도 다른 구단에 비해 어려운 처지에서 진행해야 했다.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미국에 가지 못하면서 외국인 선발과 관련한 정보와 선택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모험적으로 주얼 로이드를 1라운드에 지명했지만 해피앤딩이 되지 못했다. 

게다가 주력 선수들의 연이은 장기 부상은 김영주 감독이 스스로 원하는 농구를 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악재와 불운 속에 결국 김영주 감독이 물러났다. 현재 KDB생명의 성적은 4승 15패로 최하위.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생명과는 4.5게임 차다. 전열을 재정비하고 승부수를 던진다면 따라잡을 수 없는 차이는 아니다.

하지만 남아있는 16경기에서 KDB생명이 지금 지금보다 나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감독 사임이 충격이 돼서 선수들에게 경각심과 책임감을 올려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것이 성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분위기 쇄신과 반전 등을 거론하기 전에 기본적인 전력 자체가 다른 팀들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은 다른 팀과 비교에 현격한 차이가 난다. 

김영주 감독의 사임으로 KDB생명은 박영진 코치의 대행 체제로 운영한다고 전해졌다. 

기본적으로 코치만 3명을 두고 있는 팀도 있는 상황인데 KDB생명은 박영진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아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한다. 경기 운영과 전술, 훈련, 선수단 관리는 물론 퓨처스리그까지 책임져야 한다. 

안타깝게도 순위 경쟁과 성적보다는 다른 부분에서 동기 부여의 조건과 의미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속단은 금물이기 때문에 유망주 선수들의 급성장과 뜻밖의 기적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볼 때 그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결국 앞으로의 순위 싸움은 2강 3중 1약의 구도로 진행될 것 같다.

리뷰 | 최고의 빅 매치였던 우리은행과 KB의 대결
지난 7일 청주에서 열린 우리은행과 KB의 경기에서 우리은행이 71-64로 승리하며 단독 1위 자리를 지켰다. 시즌 초반 KB에 기선을 제압당했던 우리은행은 상대전적도 2승 2패로 균형을 맞췄고, 순위 경쟁에서도 한발 앞서나가게 됐다.

경기 내내 접전이 이어졌던 승부였다. 

우리은행은 이날 경기에서 선수 전원이 전부 새깅 디팬스를 펼쳤다. 5명 전원이 페인트존 안쪽까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3점슛을 어느 정도 맞더라도 포스트에서는 점수를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선 것 같았다. 

이로 인해 KB가 많은 3점슛을 시도해 8개를 넣었지만, 다미리스 단타스가 성공한 2개는 수비를 달고 넣은 슛이었기 때문에 이 범주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게 보면 이날 KB의 외곽슛은 시도에 비해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우리은행이 보여준 수비 방법은 어떻게 보면 ‘박지수 죽이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번의 맞대결에서 박지수에 대한 더블팀을 거의 쓰지 않았던 우리은행이 적절하게 더블팀을 사용하면서 반대편에서는 완전히 새깅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당히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 수비인데, 빠듯한 일정 속에 경기를 치른 우리은행이 오히려 체력전으로 승부를 건 느낌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박지수는 16점 15리바운드 3어시스트 4스틸 3블록을 기록했으니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비에서의 미스는 아쉬웠다. 특히 경기 초반에 나온 실수는 경기 전체의 흐름에도 영향을 줬다.

박지수는 평소 자신이 수비하던 나탈리 어천와의 위치와 움직임을 보며 핼프를 나갔는데, 이날 경기에서는 어천와를 버리고 달려 나가는 모습이 많았고, 우리은행은 이를 이용해 어천와를 활용하는 공격을 쉽게 전개했다. 핼프를 나가는 타이밍이 너무 쉽게 간파됐다. 

쉬운 득점을 많이 주면서 초반 분위기를 잡지 못한 것이 KB에게는 아쉬웠다. 아마 강아정이 출전했다면 이런 부분에서의 양상은 분명 달랐을 것이다. 공격과 수비에서 강아정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기본적인 득점 능력과 외곽에서의 해결 능력은 말할 것도 없다.

단타스가 속공을 달려 나갈 때 강아정이 여기에 맞춰주는 패스가 좋은데, 강아정이 없으니 단타스의 이런 움직임을 살리는 패스 자체가 없었다. 김보미가 한 차례 시도했지만 턱없이 빗나갔다. 

올 시즌 심성영이 많이 성장하기는 했지만 박혜진에게 어려움을 겪다 보니, 앞선에서 우리은행의 높이에 막혀 공이 원활하게 돌지 않았다. 

선수들의 상황 대처 능력에서도 명암이 엇갈렸다. 

박지수를 적극적으로 수비한 우리은행은 박스 아웃을 할 때, 박지수가 점프도 뛸 수 없을 정도로 하체를 압박하고 강하게 견제했다. 박지수가 점프를 뛴 후에도 하체가 밀려서 몸의 중심을 잃는 모습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이전까지의 맞대결에서는 이런 부분이 파울로 지적됐고, 일부에서는 '박지수에게 유리한 판정'이라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이를 정상 플레이로 간주했다.

상황을 간파한 우리은행은 더 적극적으로 수비를 펼치며 박지수를 지치게 했다. 몸싸움을 많이 하는 어천와가 31분을 뛰면서 단 한 개의 파울도 범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러한 부분이 잘 드러난다.

KB는 경기 막판까지 선수 전원이 처절하게 뛰어다니며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눈에 보일정도로 열심히 맞섰지만 경기를 운영하는 노련미에서 우리은행에 미치지 못했다.

상대 선수에 대한 대처도 우리은행이 앞섰다. 

가령 우리은행의 경우 박혜진은 왼쪽으로는 레이업을, 오른쪽으로는 스탭백 형태의 슛을 주로 던진다. 김정은은 오른쪽으로는 레이업을 던지고, 왼쪽에서는 점프슛이다. 김정은이 왼쪽에서 왼손으로 슛을 시도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상대 선수의 습관과 스타일은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 모두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수비를 할 때 공격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처를 해야 하는데, KB는 자신들의 수비에만 치중했다.

압박도 하고 적극적으로 붙으며 수비를 펼쳤지만 상대의 장단점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다. 경기를 뛰다 보면 순간적으로 잊을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갖고 가야 하는 부분인데 아쉬움이 있었다. 

반면 우리은행은 매치업 선수가 바뀌면 상대에 따라 공격 방법을 다르게 가져갔다. 임영희는 김민정이 붙었을 때는 2대2 플레이를 펼쳤고, 심성영이 붙자 포스트업을 선택했다.

4라운드 정도 되면 각 팀들이 상대에 대한 분석을 이미 마친 시기다. 우리의 장점만 갖고 승부를 할 수는 없다.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농구도 필요한데, 이런 면에서 우리은행이 앞섰다.

물론 KB가 불운한 점도 있었다. 

강아정의 결장도 아쉬운데, 3쿼터 중반 단타스가 부상을 당하면서 전력면에서 큰 열세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는 경기 막판까지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단타스가 부상을 당하지 않고 뛰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가능성이 충분했던 경기였다.

선두를 제압한 삼성생명, 혼전으로 치닫는 3위 경쟁 
이미 4라운드까지 일정을 마친 삼성생명이 9승 11패로 3위에 오른 가운데, 한 경기를 덜 치른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나란히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세 팀 간의 접전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올스타 휴식기 후 첫 경기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하나은행에게 완패를 당했고 이후 KDB생명과의 경기에서도 내용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선두 경쟁을 펼치던 KB와 우리은행을 연파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3라운드부터 7연패의 늪에 빠졌던 신한은행은 하나은행을 잡은 뒤 상승세를 타던 삼성생명까지 이기고 연승을 시작했다. 삼성생명, 신한은행, 하나은행이 서로 물고 물리는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일단 1위를 다투는 두 팀을 잡은 삼성생명의 기세가 인상적이었지만, 그렇다고 경기력이 안정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는 없다. 

흔히 농구에서 ‘1명이 잘해서 이기는 것은 초등학교 때고, 2명이 잘해서 이기는 것은 중학교, 3명이 잘할 때 이길 수 있는 것은 고등학교 때’라고 한다. 모두가 항상 잘할 수는 없지만, 프로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궤도에 올랐다고 하려면 5명 모두가 제몫을 해줘야 한다. 

우리은행은 기본적으로 국내 선수 3명과 외국인 선수까지 4명의 선수가 두 자리 수 득점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득점만 놓고 보더라도 가장 안정적인 경기를 할 수 있는 이유가 분명히 나타난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경우에는 고아라가 가세했다고 해도 선수 전원이 코트에서 유기적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렸다고 보기는 힘들다. 고아라가 복귀하면서 에이스인 엘리사 토마스의 위력이 더 강해졌다고 해석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여전히 ‘삼성생명의 빠른 농구’는 선수들이 모두 달려주는 농구가 아니라 빠른 선수 한 명이 혼자 해결하는 모습이고, 달라진 점은 토마스 혼자 외롭게 뛰던 것에서 같이 달려줄 고아라가 돌아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토마스에 대한 바스켓카운트가 인정되는 상황이 늘었다는 부분도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3라운드까지는 무척 인색했던 부분인데 이후로는 조금 달라진 느낌이다.

어쨌든 삼성생명은 토마스에게 집중된 비중을 덜어내야 한다. 국내 선수들의 역할은 물론 레이첼 할리비의 활용도 늘려야 한다. 

현재 할리비의 평균 출전시간은 12분 24초다. 지금으로서는 그냥 3쿼터만 뛰는 선수다. 3쿼터에도 토마스에 맞춰주는 역할을 할 뿐, 할리비의 장점을 활용하는 플레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과 같은 출전 시간이라면 할리비도 리그에 적응해서 자기 능력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 

토마스가 출전 시간에 대한 욕심도 많은 선수이기는 하지만 삼성생명이 전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할리비의 활용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 칼럼에서 ‘도깨비 팀’ 같다고 한 신한은행은 연패를 끊고 연승을 달렸지만 여전히 ‘어떤 모습’이라고 정의를 내리기가 모호하다.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김단비와 외국인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하며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상대적으로 삼성생명의 수비가 허점이 많았다. 

볼과 선수를 같이 봐줘야 하는 데 경기 내내 그런 수비가 나오지 않았다. 삼성생명 전만 놓고 신한은행의 경기력이 달라졌다고 속단하기는 힘든 이유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외곽슛이 터져주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연패가 시작됐던 신한은행의 3라운드를 보면 3점슛의 지원이 너무 떨어졌다. 외곽이 터지면서 경기가 잘 풀리는 모습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스타전 휴식기 동안 준비를 잘 한 것 같다. 이사벨 해리슨의 안정감이 확실히 높아졌다. 준수한 역할을 해줬지만 ‘1순위 선수’라고 하기에는 다소 아쉬웠던 해리슨을 활용하는 플레이가 한결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졌지만 잘 싸웠다’로 정리되는 경기가 많은 것은 하나은행이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에는 강이슬의 슛 감각이 다소 떨어지는 듯한 모습인데, 해리슨의 활약과 함께 강이슬이 다시 집중력을 올려준다면 삼성생명, 신한은행과 함께 재미있는 순위싸움을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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