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한 경기를 더 치른 KB스타즈가 단독 선두 자리를 지킨 가운데 우리은행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2연패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자기 순위를 찾아가는 우리은행의 귀소본능은 무서웠다.

1라운드를 지나며 각 팀들이 상대에 대한 장단점을 파악했고, 그러면서 조금 더 상대에 대응하는 ‘맞춤 전술’들을 들고 나서고 있다. 1라운드에는 공수에서 자기 색깔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수비에서 상대에 대한 준비가 많다는 게 느껴진다.

이번에는 지난 두 주간 선두 경쟁을 펼치며 순위표 가장 위에 머문 KB스타즈와 우리은행을 분석해봤다.

1R 히트상품, KB의 트윈타워를 해체하라
개막 4연승을 거두는 동안 KB스타즈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박지수와 다미리스 단타스가 버틴 더블 포스트였다.

위력이 확실하다보니 각 팀의 대응도 빨랐다.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한 KB의 강력한 무기를 허물기 위한 나머지 5개팀의 수비적인 집중이 두드러진 두 주간이었다. KB를 상대한 나머지 팀들의 공성전이 펼쳐졌다.

타겟은 박지수였다. 우선 한 명이 심한 몸싸움을 통해 박지수를 힘들게 하다가 적극적인 더블팀으로 공략에 나섰다. 힘든 상황에 몰려 턴오버가 나오고 상대의 몸싸움에 파울 선언이 나오지 않자 박지수도 짜증스러워 하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더블팀 나오는 타이밍이 잘 맞아 들어간 팀들은 큰 효과를 봤다. 지난 11일 KB와 경기를 펼친 하나은행이 대표적이었다. 

하나은행은 볼이 안쪽으로 투입되면 인사이드에 3명이 몰렸다가 패스 아웃될 때 바깥쪽으로 자신들이 맡은 선수들에게 달려 나가며 KB를 괴롭혔다. 공격이 성공했을 때는 맨투맨으로, 안 들어갔을 때는 존디펜스로 맞서는 수비도 효과적이었다. 

반면 20일 KB와 경기를 가진 KDB생명은 안으로 모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바깥으로 나가는 게 잘 안됐다.

KB가 좋은 경기를 펼치기 위해서는 결국 박지수가 흔들리지 않는 게 필요하다. 기량 자체보다는 본인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한 것 같다. 

하나은행 전부터 몇 경기 동안 박지수의 표정은 계속 어두웠다. 곧 울 것만 같았고, 참다 참다 터지는 듯한 모습도 있었다.

선수들은 대부분 자기가 못했던 것만 기억한다. 잘하고 있어도 지적 받은 것에 더 집중하게 되고, 그러다가 자신감이 떨어진다. 현재 WKBL 최고 선수 중 한 명인 박혜진(우리은행)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박지수도 그랬던 것 같다.

박지수가 잘하고 있고 위협적이기 때문에 수비가 적극적으로 들어오는 건데 스스로 안 좋았던 것만 생각하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초반에 실수가 나오거나 잘 안 풀리면 부담을 더욱 심하게 느끼는 것 같다.

본인이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안 풀린 부분에 매몰 되서 자신감을 잃기보다는 ‘내가 잘하기 때문에 상대가 강하게 들어온다’는 걸 즐기고 극복할 필요가 있다. 

박지수가 잘하면 잘 할 수록 수비는 더욱 거칠고 강력하게 이어질 것이다. 상대하는 쪽 입장에서는 완벽한 대항마가 존재하지 않는 한 그 방법 외에 특별한 수가 없다.

다행히 20일 KDB생명과의 경기에서는 표정이 어느 정도 돌아온 것 같았고 웃는 모습도 보였다. KB에는 멘탈 코치도 있고, 그 분이 많은 역할을 해 주는 것 같다.

박지수는 아직 어리다. 오래 전부터 ‘한국 농구의 미래’로 불린데다 신장에서 압도적인 장점이 있으니 주변의 기대도 높고 스스로도 잘 안 됐을 때 느끼는 부담도 큰 것 같다. 

하지만 1998년 12월 생으로 채 스무 살도 안됐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보다 발전의 여지가 훨씬 많은 선수고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선수다. 지금도 충분히 기대만큼 잘해주고 있다.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

연패 끊어낸 KB의 선두 질주
KB는 개막 4연승을 마친 후 연패에 빠졌지만 이후 다시 연승을 달리며 6승 2패로 단독 선두다. 일정상의 행운도 있었다. 연패가 더 길어졌으면 힘들었을 수 있었겠지만 KB로서는 삼성생명, KDB생명과 경기를 한 게 다행이었다.

삼성생명은 엘리사 토마스가 부상으로 빠지며 정상 전력을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KDB생명은 높이의 약점이 가장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어 매치업 상성 상 KB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연패 뒤 상승세의 우리은행과 만났다면 훨씬 골치 아팠을 것이다.

또한 김보미의 활약도 KB가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보미는 올 시즌 팀에 정말 필요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 공격에서의 3점슛과 적극적인 수비가 대표적인 데 공격리바운드까지 잡아내고 있다.

자기 스스로 “주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선배라고 쉬운 플레이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팀에 공격을 할 사람은 많다. 궂은일을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하는 데 궂은일을 하면서 공격도 잘 살려주고 있다.

김보미는 상대 수비가 볼 때 상당히 골치 아픈 선수일 것이다. 

단순하게 비교를 해보자면 삼성생명은 위크사이드의 움직임이 많지 않아서 상대에게 읽히고 수비가 핼프나 로테이션을 가기 쉽게 만드는 데 반해 KB는 김보미가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상대 수비를 혼란시킨다.

그렇게 뛰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교란시키고 우리 팀의 찬스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있는데 직접 3점슛까지 성공해주고 있다.

김보미는 원래 슈팅 밸런스를 잡기 어려워 보이는 터프슛에 강하다. 우리은행때부터 셔플 오펜스로 계속 뛰어다니는 스타일에 익숙했고, 김영주 감독의 '1기 KDB생명' 당시에도 그런 농구를 했다. 

사실 지난해에도 그런 모습을 보여줬는데 KB의 외곽이 올해만큼 원활하지 못했고 심성영도 지금만큼 패스를 돌려주지 못했다. 여기에 본인도 몸 상태가 좋아서 컨디션이 올라오니 '제 1의 전성기'라는 말을 듣고 있는 것 같다.

‘5연승’ 일찌감치 자리 찾아가는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확실하고, 이기는 법을 아는 팀이기 때문에 초반 2연패를 당했지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봤다. 오히려 생각보다 너무 빨리 수습해서 당황스럽다. 

우리은행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 이 팀의 상승세가 조금 늦게 올라와야 리그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역시 ‘자비가 없다’는 말이 어울리는 팀이다.

일단 국내 선수들과 나탈리 어천와와의 호흡이 잘 맞아 들어가는 게 눈에 띈다. 

박혜진과 임영희는 기본적으로 2대 2 플레이가 강한 선수들인데 개막전에는 그 플레이가 상대에게 읽혔고 잘 안됐다. 그런데 지금은 둘 중 누가 볼을 잡아도 어천와가 적극적으로 스크린을 가면서 플레이를 만들어낸다. 

짧은 시간에 이 만큼 완성도를 올린 것을 보면 정말 운동량이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김정은도 좋아졌다. 어느 정도 우리은행에 적응을 한 것 같다. 

상대 수비가 3번 선수일 때와 4번 선수일 때 대처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물론 아직까지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종종 동선이 박혜진과 겹칠 때가 있다. 

김정은 역시 볼을 갖고 하는 농구에 익숙하다 보니 그런 모습이 나오는 것 같은데 경기를 거듭할수록 이 부분의 교통정리가 될 것이다.

박혜진은 1번 자리에 확실하게 안착한 것 같다. 

자기 공격에만 더 집중할 수 있는 2번 포지션에서 위력을 더 발휘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박혜진은 원래 1번을 봤던 선수다. 위성우 감독 부임 후 이승아와 함께 공존을 하면서 2번으로 옮겼지만 개인적으로는 1번 자리를 더 좋아했던 선수로 기억한다.

2번으로 자리를 바꾼 후 다시 1번 역할을 틈틈이 해야 할 때는 수시로 바뀌는 역할에 적응하는 걸 버거워하기도 했지만 지난 시즌 이승아와 이은혜가 없는 가운데 오랫동안 1번 역할을 하면서 다시 원래의 재미를 찾은 것 같다.

우리은행이 교체를 결정한 아이샤 서덜랜드의 경우는 못하는 선수라기보다 위성우 감독이 생각하는 농구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위성우 감독은 존쿠엘 존스 정도의 확실한 능력이 아니라면 공격보다 수비에 무게를 더 두는 스타일이다. 경기를 푸는 중심도 수비에 있다.

팀의 두 번째 옵션인 외국인 선수로 놓고 볼 때 서덜랜드의 기량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수비에는 약점이 있다. 미들슛에 장점이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렇다고 득점력이 폭발적인 것도 아니다.

우리은행에서 박혜진은 수비에 분명한 강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임영희와 김정은은 팀 수비에는 잘 녹아들지만 수비보다 공격력이 돋보이는 선수들이다.

따라서 4번 자리를 맡는 외국인 선수는 수비적인 역할을 어느 정도 해줘야 하는데 서덜랜드의 수비 이해도로는 부족함이 있다. 아마도 위성우 감독이 서덜랜드의 교체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UP NEXT
순위표 맨 위로 올라선 KB스타즈와 우리은행이 맞붙는 24일 경기가 개인적으로도 정말 기대된다. 

기본적인 포커스는 우리은행이 ‘KB의 더블 포스트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다. 스피드에서는 우리은행이 KB를 제압할 수 있겠지만 신장의 한계는 극복하기 힘들다. 4번 역할을 김정은이 맡고 있지만 결국은 상대에 맞는 팀 디펜스를 들고 나올 것이다.

우리은행은 상대의 약점을 잡으면 잔인할 정도로 그 부분을 공략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1라운드에서는 KB에게 패했지만 2라운드 대결에서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KB 역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외곽이 정상적으로 터져준다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부분의 강점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이 두 팀의 대결만큼 관심이 가는 것은 ‘토마스가 없는 삼성생명’이다. 

토마스는 부상으로 결장하기 전까지 삼성생명의 거의 모든 플레이의 중심에 있었다. 팀 전력의 절대적인 부분이었고 ‘토마스 없는 삼성생명’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런 토마스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2패를 당했다.

결과에 비해 내용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우려보다는 잘 치렀다는 평가가 맞을 것이다. 국내 선수들도 이전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승리를 기대하기에는 확실한 거리가 있다.

2쿼터까지는 잘 버티지만 외국인 선수 2명이 나설 수 있는 3쿼터에 무너지는 모습이 반복됐다. 사실 이 부분은 극복을 할 방법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삼성생명은 토마스가 돌아오기 전까지의 ‘고난의 길’을 극복해 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신한은행은 카일라 쏜튼이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쏜튼 활약에 팀 전체가 좌우되고 있다는 게 걱정스럽다. 

자신이 “득점을 많이 하면 오히려 팀이 지는 것 같다”며 김단비가 득점 외의 다른 부분에 집중을 하고 있지만 쏜튼이 안될 때 풀어줘야 하는 선수는 결국 김단비다. 팀이 잘 될 때와 안 될 때의 기복이 심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2연승 후 다시 연패에 빠졌지만 하나은행은 반등의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팀 최고참인 백지은, 염윤아가 욕심 없이 궂은일에 집중하는 것이 팀 전체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고 강이슬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자즈몬 과트미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이사벨 해리슨만 잔병치레를 하지 않고 건강하게 몸 상태를 유지한다면 팀 전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고민이 많은 팀은 KDB생명이다. 다행히 주얼 로이드가 조금씩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로이드의 득점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높이의 약점으로 리바운드의 열세가 있는데 그렇다고 속공이 많은 것도 아니다. 신장이 작은 가운데 스피드에서 강점이 나타나지 않으니 3점슛이 들어가지 않으면 뾰족한 방법을 찾기 힘들다.

스피드를 살려줄 수 있어야 하는 데 뛰어주는 선수가 없다. 특히 김소담, 진안 등 4번 포지션에 서는 국내 빅맨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상대 빅맨보다 작으면 적극적으로 달려줘야 하는데 속공 때 이런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우리은행의 경우 어천와도 속공 때 달려준다는 걸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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