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 앨런 아이버슨의 명언이 아니냐고? 물론 맞다. 하지만 아마추어 농구인들이라면 포털사이트의 한 카페가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이하 NSB)’ 카페는 무려 22만 회원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농구 커뮤니티다. 한국에서의 농구 저변 확대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NSB의 배우람 대표를 만나봤다.

반갑습니다! 간단한 인사말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22만 회원수를 자랑하는 NSB 대표 배우람입니다.

농구를 처음 접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는 축구를 좋아했어요(웃음). 어릴 때 농구는 관심도 없었죠. 중학교 때 하루는 부모님께 축구공을 사달라고 했었는데, 어머님께서 축구공이 아니라 농구공을 사 오신 거예요. 이때 농구공을 처음 만져봤어요. 농구공도 생겼는데 버릴 수도 없고, 그냥 한 번 해볼까 하고 생각했던 게 시작이었죠.

중학교 농구골대에 몇 번 공을 던지다 보니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또, 키도 자라기 시작했죠. 농구가 점점 좋아졌고, 더 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농구 중계를 열심히 챙겨봤어요. 1993년 시카고 불스와 피닉스 선즈의 파이널 경기는 정말 대단했었죠. 지금은 별세하신 한창도 위원님의 NBA 중계도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 NSB 사무실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농구공

그렇다면 당연히 시카고 불스와 마이클 조던을 응원하셨겠어요.
조던이야 뭐 누구나 다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저는 조던보다는 앤퍼니 하더웨이나 크리스 웨버, 제이슨 키드, 앨런 아이버슨을 더 좋아했어요. 그랜트 힐과 라트렐 스프리웰도 좋아했고요. 그런데 어째 제가 좋아하는 선수들은 다 뭔가 커리어가 꼬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요(웃음).

국내로 보면, 서장훈 선수의 엄청난 팬입니다. 오직 서장훈 선수만 좋아했어요. 그냥 좋아요. 농구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정말 좋았어요. 참 대단한 선수였죠. 물론 지금 예능에서 활약 중이시지만 어서 농구계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도 들어요.

지금 굉장히 큰 농구 커뮤니티를 이끌고 계신데요. 언제부터 이쪽 일을 하게 되신 건가요?
제가 NSB 카페를 만든 건 아니에요. 원래는 10대 학생들이 만든 커뮤니티였거든요. 저는 처음에는 그냥 회원이었죠. 그런데 군 제대 후에 뭔가, 농구 관련 감투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NSB 카페 스태프 일에 지원을 했었어요. 그때부터 카페의 스태프로 일을 해오다가 회원수가 5만 명 정도였을 때 매니저 역할을 맡게 됐어요.

 

▲ 에어조던 시리즈의 열쇠고리 등 재미난 소품들이 많았다

농구에 대한 사랑이 자연스레 직업으로 이어졌나 봐요.
아, 제가 처음부터 이쪽 일에 집중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저는 원래 신발 쇼핑몰 MD 출신입니다. 농구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농구화에 눈이 가더라고요. 학창시절에는 종로 나이키, 종로 리복 등을 돌며 농구화를 사 모으곤 했었죠. 농구화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어요.

그러다 굉장히 힘든 시기가 왔어요. 우후죽순 생겨났던 신발 쇼핑몰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한 거죠. 당시 저도 서른이 넘었고, 결혼도 한 상태였거든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마침 그때 NSB 카페 매니저직을 물려받게 됐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일에 올인을 해보자, 이 카페를 키워보자’고 생각했죠.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겠어요.
처음에는 막막했어요. 저와 NSB가 업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잖아요. 무턱대고 영업을 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일단은 NSB를 널리 알리는 데 집중했어요. 카페를 활성화시키려고 노력했죠.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기기까지 한 2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 각종 유니폼과 운동복, 에어조던 신발도 가득했다

커뮤니티를 어떻게 키웠는지 궁금해요.
KBL, WKBL 티켓을 배포하는 이벤트를 시작하게 됐는데, 이게 반응이 참 좋았어요.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관련 글도 올리고, 댓글도 달기 시작하면서 카페가 활성화됐어요. 경기 티켓 이벤트와 함께 홍보가 잘 됐고, 그때 회원수가 10만, 12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어요. 이때부터는 각종 제품을 협찬 받아서 제공하거나 공동구매도 할 수 있게 되었죠.

지금은 무려 22만 명이 넘었더라고요. 관리에 어려움은 없나요.
처음에는 다소 강압적으로 관리했어요. 그때만 하더라도 어린 친구들이 게시판에 욕도 많이 쓰고, 상당히 무질서했거든요. 그래서 초반에는 관리를 많이 했었죠. 회원들끼리 매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그런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다 보니, 회원분들께서 알아서 클린한 문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자정작용이 된 거죠. 그 뒤로는 저도 회원분들에게 많은 부분을 믿고 맡기고 있습니다. 꼭 강압적으로 하지 않아도 잘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 구하기도 힘든 초고가의 마이클 조던 피규어

타 농구 커뮤니티와 다른 NSB만의 차별화된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보통 농구 커뮤니티라고 하면 대부분 NBA 위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저희 NSB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내농구’에만 집중된 카페가 아닌가 싶어요. 아마추어 농구인들이 모여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는 카페로서 자부심이 있습니다.

또, 농구협회들과의 이벤트를 가장 많이 하는 커뮤니티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농구협회와의 이벤트에 가장 많이 참여하고 홍보하는 카페죠. 아까 말씀드린 경기 티켓 배포 이벤트부터 매년 여러 가지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중고장터도 NSB의 자랑입니다. 정말 많은 회원분들께서 농구 용품을 사거나 팔며 교류합니다. 그 유명한 ‘중고나라’도 있지만, ‘농구’라는 카테고리만 놓고 본다면 우리 NSB가 양과 질 모두 단연 최고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꼽을 수 있겠네요. 회원수가 가장 많다는 것이 꼭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덕분에 대단히 많은 게시글이 생산되거든요. 좋은 글, 사진이 참 많습니다. 이런 것들이 다 재산이 되고 콘텐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 배우람 대표가 학창시절부터 모은 각종 농구화. 일부 원판 모델들은 이미 부식되고 말았다

회원분들과 함께 매년 자체 농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요.
저는 농구대회라는 단어보다는, 농구 이벤트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농구대회가 아니라 정모로 시작했거든요. 회원들끼리 만나 친목을 도모하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했어요. 농구 커뮤니티답게 농구가 빠질 수 없겠죠? 그래서 회원들끼리 만나 농구를 하고, 회식도 했죠.

정모를 하고 나면, 그날은 정~말 재밌어요. 회원들과 술을 6차까지 마시기도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다음날이에요. 아무런 피드백이 없어요. 농구를 하고 회원들끼리 사진도 찍어 올리고, 글도 쓰고, 댓글도 달고 해서 화제가 되어야 하는데 정말 아무런 피드백이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농구공 등 용품들을 협찬한 업체들에게 보여줄 결과물이 없었어요. 이러다 보니 업체든 카페든 아무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대회 형식을 가져왔어요. 더 이상 정모가 아니라, 자체 농구대회가 된 거죠. 1년에 두 번씩 3년, 벌써 6회까지 왔네요.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코트를 하나만 쓰면 저 혼자 심판을 봐도 되는데, 코트를 두 개를 쓰다 보니 심판이 더 필요했어요. 또, 저도 심판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아무래도 대회를 운영할 사람들이 더 필요하더라고요.
장소도 문제였어요. 당장 대회를 하려고 해도 코트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다행인 것이, 제가 꾸준히 나가던 팀이 쓰는 체육관을 월말에 하루 빌릴 수 있게 됐어요. 또, 그 팀 동료들에게 부탁해서 NSB 대회 운영을 좀 도와달라고 했죠. 심판도 봐달라고 했고요. 그렇게 해서 장소와 인력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NSB 대회도 자리를 잡아가게 됐습니다.

5대5 대회가 아니라 3대3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회원들을 상대로 5대5 대회를 하려고 했더니, 이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회원들끼리 다 친한 게 아니기 때문에 5대5 팀이 별로 나오지가 않아요. 5대5를 하려면 팀당 최소 7~8명씩은 있어야 하니 인원 맞추기가 어려웠던 거죠. 그리고 무조건 NSB 회원만 참여 가능하게 했던 제한도 풀어버렸어요. 팀원 중 한 명만 회원이면 된다고 했더니, 그 뒤로 어마어마한 신청자가 몰렸어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웃음).

한 번 우승했던 팀은 또 참가할 수 없다고 하던데요.
맞습니다. 우승 팀은 다음 대회에 못 나오게 했어요. 하지만 그 팀 멤버들이 새로 팀을 구성해서 나오는 건 가능해요. 우승했던 팀 멤버가 그대로 다음 대회에 다시 나오는 게 안 된다는 겁니다.

기존의 메이저 3대3 대회를 보면 결국 우승하는 팀만 우승해요. 그런데 우리는 친목도모가 목적이기 때문에, 모두가 즐거웠으면 합니다. 부산, 대구 등 굉장히 멀리서 오신 분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도 즐겁고 재밌게 농구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우승도 좋지만 그보다는 회원들 모두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돕는 게 진짜 목적입니다.

 

NSB에서 농구 클리닉도 계획 중이죠?
네, 루키더바스켓과 함께 준비 중에 있습니다(웃음). 김택훈 코치님이 함께 하기로 했고요, 또 다른 분들도 섭외 중입니다. 아직 체육관 사용 일정 등 세부사항은 미정인데요. 확정 되는대로 적극적으로 홍보할 생각입니다. NSB와 루키더바스켓의 농구 클리닉은, 단순히 배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장면들을 촬영해서 인터넷에 무료로 배포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농구 유망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국대표팀이 동메달을 땄습니다. 이럴 때 좀 붐업이 됐으면 좋겠어요. 프로농구가 개막하면 농구 팬분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KBL을 비롯한 협회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좋지만, 아무런 대안 없이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는 것보다는 농구 콘텐츠를 꾸준히 소비하고 사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농구 팬들의 염원이 모여 한국에서 다시 한 번 농구 붐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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