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 한국여자농구대표팀이 아시아 무대에 등장한 호주와의 경기에서 졌다. 대표팀은 23일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2017 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 B조 첫 경기였던 호주와 대결에서 54-78로 패했다.

현재 세계랭킹 4위인 호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 중 최강의 전력을 갖춘 여자농구의 강호다. 그런 면에서 우리 대표팀이 선전을 펼쳤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호주 역시 WNBA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고, 승패를 떠나 경기 내용만 놓고 볼 때는 아쉬운 모습이 많았던 경기였다.

정적인 농구로는 극복할 수 없는 한계
강아정과 박혜진이 부상으로 결장한 대표팀은 그 외의 선수들 역시 컨디션이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았다. 

높이와 힘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전통적으로 많이 움직이면서 상대를 흔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움직임 자체가 많지 않았다. 정적인 농구였다. 다들 몸이 무거웠다. 뛰어다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속공, 트렌지션, 얼리 오팬스 등 모든 부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기가 현지 시간으로 오전에 진행됐다는 것도 영향이 있을 수 있고, 상대가 최강 전력으로 나서지 않았다 해도 ‘호주’라는 강팀이니 위축됐을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코트 적응이나 골대적응도 안된 것 같았다. 종합해보자면 선수들 컨디션이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다.

대표팀은 1쿼터를 15-13으로 앞선 채 마쳤다. 하지만 ‘리드를 했다는 결과’ 외에 긍정적인 요소는 많지 않았다.

팀 플레이를 통해 만들어진 득점이라기보다 선수 개인이 알아서 해결을 하는 모습이었다. 우리 선수들이 상대보다 체격 조건이나 개인 기량 면에서 우위에 있지는 않다. 1쿼터에서 리드를 잡은 모습은 경기 중 어느 시점에 잠깐 나타날 수는 있지만 경기 내내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경기를 앞서고 2쿼터에 임했지만 자신감도 없어 보였다. 슛을 던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공만 돌리다가 턴오버가 나왔다.

아쉬웠던 공격에서의 박지수 활용과 김단비
박지수의 활용도 그렇게 성공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수비에서 블록도 하고 리바운드도 잘 잡아줬지만 공격에서는 빅맨다운 활용이 보이지 않았다. 후반에는 스스로 파고드는 모습이 나왔지만 특별한 공격적인 롤이 주어지지 않은 것 같았다. 

특히 전반에는 박지수를 활용하는 공격 플레이를 볼 수 없었다. 오히려 3점라인 부근까지 올라와서 피딩을 하거나 2대2에서 볼을 받아주는 역할이 많았다. 후반 득점 장면도 다른 선수들이 박지수를 활용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2대2 플레이를 하면서 픽앤롤을 할 때도 박지수가 스크린을 건 후 단순히 드리블하는 선수의 슛으로 마무리 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상대의 높이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지만 패스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2대2는 그 자체에서 끝나면 안 되고 반대편에서 파생되는 플레이까지 기대해야 하는데 그런 플레이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선수들의 몸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선수 개인을 놓고 봤을 때는 김단비(5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가 가장 아쉬웠다. 기록의 문제가 아니다. 김단비도 몸이 무거웠다.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김단비가 뛰는 농구를 하지 못하면서 전체적으로 더 답답한 모습이 나타났다.

팀 전체를 살려줄 수 있는 가드의 부재도 약점으로 드러났다. 심성영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며 날카로운 돌파로 상대를 괴롭혔지만 돌파 이후 파울을 얻어내는 것 외의 다양한 공격 루트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패스를 통해 팀원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없었다. 경기 내내 대표팀이 기록한 어시스트는 총 5개. 17개의 어시스트가 나온 호주는 로렌 맨스필드 혼자 5개를 기록했다.

정통 가드가 약하다보니 선발로도 박하나를 먼저 투입했다. 박하나가 패스를 돌릴 수는 있지만 경기 리딩을 맡기는 힘들다. 전부 픽앤롤 하는 선수들만 있다 보니 정체된 플레이가 많았고 슈터가 보이지 않았다. 강아정이나 박혜진이 있었다면 이런 부분이 조금 달라질 수는 있었을 텐데 아쉽다.

또한 판정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확실히 WKBL에서의 콜과는 차이가 있었다. 몸싸움에서 우리 선수들은 부딪히고 넘어졌지만 호주는 득점을 올렸다. 체격조건에서 밀리는 입장인데 판정에서도 몸싸움에 관대하다보니 어려운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오늘 판정이 FIBA 판정의 정상적인 기준이라면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 WKBL도 판정 기준 변경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본전, 스피드 극복과 리바운드 싸움이 관건
어쨌든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호주와의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객관적인 기대는 불가능했다. 따라서 오늘 패배 자체는 큰 타격이 없다. 내일 있을 일본과의 경기가 중요하다. 일본은 스피드가 굉장히 뛰어나기 때문에 공수 전환이 중요하다. 그리고 리바운드에서는 우위를 가져가야 한다. 

도카시키 라무가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아 높이와 리바운드에서 우리가 앞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본은 팀 리바운드 적극성이 매우 높다. 서서하는 리바운드가 아니라 뛰어들면서 잡아내는 리바운드 가담이 좋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다소 과소평가 하고 있지만 오사키 유카(마미야 유카)도 상당히 좋은 선수다. 몸싸움이 능하고 도카시키를 4번으로 놓고 팀(JX)이나 대표팀에서 5번 역할을 계속 맡아왔다. 일단 높이에서는 박지수가 10cm 정도의 우위가 있으니 좋은 경기를 펼쳐주길 기대한다.

김은혜 KBSN 여자농구 해설위원, <루키 더 바스켓>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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