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강하니 기자] 멤피스의 변화가 시작되는 걸까.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이적시장 행보가 다소 뜻밖이다. 전력 누수를 그냥 지켜만 보는 모양새다. 특별한 영입은커녕 내부 FA 자원들을 하나 둘 떠나보내고 있다.

가장 먼저 팀을 떠난 것은 잭 랜돌프였다. 5일(이하 한국시간) 랜돌프는 새크라멘토 킹스와 2년 간 2400만 달러에 계약 합의했다. 2009년 멤피스 이적 후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랜돌프는 이로써 8년 만에 정든 팀을 떠나게 됐다.

하지만 멤피스는 랜돌프를 붙잡기 위한 특별한 시도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크라멘토와의 계약 소식이 들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그의 등번호 50번을 영구결번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한 것이다.

로버트 페라 멤피스 구단주는 공개 편지를 통해 “랜돌프, 당신은 로터리 지명권을 노리던 팀을 플레이오프권 팀으로 바꿔놓았다. 당신이 멤피스 지역 사회와 그리즐리스 구단에 기여한 모든 것들을 감사한다. 멤피스에서 등번호 50번은 이제 어떤 선수도 쓰지 못할 것이다”라며 영구결번 소식을 알렸다.

7일에는 베테랑 포워드 빈스 카터 역시 새크라멘토와 1년 간 8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카터는 40살의 노장임에도 지난 시즌 73경기에서 평균 1.5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멤피스 외곽 공격에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멤피스는 카터와도 이별하기로 결정했다. 우승보다는 출전 시간을 우선순위로 두고 새 둥지를 택하겠다고 말했던 카터는 결국 영건들을 도우며 경기에 뛸 수 있는 새크라멘토행을 택했다. 이로써 카터도 3년 만에 멤피스와 결별했다.

멤피스는 또 다른 내부 FA인 토니 알렌, 자마이칼 그린과도 계약 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알렌과는 공식 미팅도 하지 않았으며, 자마이칼 그린에게는 계약을 제시했으나 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둘 모두 지난 시즌 멤피스의 주전 슈팅가드와 파워포워드로 큰 공헌을 했던 선수들이다. 헌데 알렌, 그린을 대하는 멤피스의 태도는 상당히 소극적이다.

멤피스는 올여름 FA 시장에서 두 가지의 계약만 성사시켰다. 웨인 쉘든(2년 286만 달러)과 재계약하고 벤 맥클레모어(2년 1060만 달러)를 새크라멘토에서 영입했다. 평소 기량을 생각했을 때 둘은 팀을 크게 업그레이드할 자원이라 보기 힘들다. 마크 가솔, 마이크 콘리의 주변 전력을 보강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멤피스는 조용히 후퇴만 하고 있다.

멤피스가 사실상 리빌딩 모드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에는 마크 가솔이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될 수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32살의 마크 가솔은 향후 3년 동안 7200만 달러가 넘는 계약이 남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수 기량은 리그 정상급에 속하는 빅맨이다. 빨리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는다면 여러 팀들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 콘리, 챈들러 파슨스 역시 리빌딩을 위해 트레이드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해 여름 성사시킨 마이크 콘리, 챈들러 파슨스와의 계약은 처리 곤란한 ‘악성 계약’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콘리는 향후 4년 동안 1억 1400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이 남아 있다. 지난 시즌 리그 최고의 ‘먹튀’로 손색이 없었던 파슨스는 향후 3년 간 7200만 달러를 받는다. 콘리는 좋은 포인트가드이지만, 리그 내 존재감에 비해 연봉이 많다. 최근 몇 년 동안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던 파슨스는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몸 상태를 보이고 있다. 콘리와 파슨스가 트레이드하기 어려운 선수들인 이유다.

일단 멤피스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할 전망이다. 가솔과 콘리를 내보내지 않는다면, 멤피스는 언제든지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플레이오프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니 알렌, 자마이칼 그린과의 재계약에 실패하고 마크 가솔, 마이크 콘리 중 한 명을 트레이드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공식적으로 리빌딩을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과연 멤피스의 결단은 무엇일까?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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