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구리, 박진호 기자] 오랜만의 연습 경기였지만 낯설음보다는 가능성이 엿보였다. KDB생명의 구슬이 일본 WJBL의 후지쯔 레드웨이브와의 연습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새 시즌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구리 KDB생명은 27일, 구리시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후지쯔에 66-80으로 패했다. WJBL 전통의 강호로 지난 시즌에도 3위를 차지했던 후지쯔에게 경기 초반 앞서나갔던 KDB생명은 후반 들어 역전을 허용했고 4쿼터 막판에 무너졌다.

그러나 승패가 중요했던 경기는 아니었다. KDB생명은 대표팀에 소집된 김소담(국가대표)과 차지현(U-19 대표)가 결장했고 재활중인 이경은도 뛰지 않았다. 여기에 베테랑 조은주와 한채진도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김영주 KDB생명 감독은 비시즌 초반의 연습 경기에서는 베테랑 선수 보다 어린 선수들이 초반 진행하고 있는 훈련 내용을 얼마나 숙지하고 코트에서 발현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날 KDB생명 선수들 중 가장 돋보인 이는 구슬이었다.

구슬은 많은 시간을 소화하며 25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첫 연습 경기에서 만족보다 아쉬움을 나타낸 김 감독도 구슬에 대해서는 “확실히 늘었다”며 “전체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구슬은 “오랜만에 경기를 뛴 거라 정신도 없었고 긴장도 많이 했다. 후반에는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며 “6-70점 정도 밖에 안 되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25점이나 득점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정신이 없어서 어느 정도 넣었는지 감도 없었다. 경기를 잘 하지 못했는데 뜻밖”이라며 당혹스러워 하기도 했다.

사실 구슬은 검증된 기대주다.

수원여고를 졸업하고 2013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KDB생명에 지명된 구슬은 매 시즌 출전시간을 늘려가며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5-16시즌 3라운드 MIP로 선정됐으며, 2016년에는 <더 바스켓>에서 진행한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상’ 중 영 플레이어 상(24세 이하 선수 중 최우수 선수)을 수상하기도 했다. 코트에서 그를 지켜본 관계자들과 선수들에게도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던 것.

구슬을 지도했던 지도자들은 그의 자질과 재능에 대해 다들 높게 평가했다. 대부분 “가르쳐서 될 수 없는 것들을 타고났다”며 구슬의 성공 가능성을 점쳤다. 그러나 '재능에 비해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구슬도 이러한 내용을 잘 알고 있다.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노력 부족'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억울한 마음에 울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는 “그런 지적이 나오면 ‘내가 헐렁거리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조금 더 집중하려 한다”며 “일단 그렇게 봐주시는 것 자체가 나에 대해 가능성을 좋게 평가해주신 부분이 있는 것이니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더 열심히 하려한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성장하며 기대를 모았던 구슬은 지난 2015-16시즌을 마친 후 돌연 팀을 떠났다. 2016-2017시즌 말미 다시 팀에 복귀했지만 프로선수로서 무책임한 행동을 보인 부분에 대해서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그래서 여전히 인터뷰에 나서는 것도 조심스럽다. 

김영주 감독은 “구슬이가 예전보다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 있다”며 방황을 딛고 어느 정도 성장 했음을 인정하면서도 “팬들의 비판이 있다면 그 부분도 본인이 겪어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구슬은 “철없는 행동이었고 내 선택으로 나 뿐 아니라 팀에도 많은 피해를 끼쳤다. 여전히 죄송한 마음이다. 떠나 있는 동안 후회도 많이 했고 반성도 많이 했다. 다시 받아 주신 것에 대해서도 감사하고 있다. 많은 분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던 만큼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보여드리고, 꾸준히 좋은 모습 보여서 기회를 주신 분들께도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 루키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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