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화된 선수진의 체질 개선이 급선무

[길병욱 기자] 삼성의 사령탑 교체는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물론 안준호 감독의 계약기간이 1년이나 남아 있었지만, 이미 시즌 중반 농구계 안팎에서는 안 감독의 교체설이 유력하게 나돌았기 때문. 성적에 따라 그 향방이 좌우된다는 얘기가 많았고, 결국은 자의든 타의든 감독 교체라는 명제는 사실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후임 사령탑은 누가 될 것인가? 다른 구단도 아닌 일등기업 삼성의 감독 자리였기 때문에 많은 농구인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지금은 LG로 자리를 옮긴 김진 감독을 시작으로 삼성 출신의 많은 농구인들이 대거 입소문 대상이 됐다. 남자농구의 사령탑 교체 이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스의 감독이 선동렬 감독에서 류중일 감독으로 바뀐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삼성 출신의 농구인이 되지 않겠냐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었던 것.

이런 루머가 도는 가운데 나온 삼성의 결정은 다소 의외였다. 바로 중앙대의 김상준 감독을 영입한 것. 선수로는 한국은행과 나래(동부의 전신)를 거쳐 삼성과는 아무 관계도 없을뿐더러 지도자 경험도 명지중학교와 중앙대학교 등 아마추어에서만 활동한, 프로무대에서의 경력이 전무한 감독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대학농구의 명장, 프로에 진입하다
감독으로서 비교적 젊은 나이인데다, 다소 파격적인 인사였지만 삼성이 김상준 감독을 선임한 이유는 분명했다. 기존 프로무대에서 활약한 감독들을 배제한 새로운 스타일의 변화를 꾀했던 삼성에게 아마농구 최강팀 중앙대의 김상준 감독은 딱 들어맞는 카드. 선수로서의 네임 밸류는 차치하더라도 아마추어 지도자로서의 그의 경력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청룡군단의 지휘봉을 잡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그는 126경기를 치러 117승 9패라는 독보적인 성과를 거뒀다. 그 중에는 대학농구 최대인 52연승과 2010년 대학리그 전승 우승 기록도 포함돼 있다. 그를 시기해서 나온 말들. 이를테면 선수가 좋았다라거나, 운이 좋았다라는 말들로 설명하기에는 분명 모자람이 있는 눈부신 성과들이다.

그는 대학 감독들 사이에서도 어린 축에 속했지만 선수단을 장악하는 능력도 뛰어났고, 4쿼터 동안 풀코트 프레스와 하프코트 프레스, 2-3 지역방어 등 다양한 전술을 시험할 정도로 연구하는 지도자였다. 사람에 따라서 어떻게 비춰졌을지 모르지만, 리그 활성화라는 명제를 위해 타 대학 감독들에게 ‘언제든지 도전해오라’라는 건방진(?) 멘트조차 서슴없이 말했던 그다.

물론 프로농구라는 곳이 대학농구와 다르게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는 곳이지만, 아마추어에서 남들이 하지 못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그가 가세했다는 것만으로도 삼성의 다가오는 시즌이 기대되고 있다.

노쇠화된 선수진의 체질 개선이 급선무
그동안 삼성의 가장 큰 문제는 노쇠화된 선수진이다. 삼성은 전임 안준호 감독이 부임하는 동안 우승 1회와 준우승 2회를 거뒀고, 7년 연속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를 정도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던 팀.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좋은 신인선수의 보강이 그동안 없었다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성적이 언제나 6강 이상에 들다 보니 신인 드래프트에서 앞 순위의 선수를 지명할 수 없었던 것. 최근 몇 년간 삼성이 신인왕을 배출할 수 없었던 것도 모두 이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 때문에 안준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서는 한번쯤 하위권으로 내려가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바닥을 쳐야 상위권으로 성적이 올라간다는 믿음 때문. 당시 삼성이 겨냥한 선수는 2011 신인 드래프트에서 인삼공사에 1순위로 지명된 오세근이었다.

그러나 이런 코칭스태프의 의견은 모기업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구단 고위층의 반대로 무산됐다. 사실 어떤 기업에서 농구단에서 선뜻 꼴찌로 내려가라고 할까? 충분히 납득이 가는 상황이지만, 농구단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분명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다.

어찌됐든 삼성은 이런 이유로 인해 인적으로 노쇠화된 전력이 주를 이루는 팀이다. 이상민이 은퇴했다고는 하지만, 강혁과 이규섭 두 주축이 30대 중반을 넘어섰고 이정석 역시 30대에 올라섰다. 김동욱과 차재영이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파괴력이 식스맨 이상의 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 이렇게 선수 구성의 변화가 없는 가운데 김상준 감독이 어떤 운영의 묘를 살릴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 것.

김 감독은 중대 시절부터 선수와의 타협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물론 대학농구 감독치고 어린 선수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감독이 누가 있겠냐만은, 그는 특히 유별날 정도였다. 이런 그의 지도 방식이 삼성에서 어떻게 적용될까도 의문점. 사실 삼성은 지도자보다는 선수들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하는 구단으로 소문나 있다. 노장 주축 선수들이 감독의 말을 100% 믿고 따른다기보다는 각자의 플레이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 감독이 선수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진땀을 뺀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리는 구단이었다.

하지만 김상준 감독은 이런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감독직이 결정되고, 선수단과 첫 상견례를 한 뒤 사석에서 “절대로 선수들에게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지인들에게 밝혔다는 후문. 그의 평소 스타일을 봐도 선수들에게 끌려가는 타입은 아니라는 것이 그를 아는 이들의 소견이다. 

그렇다면 김상준 감독으로서는 기존의 노장 선수들과 어떻게 첫 단추를 꿰어가느냐가 숙제가 될 전망이다. 이른바 물갈이를 통해 대폭적인 개편을 할 것이냐, 아니면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변화시켜 함께 갈 것이냐는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최고의 기업이기에 능력이 없으면 과감히 퇴출되는 양날의 검과도 같은 삼성의 감독에 취임한 김상준 감독. 그는 과연 다가오는 시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사진 = 루키 DB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