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이훈재 감독이 한숨쉬었다.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시린 4월을 보낸 이가 있다. 부천 하나원큐의 수장 이훈재 감독은 때아닌 꽃샘추위에 한숨이 깊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FA 시장에서 팀의 에이스를 떠나보냈고, 보상 선수를 발표하는 27일에는 이례적으로 선수가 아닌 현금을 택했다. 9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보상금이 구단 지갑으로 들어왔으나, 선수단을 꾸려 성적을 내야 하는 감독은 사실 끝까지 선수를 원했다. 오히려 "구단이 투자와 보강에 인색하다고 팬들에게 비칠까 걱정했다"라며 팬들을 먼저 생각했다. 이훈재 감독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Q. 격동의 4월이 지나갔다. 아직 모든 시장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보상금 선택까지 끝나면서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어떤 4월이었나?
아쉬웠다. 지금은 힘도 좀 빠져 있다. (웃음) 뭐 아쉬웠지만, 떠난 선수는 떠난 선수고 남은 선수들이 있다. 오히려 선수들이 하나로 더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Q. 보상 선수가 아닌 현금을 골랐다. 리그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제출 시간인 다섯 시가 다 될 때까지 프런트와 많은 고민을 했다. 사실 보상금 선택은 가장 마지막 선택 사항이었다. 선수 A가 1안, B가 2안, C가 3안 그리고 보상금은 4안이었다. 여자농구는 은행이 운영한다. 하나은행이 돈이 필요한 구단도 아니고, 돈보다는 당연히 선수가 우선이었다. 또한, 현금을 골랐을 때 자칫 구단이 투자와 보강에 인색하다고 팬들에게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기도 했다. 우리 구단은 그런 구단이 아니다.

Q. 그럼에도 마지막에 결국 보상금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정이 있었다. 여러 선수를 두고 고민하는 가운데, 이번 FA 시장에 나와 2차 협상까지 KB와 계약이 안 된 선수도 후보군에 있었다. 그런데 그 선수는 ‘KB가 아닌 다른 팀에서 뛰게 되면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라는 소문이 있었다. 단순 소문이라고 하더라도, 만약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실무자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리스크로 다가온다. 그런 리스크를 안고서는 지명이 어렵다. 

제도적인 아쉬움도 있다. 3차 협상까지 다 끝나고 보상 선수를 지명해야지, 2차 협상만 끝난 상태에서 보상 선수를 지명해야 하니 이 선수가 바라는 계약 기간이나 연봉 등을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또 하나, 제도의 맹점이 있었다. 계약에 관한 것이다. 2안에 있었던 B 선수나 3안이었던 C 선수 같은 경우 우리가 지명을 위해 연맹에 기존 구단과의 계약서 조회를 요청했다. 그런데 연맹에서는 ‘계약에 관한 문제는 우리가 확인해 드릴 수 있지만, 직접적인 공개는 어렵다’라고 하더라. 

올 시즌이야 수당까지 모두 공개하고 있지만, 지난 시즌까지는 연봉만 공개되지 않았나. 알려진 연봉 외 수당에 관한 부분은 명확하게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 선수의 연봉이 보장 연봉인지 아닌지에 대한 유권 해석도 애매했다. 우리도 구단의 샐러리캡이나 선수들의 형평성을 고려해 지명해야 하는데, 계약 사항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연맹이 올 시즌부터 수당까지 모두 공개하며 팬들에게 알 권리와 더불어 투명한 행정을 지향하고 있는데, 어차피 투명하게 갈 것이라면 이 부분은 꼭 개선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그랬다는 게 아니라, 훗날 다른 구단이 보상 선수를 뺏기기 싫어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Q. 팀 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에이스 강이슬이 팀을 떠났다. 빈자리는 어떻게 메울 생각인지?
아무래도 같은 포지션의 (강)유림이가 더 역할이 늘어날 것이다. 유림이가 지난 시즌에는 (강)이슬이의 보조 역할로 뛰었다. 공을 쥐기보단 공 없이 움직이는 게 많았다. 올 시즌에는 좀 더 주도적으로 움직여 비중을 늘렸으면 좋겠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베테랑 (고)아라와 (양)인영이와 함께 셋이서 이슬이의 공격 지분을 30%씩 나눠 갖는 것이다.

다른 포지션에서는 (신)지현이가 할 일이 많다. 지난 시즌에는 이슬이가 가장 공을 오래 잡고 있었다. 올해는 지현이가 아마 그렇게 될 텐데, 한 명에게 의존하기보다는 모션 오펜스 등을 통해 다 함께 움직여 마무리하는 공격을 구상 중이다. 지현이가 지난 시즌 1, 2라운드의 지현이가 아닌 5, 6라운드의 지현이로 시즌을 유지해줬으면 좋겠다.

Q. 지난 시즌, 강유림과 더불어 정예림 등 젊은 선수들의 분전이 돋보였다.
(정)예림이가 지난 시즌 잘해줬지만, 좀 투박했다. 궂은일을 위주로 했는데, 궂은일 외에 패스 센스도 뛰어난 선수다. 출전시간이 늘어나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이슬이의 이탈은 분명 전력에 마이너스지만, 선수들에게는 동기 부여가 돼야 한다. 항상 이슬이가 대표팀에 가고 연습경기를 하면, 선수들이 ‘어차피 저 자리는 이슬 언니 자리’라는 생각을 하고 뛰었는데, 올해는 모두 ‘저 자리는 이제 내 자리’라는 생각으로 뛰어야 한다. 비시즌 훈련과 박신자컵, 퓨처스리그를 통해 제2의 강유림, 제2의 정예림을 지켜볼 생각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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