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일본의 젊은 농구 유망주가 KBL 무대에서 어느 정도의 활약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KBL은 지난달 27일 2020-2021시즌부터 일본 B.리그의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아시아쿼터제 시행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각 구단은 2명의 외국선수 외에 일본 선수 1명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러면서 과연 어떤 팀이 첫 스타트를 끊을지 농구 관계자와 팬들의 관심이 쏠렸는데 원주 DB 프로미가 첫발을 내딛을 전망이다. 그리고 DB가 영입 대상으로 고려중인 선수는 지난 시즌까지 B.리그 교토 한나리즈 소속으로 뛰었던 나카무라 다이치다. 

그렇다면 나카무라 다이치는 과연 어떤 선수일까? 

다이치는 1997년 6월 29일생으로 국내에서 알려진 것과 달리 히로시마가 아닌 야마구치 현 출신이다. 190cm/83kg의 신체 조건을 자랑하고 있으며 포지션은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맡고 있다. 

지금은 일본농구의 유망주로 불리지만 중학교 시절까지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중학교 시절 최고 성적이 현 대회 4강에 그쳤을 정도. 타 지역에서의 입학 제의가 없어 고향인 야마구치현의 한 고교팀에 진학할 예정이었으나 아버지의 권유로 후쿠오카 오호리고등학교 입단 테스트를 겸한 훈련에 참가한다. 

오호리고교는 지금은 후쿠오카 다이이치(제1)고에 정상을 내줬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전국대회 우승을 도맡아 하는 일본 고교 넘버원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호리고교 농구부는 별도의 스카우트를 하지 않는다. 일본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알아서 입학하기 위해 찾아오기 때문인데 다이치도 이런 선수 중 하나였다.  

이상범 감독을 격려하기 위해 원주 경기를 찾은 故 다나카 쿠니아키 총감독(왼쪽에서 3번째)

그러나 테스트를 겸한 훈련에서 그는 당시 故 다나카 쿠니아키 감독의 눈에 들어 오호리고교 입학이 결정됐다. 그리고 이때 그의 농구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게 되는데 바로 인스트럭터로 오호리고교에 합류한 이상범 감독과의 만남이다. 

오호리고교 농구부의 대부격이었던 다나카 감독은 당시 나이가 들어 총감독으로 물러났지만 오호리고교 농구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무던히 애를 쓴 인물이다. 안양고를 비롯한 국내 고교팀과의 교류경기는 물론이고 농구부의 성적 상승을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농구부 졸업생들은 물론 학교에서도 크게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다. 

그랬던 그는 당시 우연찮게 국내 프로농구 우승을 차지했고 대표팀 감독과 코치 경험이 있던 이상범 감독이 잠시 자리에서 물러나 있다는 것을 듣고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일본의 프로팀도 하지 못한 스카우트 제안을 한 것이다.

한국 대표팀 감독을 목표로 해외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농구 공부를 하던 이상범 감독은 이런 오호리고교의 제안에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어린 선수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경험을 쌓는 차원에서 오호리고교 인스트럭터 제안을 수락했다. 

본론으로 돌아와 당시 190cm의 신장을 가졌던 나카무라를 오호리고교의 일본 코칭스태프들은 신장을 고려해 3번으로 기용하려고 했다. 일본은 농구 뿐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새로운 변화보다는 기존의 것을 지키고 이어가려는 성향이 강하다. 신장이 작은 선수는 외곽에서 가드로, 신장이 조금이라도 큰 선수는 골밑에서 뛰는 선수로 기용한다는 것이 일본 농구계에 불문율처럼 작용할 때였다.

오호리고교의 다나카 총감독과 카타미네 소우타 감독 모두 이런 활용 방안을 갖고 있었는데 여기에 제동을 건 것이 이상범 감독이었다. 

이상범 감독은 "중학교 때까지 2번을 보던 다이치를 당시 오호리고교 코칭스태프는 신장 때문에 3번으로 기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반대했다. 국내에서 경험했던 장신가드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기존의 신장이 작았던 주전 가드를 백업으로 돌리고 다이치를 1번으로 기용하자고 이야기했다. 포지션 파괴에 따른 미스매치가 효과를 볼 것이라 생각했고 다이치 역시 외곽에서 더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내 주장을 밀어붙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다나카 감독은 이상범 감독의 제안에 처음에는 주저하는 모습이었지만 몇 차례나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이 감독의 말을 믿고 용단을 내렸다. 이러면서 2학년 때까지 벤치 멤버로 간간이 경기에 나서던 다이치는 3학년 때부터 장신가드로 발돋움하며 팀의 주전가드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후 다이치는 도쿄의 토카이대학을 비롯해 여러 대학들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지만 정작 농구부는 약한 호세이대학으로 진학했다. 호세이대학은 그가 입학하기 1년 전에 간토대학 1부 리그에서 2부로 강등된 상태였고, 그나마도 다이치가 입학할 즈음에는 3부 리그까지 떨어졌다. 

이런 학교의 사정과는 별개로 다이치는 프로구단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었다. B.리그에는 구단별 특별지정선수라는 제도가 있는데, 해당 구단이 각 대학의 선수 중 관심이 가는 선수와 일종의 수련선수 계약을 맺어 팀 훈련을 같이 하고 필요하다면 리그도 뛰게 하는 제도가 있다.

같이 데리고 있으면서 필요한 선수인지 테스트를 하고 합격을 하면 계약까지 맺는 것인데 B.리그가 열리는 겨울이 방학 기간이라 학기도 겹치지 않고 경기 역시 주말 밖에 열리지 않기 때문에 학사 일정에도 문제가 없다. 

다이치는 1학년때인 2016-2017시즌 시호스 미카와의 특별지정선수가 됐고 2학년 때는 도야마 그라우지스, 3학년때인 2018-2019시즌에는 요코하마 B-코르세어스와 계약을 맺었다. 미카와와 도야마 시절에는 각각 1경기 밖에 못 뛰었지만 요코하마 소속이던 2018-2019시즌에는 43경기를 뛰면서 요코하마 구단의 입단 가능성이 재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종료 후인 2019년 6월 28일 그는 요코하마 구단을 나왔고 약 두 달 뒤인 8월 23일 교토 한나리즈에 입단했다. 이러면서 호세이대학 농구부에서도 은퇴했는데 재밌는 것은 학생 신분은 남아 있어 교토 구단 선수면서도 호세이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올해 3월이 되면서 호세이대학은 졸업한 상태다.  

대표 경력은 2017년과 2018년 윌리엄존스컵에 일본 대표로 나섰고, 2018년 8월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일본 대표팀으로 나섰다. 이때는 A 대표팀이 아닌 젊은 선수 위주로 구성된 B 대표팀의 일원이었다. 

그는 일본농구협회에서 주목하고 있는 젊은 선수로 토가시 유키와 더불어 일본 국내파 선수로 일본 대표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JBA는 유키와 다이치 등 국내파에 하치무라 루이, 와타나베 유타 등 해외파가 동반 성장해 일본농구의 미래를 이끌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교토 구단에서 국내 농구팬들에게 친숙한 데이비드 사이먼과 더불어 팀의 원투 펀치로 활약하고 있다. 연봉도 1200만엔, 우리 돈으로 대략 1억 2천만원 이상을 받고 있어 고액 연봉 선수에 속한다. 편하게 농구를 하려고 마음먹는다면 굳이 한국에 올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는 이전부터 자신의 농구 성장에 도움을 준 이상범 감독 밑에서 농구를 하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비시즌마다 DB의 원주 체육관을 찾아 다른 DB 선수들과 같이 운동을 했던 그다. 

KBL과 B.리그 간의 협의로 한국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자마자 곧바로 이상범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이상범 감독이 있더라도 국내선수와 같은 샐러리캡 적용을 받는 상황에서 DB 구단이 그에게 줄 수 있는 연봉 액수는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에서 받던 액수와 비교해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반토막 이상이 나는 금액이 현실적이었다. 

하지만 다이치는 돈은 상관없다는 의사를 비쳤다. 뭔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최소한 2~3년은 있어야 된다는 이 감독의 말에 '알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며 강한 신뢰를 보였다. 

다이치는 한국 진출을 위해 교토 구단과 계약을 맺을 때도 '해외 리그 진출을 우선시하되 일본에 복귀하면 교토로 돌아온다'는 조항까지 넣었다. 

일본 농구계에서도 다이치의 일거수일투족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루키 더 바스켓>의 일본 측 파트너인 프리랜서 농구기자 코나가요시 요코 기자는 "일본에서도 나카무라 다이치의 한국 진출설이 돌고 있다. 다이치가 한국에 가는 것이 사실인가?"라며 물은 뒤 "만약 그가 가게된다면 한국에서 어느 정도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 가능성에 대해 일본의 농구 관계자들과 B.리그 구단들, 선수들 모두 주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B.리그 관계자 역시 "아직 확정이 되지 않아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다이치가 KBL에서 제 역할을 해준다면 일본 선수나 B.리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리그 차원에서는 다이치가 한국 무대에 잘 적응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 박상혁 기자, will 정용기 대표, B.LEAGU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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