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재의 전술 돋보기] CLE의 주요 무기 ‘1-3 픽앤롤’
[루키=이민재 기자] 다른 스타일, 그러나 모두 효과적인 플레이.
2017 NBA 파이널에 맞붙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타일을 정리하는 문장이 될 것이다. 클리블랜드는 개인 기량에 의존도가 높은 반면, 골든스테이트는 볼 흐름을 중시한다. 그러나 두 팀 모두 막강한 화력을 자랑한다.
그중 클리블랜드는 단순하지만 생산성 높은 플레이로 2017 플레이오프에서 훌륭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포인트가드(1번)와 스몰포워드(3번)의 2대2 게임인 1-3 픽앤롤이다. 카이리 어빙과 르브론 제임스가 펼치는 2대2 게임은 상대가 알고도 막기 어렵다. 지난 2016 파이널에서도 두드러졌던 이 플레이가 오는 2017 파이널에서도 빛을 발휘할까.
1-3 픽앤롤
2017 플레이오프 화두는 ‘상대의 약점 노리기’다. 아이재아 토마스는 항상 상대의 거친 압박 수비를 이겨내야 했다. 클리블랜드는 플레이오프 1, 2라운드,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상대의 약한 외곽 수비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손쉬운 득점을 올렸다.
클리블랜드는 이를 이번 시즌 초반부터 준비했다. 바로 르브론이 공을 들고, 어빙이 스크리너로 나서는 픽앤롤 플레이였다. 가드가 공을 들고 포워드가 스크린을 시도하는 기존 전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는 2016 파이널에서도 드러났던 전략. 르브론과 어빙의 합이 맞아떨어지면서 높은 효율성을 자랑했다. 이와 함께 클리블랜드는 볼 스크린으로 상대의 스위치 디펜스까지 유도했다. 상대의 허약한 수비수를 고른 뒤 그 선수만 집요하게 공략했다.
이에 성공하려면 단단한 스크린이 필요하다. 그러나 포인트가드가 정확한 스크린을 걸기란 쉽지 않다. 어빙은 ESPN과의 인터뷰에서 "르브론이 마이애미 히트에서 클리블랜드로 오기 전까지 스크린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연습을 거의 하지도 않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커리어 내내 생각지도 않았던 스크린을 실전에서 요긴하게 쓰고 있다.
어빙은 플랫 스크린(Flat Screen)을 선호한다. 일반적으로 스크리너는 스크린을 시도할 때 발의 방향이 사이드라인 쪽으로 향한다. 볼 핸들러의 이동 방향과 90도가 된다. 그러나 플랫 스크린은 스크리너의 발이 하프라인 코트를 향하는 게 특징. 스크리너가 림을 등지게 된다.
이는 수비수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수비수 등 뒤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어디서 스크린이 올지 알 수 없다. 따라서 더욱 강력한 스크린이 걸려 볼 핸들러의 이동 경로를 열어줄 수 있다.
이에 대해 르브론은 "어빙은 스크린을 정말 잘 걸어주고 있다. 더욱 나아지고 좋아질 것이다. 우리가 (1-3 픽앤롤을) 더 많이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클리블랜드는 올 시즌 들어 1-3 픽앤롤 비중을 더욱 늘렸다. 어빙은 2015-16시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당시 픽앤롤 플레이 때 롤맨으로 나선 비중이 0.4%와 0.6%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 들어 그 수치가 늘었다. 2016-17시즌 정규리그 당시 0.7%였는데, 플레이오프 들어 1.3%까지 그 수치가 증가했다. 두 선수가 펼치는 2대2 게임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애틀랜타 호크스의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은 "어빙은 스크린을 정말 잘 건다. 그런데 모두 어빙의 스크린이 속임수라는 걸 안다. 르브론은 스크린을 받은 뒤 정말 손쉽게 득점을 올린다. 이 플레이는 악몽과도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4연패를 당한 토론토 랩터스의 드웨인 케이스 감독도 "치명적이었다"며 짧고 굵게 두 선수의 위력에 대해 설명했다.
토론토 랩터스의 TJ 터커 역시 "대부분의 가드가 스크린을 걸면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데 어빙은 리그 최고의 득점원이다"라며 스크리너와 볼 핸들러 모두 수비하기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 르브론 제임스(O3)가 공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카이리 어빙(O1)이 스크린을 건다. 상대의 스위치 디펜스를 유도하는 데 성공한다. 이후 골밑 안쪽에서 자리를 잡은 르브론이 어빙의 패스를 받아 득점에 성공한다.
수비 약점을 공략하라
골든스테이트와의 시리즈에서 1-3 픽앤롤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바로 스테픈 커리 때문이다. 지난 2016 파이널, 클리블랜드는 커리의 수비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골든스테이트 주전 라인업 선수 중 가장 수비 약점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커리가 르브론을 막게 되는 상황이 오면 골치가 아프다. 아무리 수비력이 좋아도 르브론과의 미스매치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을 터. 수비에서 쏟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파울 트러블 문제도 생겼다. 커리는 자연스레 공격에서 밸런스를 잃고 말았다.
1-3 픽앤롤을 막기 어려운 이유는 개인기에 의한 공격이기 때문이다. 수비수 혼자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팀 수비를 펼치기도 쉽지 않다. 코트를 넓게 쓰는 상황에서 자칫 어설픈 도움 수비를 펼쳤다가 외곽슛 혹은 돌파를 허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클리블랜드는 리그 최고의 공격 리바운더 트리스탄 탐슨이 있다. 세컨 기회 득점 허용 부문도 감안한다면 쉽게 움직일 수 없다.
실제로 르브론은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 최소 100번 이상 볼 스크린을 시도한 26명 중 최고 생산성을 뽐냈다. 포제션당 득점 기대치(PPP) 1.35점을 기록, 리그 1위에 올랐다. 특히 르브론은 볼 스크린 이후 아이솔레이션을 펼친 경우가 17%였다. 이때 아이솔레이션 PPP는 리그 3위(1.20점)에 올랐다(최소 50번 이상 시도한 선수 중).
1-3 픽앤롤은 상대팀 최고의 수비수와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항상 상대팀 가장 허약한 수비수를 고르기 때문. 자연스레 드레이먼드 그린 같은 최고 수비수는 위크사이드 45도, 코너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다.
르브론 입장에서는 그린, 듀란트와 만나는 게 부담스럽다. 두 선수 모두 수비로 르브론을 힘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르브론은 이번 시즌 골든스테이트와 두 번의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그린 수비 상대로 야투 단 1개도 넣지 못하기도 했다(0/5). 따라서 1-3 픽앤롤을 통해 그린, 듀란트와 멀어지는 게 가장 효과적인 움직임일 것이다.
파생효과
두 팀의 2016-17시즌 정규리그 두 번째 맞대결, 1쿼터 초반부터 클리블랜드는 여전히 스위치 디펜스를 강요하는 움직임이 많았다. 그 주인공은 르브론이 아닌 케빈 러브였다. 르브론과 러브는 2대2 게임을 펼치면서 상대의 스위치 디펜스를 유도했는데, 수비수로 선택한 선수가 듀란트였다. 러브가 골밑 안쪽에서 듀란트와 상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듀란트는 스몰포워드지만 신장과 팔 길이는 센터에 가깝다. 버티는 힘도 나쁘지 않다. 워낙 신체조건이 뛰어나 수비력이 괜찮다. 포스트업 수비도 마찬가지다. 정규시즌 동안 포스트업 최소 50번 이상 수비한 선수는 리그에서 135명이었다. 그중 듀란트의 야투 허용률은 38.5%로 리그 20위였다. 수준급 수비력을 보였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클리블랜드가 듀란트 수비를 상대로 공격한 이유는 수비 부담을 안기기 위해서다. 듀란트가 골밑 안쪽에서 수비에서 쏟는 힘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공격 밸런스도 잃게 될 터. 또한 포스트업을 막게 되면 파울 트러블도 생길 수 있는데, 이러한 파울 변수로 안겨주려는 의도였다.
▲ 르브론 제임스와 케빈 러브가 2대2 게임을 펼친다. 이 상황에서 러브의 수비수가 드레이먼드 그린에서 케빈 듀란트로 바뀐다. 러브는 자신의 주 무기인 포스트업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BOX | GSW의 대응
골든스테이트는 리그에서 가장 수비력이 뛰어난 팀 중 하나다. 볼 스크린 수비도 좋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상대의 볼 스크린을 가장 잘 막은 팀이었다. 상대에게 허용한 PPP가 1.01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아이솔레이션 수비도 나쁘지 않았다. 0.91점을 허용, 7위에 올랐다. 수비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아 전체적인 생산성이 나쁘지 않았다.
스티브 커 감독은 클리블랜드의 1-3 픽앤롤을 주시하고 있다. 그는 ESPN을 통해 "마이클 조던과 스카티 피펜의 수비수가 서로 바뀌어도 문제 되지 않는다. 두 선수 수비가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수비력이 떨어지는 선수를 공략하면 문제가 된다"라며 이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골든스테이트는 이번 시즌 들어 여러 가지 해법을 몇 가지 공개했다. 첫 번째는 어빙이 공을 잡는 순간 강력하게 압박하기다. 어빙의 수비수와 센터가 순식간에 어빙을 에워쌌다. 자연스레 탐슨이 오픈 기회를 맞이했는데, 그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그는 뛰어난 득점원도, 패서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보스턴 셀틱스의 전략으로 엿볼 수 있다. 보스턴은 2017 플레이오프 1라운드 시카고 불스 시리즈에서 아이재아 토마스 숨기기에 많은 힘을 쏟았다. 상대가 토마스 수비를 공략하려고 매번 노력을 펼쳤다. 이때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은 지역방어와 스몰라인업을 통해 기동력을 높여 도움 수비를 펼치는 방법으로 효과를 높였다. 골든스테이트 역시 이러한 도움 수비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커리의 수비다. 클리블랜드는 무조건 커리를 공략할 것이다. 커리는 시간을 거듭할수록 르브론에 대한 수비법을 어느 정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그중 쇼 디펜스 이후 리커버리 수비가 제일 안정적이었다. 쇼 앤 리커버리는 르브론의 이동 경로를 커리가 잠시 막아선 뒤 자신의 수비수로 돌아가는 수비다. 르브론의 움직임을 잠시 저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물론 커리가 자신의 수비수로 돌아가는 틈을 르브론이 공략할 수 있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