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리포트] 마레이를 괴롭혔던 골멍 부상이란?
애석하게도 스포츠와 부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부상 관리는 현대 스포츠에서 너무 중요하다. 부상 위험을 미리 줄이고, 부상이 발생한 후에 잘 대처하고 관리하는 것은 한 선수와 한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루키는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눌 수 있는 ‘메디컬 리포트’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계명대학교 정형외과 임상조교수이자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 창원 LG 세이커스 필드 닥터로 활약하고 있는 김두한 교수와 함께 다양한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이번 시간의 주제는 골멍 부상이다.
글: 김두한, 정리: 이동환
골멍(bone contusion)이란?
오늘은 골멍 (골타박상) 부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타박상은 비정상적인 외력이 우리 몸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손상으로, 농구에서 아주 흔한 부상으로 염좌 다음으로 2번째로 흔한 부상입니다. 외력이 뼈에 직접적으로 가해졌을 때, 골멍(타박상)이 발생가능하며 영어로는 bone contusion입니다.
과거에 MRI가 발달하기 전에는 골멍이라는 진단명이 없었습니다. X-ray나 CT에서 뼈의 구조는 정상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진단을 하고 통증이 있는 선수를 다시 훈련에 복귀시키는 경우가 많았을 겁니다. 골멍의 사전적 정의는 “뼈의 미세압박 손상”으로, MRI가 스포츠의학에서 중요한 진단기구로 자리잡으면서 골멍은 현재 가장 흔한 스포츠손상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골멍이 왜 생기는지, 그리고 어느 부위에 잘 생기는지 알려면 우리 몸의 뼈의 종류에 대하여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몸에서 팔다리를 이루는 뼈는 구조적으로 두가지 타입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뼈의 기둥을 담당하는 피질골, 또 다른 하나는 관절주위를 이루는 해면골입니다.
피질골은 주로 팔, 다리, 뼈의 중간을 이루는 뼈로, 아주 단단한 뼈가 주변 부위를 둘러 싸고 있습니다. 또한 각 뼈의 중간 부위(허벅지나 팔뚝)에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근육에 둘러 쌓여 있습니다. 때문에 직접직인 충격이 근육에서 많은 부분 흡수가 되어 뼈 손상까지는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해면골은 뼈의 양끝, 주로 관절 주위에는 존재하고 있으며 강도가 피질골보다는 약합니다. 영어로는 스폰지 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해면골은 약하지만 적혈구나 백혈구 등 혈액세포를 만드는 골수가 존재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뼈입니다.
관절 주위(발목, 무릎, 팔꿈치 등)에 있는 해면골은 상대적으로 근육에 둘러 쌓여 진 경우가 적어 직접적인 충격(타격)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즉 관절 주위의 뼈에서 골멍 부상이 잘 발생합니다. 또한 전방십자인대(ACL) 손상과 같이 인대가 파열되어 관절이 뒤틀리는 비접촉손상 때도 발생가능합니다.
관절 연골 손상과 연관된 골멍
앞서 말씀 드린 대로 골멍이 잘생길 수 있는, 충격에 취약한 해면골은 관절 주위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절 연골 손상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무릎이나 발목관절은 우리가 달리기를 하거나 점프를 할 때 체중의 5-10배이상의 부하가 순간적으로 가해집니다. 이 때 관절연골이 뼈에 가는 충격을 흡수해주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농구 선수들 중에는 여러가지 손상으로 인해 관절 연골이 다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충격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 뼈에 충격이 직접적으로 가해집니다. 이런 경우 골멍이 생기기 쉬우며, 일상생활에서도 충격 흡수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회복도 더딥니다.
골멍의 회복 과정
일반적으로 골멍은 구조적인 변화가 거의 없는 손상이기 때문에 다른 손상에 비해 회복이 빠릅니다. 하지만 골멍의 정도와 범위에 따라서 차이는 있습니다. 경도의 미세한 골멍인 경우에는 1-2주 전후로 빠르게 회복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타박 당시의 충격이 커서 골타박의 정도가 큰 경우에는 회복까지 평균 3-4주로 더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또한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체중부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위에 관절연골과 동반손상이 되어 있다면, 일상생활이나 가벼운 재활과정에도 골멍부위가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한 회복까지 더 오래 걸립니다.
골멍에 대한 Q&A
Q. 골멍이 골절의 전단계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골멍과 골절의 연관성은 어떻게 되나요?
A. 골멍과 골절은 비슷한 기전으로 발생합니다. 큰 충격이나 외력이 뼈에 가해졌을 때 생기는데요, 골절과 다른 점은 구조적인 변화가 없다는 점입니다. 골절은 뼈의 연속성이 소실될 정도로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고 골멍은 뼈의 형태적인 변화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단계라는 말은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입니다. 즉 골멍에서 추가적인 손상이나 외력이 없다면 골절로 진행하지 않습니다.
Q. NBA와 국내선수 중 대표적으로 골멍 부상의 예후가 좋았던 케이스와 나빴던 케이스는 어떻게 될까요?
A. 골멍 부상은 대부분의 경우에서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기 때문에 예후는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전방십자인대나 관절 연골의 손상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예후를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골멍의 영상학적 진단은 MRI를 통해 쉽게 가능하지만 임상적인 증상, 즉 통증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선수의 회복정도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LG 세이커스의 아셈 마레이 선수입니다. 골멍으로 진단 받아 3-4주이후 복귀를 예상하였지만, 재활 운동시 불편감을 지속적으로 호소 하여 복귀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통증의 민감도 또한 선수마다 다르기 때문에 예후를 결정하는 변수 중 하나입니다.
Q. 골멍 부상의 재발 가능성은 어떻게 됐을까요? 관절 골멍 부상인데 연골이 손상돼 있거나 없는 경우 골멍 부상을 관리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골멍에 대한 재발은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농구처럼 항상 몸싸움이 일어나고 접촉이 많은 스포츠일수록 부상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골멍 부상이후 회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골멍 부위에 다시 충격이 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복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상 부위에 보호대나 패드를 충분히 착용하여, 예상하지 못한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Profile 김두한 교수는...
현재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스포츠 의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관절경 수술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9년 12월부터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으로 합류해 U18, U19 청소년 대표팀 팀 닥터를 맡았으며 2021년 FIBA U19 농구월드컵, 2022년 FIBA U18 아시아선수권에 동행해 선수들을 직접 관리했다. 현재 대한스포츠의학회 학술 위원과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팀 주치의도 겸임 중이다. 2023-2024시즌부터는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의 필드 닥터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 KBL 제공, 로이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