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ach Story] “내 노력과 선수의 노력을 하나로” 현대모비스 김도수 코치
현대모비스 김도수 코치는 현역 시절 내실 있는 플레이어로 프로에서 장수했다. 긴 시간 주장을 맡으면서 선수들을 이끄는 중책을 소화하기도 했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지도자로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김도수 코치. 그가 바라보고 있는 코치 스토리는 어떤 그림일까?
*인터뷰는 2023년 12월 13일에 진행했고, 본 기사는 루키 2023년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베테랑 선수에서 코치로
전자랜드를 시작으로 KT를 거쳐 오리온에서 프로 생활을 마친 김도수 코치는 견실한 포워드로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가진 능력과 노력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프로에 몸담았고, 2015-2016시즌에는 주장 타이틀을 달고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맛봤다.
김 코치는 추일승 감독과 전창진 감독, 두 명의 KBL 베테랑 지도자들과 현역 시절 대부분의 커리어를 같이 보냈다. 당연히 많은 영향도 받았을 터. 오리온에서는 오랜 시간 주장을 맡았던 김 코치를 추일승 감독이 눈여겨봤고, 선수 생활을 마치는 그에게 코치직을 제안하면서 지도자로의 문을 열어줬다.
“어렸을 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그렇고 항상 앞에 나가서 뭘 하는 것보다 옆에서 서포트해주는 걸 더 좋아하는 성격이었어요. 대학 때 잠깐 앞에 나서긴 했지만 프로에선 워낙 대단한 선배님들이 많았고 KTF에서는 신기성 선배를 필두로 좋은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돋보이고 싶은 행동을 하는 순간 오히려 경기에 못 뛸 것이라는 판단을 빨리했던 것 같아요.”
“전창진 감독님의 리더십과 선수 장악 능력, 추일승 감독님의 지략, 그리고 지도자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많이 배웠어요. 사실 은퇴하고 나서 바로 프로팀 코치를 하는 건 굉장히 영광스러운 자리고 쉽지 않은데 그걸 이어갈 수 있게 해주신 분이 추일승 감독님이시라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많은 걸 배우고 팀을 떠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처음에 코치 제안을 받았을 시점에는 당황스럽기도 했고, 기라성 같은 선배가 세 분이나 위에 코치로 계셨기 때문에 걱정이 먼저 됐어요.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도 많이 있었죠. 그래도 주장을 맡았을 때 선수들을 옆에서 도와주려고 하고 그런 부분을 추일승 감독님께서 잘 봐주신 것 같아요. 제가 돋보이려고 하면서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운동했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오리온 코치로 두 시즌을 보낸 김 코치는 새로운 사령탑 선임과 코칭스태프 개편이 단행되면서 팀을 떠났다. 이후 그는 마이크를 잡아 팬들 앞에 다시 섰는데, 부드러운 목소리와 차분한 분석으로 팬들에게 적지 않은 호평을 받는 해설이었다.
조동현 감독의 부름으로 현대모비스에 오다
하지만 김 코치의 해설위원 생활은 길어지지 않았다. 한 시즌을 해설로 보낸 김 코치는 여자농구 하나원큐 코치를 맡으며 다시 지도자가 됐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현대모비스와 계약을 맺고 조동현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항상 한쪽 편에서만 서서 우리 팀이 이겨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경기를 운영하고, 감독님을 도와서 하다가 해설로서 중립적으로 보니 농구가 더 넓게 보였던 것 같아요. 원래 바둑도 뒤에서 보는 사람이 더 잘 보인다고 하시잖아요. 특히 후반의 작전타임이나 여러 상황에서 나온 판단을 경기 끝나고 혼자 리뷰하면서 공부가 많이 됐던 시간이었습니다.”
“주변에서 해설도 더 하라는 말도 있었고 그 시간만큼은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고 굉장히 귀중했던 1년이었어요. 그렇지만 저는 활동적이고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성향인데 너무 쉬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래도 해설이 굉장히 흥미롭고 좋은 직업이었지만 결국 저는 농구를 하면서 누구를 가르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고, 사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코치를 계속 이어서 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현대모비스에 온 것은 조동현 감독님의 요청이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인연이 닿아서 선수 생활을 같이하면서 평상시에 많이 따르고 존경하는 분이에요. 그리고 팬들도 잘 아시겠지만 현대모비스만의 특유의 끈끈함과 조직적인 농구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좋은 제의를 해주셔서 결정하게 됐습니다.”
현역 시절 한 번도 몸 담지는 않았던 팀이지만 현대모비스는 김 코치에게 익숙한 얼굴이 많은 팀이다. 조동현 감독은 KTF 시절부터 오랜 시간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양동근 수석코치는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동갑내기 친구다.
“감독님은 현역 시절에 정말 승부욕이 대단하신 분이었어요. 선수 때 지면 밥도 안 드실 정도로 승부욕이 너무나도 강해서 제가 가서 밥 먹으라고 풀어줘야 하고 그러기도 했죠.(웃음) 그런 부분이 지금의 조동현 감독님을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승부욕이 노력으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요. 노력을 안 하고 승부욕만 있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이기기 위해선 많은 준비를 해야죠. 특히나 그런 부분에서 치밀한 준비를 하시는 감독님이세요.”
“처음에는 숙소 들어오는 것 자체가 어색했는데 조동현 감독님과 양동근 코치가 저랑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굉장히 빨리 적응한 것 같아요. 양동근 코치도 굉장히 수석코치 역할을 잘하고 있고, 워낙 저랑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사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가장 가까웠던 친구였기 때문에 지금은 서로 좋은 분위기에서 잘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근이랑 현역 때 시즌 끝나고 소주 한잔하면서 서로 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정말 와서 보니까 들은 거랑 똑같더라고요. 유재학 감독님 시절부터 그렇지만 팀에 대한 관리나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단체 생활하면 개인적인 행동으로 팀에 피해를 주는 일이 가끔 있는데 여기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고 봐야죠. 팀을 위해서 헌신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명문팀이 괜히 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대모비스의 선수단 구조는 타 팀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선수단의 중간층보다는 고참과 유망주 라인에 상대적으로 많이 몰려있다. 이러한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는 역시 KBL 국내 선수 최고참 함지훈이다.
“지훈이는 성격도 무덤덤하고 말수도 적지만 자기 할 일을 굉장히 잘하는 친구인데 여기 와서도 똑같아요. 필요한 말만 하면서 참 성실하고 예의가 바른 선수에요. 할 일을 허투루 하지 않고 굉장히 잘하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고, 은퇴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네요. 몇 년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 같고 주장으로 맡아서 팀을 잘 이끌고 있기도 해요.”
“감독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고참들에게 많이 이야기하는 게 있어요. 코칭스태프가 말하는 것과 선배가 이야기하는 건 분명 와닿는 건 다르거든요. 지훈이가 후배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자주 해주는데 중간이 많이 없기 때문에 특히 지훈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팀이 성장하고 있어서 서명진이나 이우석 같은 선수들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지훈이가 팀을 잘 이끌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오더라고요.”
같이 있던 감독들의 좋은 점을 배우고파
이우석, 서명진, 김국찬, 신민석, 박무빈, 김태완 등 현대모비스에는 젊고 미래가 밝은 영건들이 많다. 그들을 육성하는 일은 코칭스태프의 중요 과제. 김 코치가 현역 선수로 뛰던 시절보다는 선수단 문화가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본질적인 부분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사실 육성에 대한 부분은 굳이 따지면 저보다 감독님께서 부담이 크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웃음) 같이 미팅을 많이 하고 있고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 친구들이 KBL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이거든요.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그래도 미래가 밝아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하루하루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자세들이 좋기 때문에 뭘 가르쳐도 흡수하는 능력들이 있어서 미래가 상당히 기대된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프로팀이어도 감독을 정말 무서워했어요. 근데 요즘에는 무섭다는 개념보다는 같이 어우러져서 한다는 느낌이 많은데 그래도 가끔 이야기하는 게 자세에 대한 부분이에요. 때로는 필요하다면 혼을 낼 수도 있고 농구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그럴 때 예를 들어 서로 존중하면서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부분, 그런 걸 지훈이가 굉장히 잘하고 후배들에게 잘 전달돼서 사실 이 팀에서는 그런 상황에서의 문제는 잘 느끼지 않는 것 같아요. 함지훈을 시작으로 워낙 고참 선수들이 좋은 본보기가 되는 팀이 현대모비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게 중요한 위닝팀 문화라고 봐요.”
앞으로 지도자로서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많을 김도수 코치. 그의 지도 철학에서 중요한 건 어떤 것일까?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지도자는 역시 전창진 감독과 추일승 감독이었다.
“지도 철학이라면 첫 번째로 정말 많은 노력과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두 번째는 선수들에게 농구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행동과 인성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을 접목시켜서 프로 선수로서 팬들을 위해 노력하고 대충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선수를 만드는 게 목표죠. 항상 경기장에 오는 팬들을 위해서 최선의 경기를 보여줄 수 있는 몸과 경기력을 만드는 게 프로 선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제 노력과 선수들의 노력을 하나로 묶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전창진 감독님과 추일승 감독님의 정말 좋은 점을 많이 봐서 배울 점이 많은 부분을 하나로 묶고 싶은 생각이 항상 많았습니다. 두 분 다 승부욕은 정말 엄청나신 분들이지만 성향이 많이 다르시거든요. 그리고 지금 같이하는 조동현 감독님께도 배울 점이 너무 많아요. 그분들께서 보여줬던 에너지와 노력, 철학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입니다.”
“지금 선수단이 쉽지 않은 시기라고 봐요. 부상 선수들이 많아서 100% 전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도 남아있는 선수들이 굉장히 선전하고 있고,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저도 이번에 새로 오게 된 만큼 더 열의를 갖고 선수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 많이 찾아와주시고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팬 여러분, 항상 감사드립니다.”
EXTRA STORY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
인터뷰 말미에 김도수 코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고민의 시간을 가진 김 코치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故 제스퍼 존슨을 떠올렸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선택이었다.
“사실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하늘나라에 간 제스퍼 존슨 선수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래서 더 자주 생각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프로에서 가장 빛을 보게 해주신 지도자가 전창진 감독님이시고 선수로서 가장 좋은 플레이가 나올 수 있게 해줄 수 있던 역할을 해준 선수가 존슨이에요.”
“전창진 감독님의 지략도 대단했지만 존슨을 만나고 모션 오펜스나 오프 더 볼 무브에 대해서 많이 깨달았어요. 30살쯤에 그런 선수를 처음 만났는데 덕분에 농구도 더 많이 보였던 것 같아요. 물론 코트 밖에서도 가족처럼 지내면서 팀원을 챙길 줄 아는 선수였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