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하는 빅맨' 알 호포드, 그렇게 지휘자가 된다
[루키=박진서 기자] 대중 연설을 보는 듯했다. '패스하는 빅맨' 중요성을 설파했다. 알 호포드(31, 보스턴 셀틱스)가 지휘한 스몰볼은 매력과 위력, 두 요소를 두루 갖춘 '명품 공연'이었다.
보스턴은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TD 가든에서 열린 2017 NBA 플레이오프 동부 콘퍼런스 2라운드 워싱턴 위저즈와 1차전서 123-111로 꺾었다. 시리즈 첫 승 일등공신은 호포드였다. 그는 21점 9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쓸어 담았다. 3점슛 1개 포함, 야투율 76.9%를 수확하는 순도 높은 결정력을 뽐냈다.
겉으로 드러난 보스턴 최대 승인은 퍼리미터였다. 함포 사격을 퍼부었다. 19번이나 3점 라인 바깥에서 림 그물을 흔들었다. 초록 유니폼을 입은 '타짜'들은 시리즈 첫 경기 승리 주춧돌을 놓았다. 그러나 그 승인 뒤엔 브래드 스티븐스의 '빠른 대응'과 호포드의 협연이 있었다.
보스턴은 1쿼터 초반 0-16으로 끌려갔다. 정신없이 두들겨 맞았다. 아이재아 토마스도 경기 뒤 인터뷰에서 "'봄 무대'에선 흔치 않은 상황이라 적잖이 당황했다"고 밝힐 정도로 초반 주도권을 완전히 뺏겼다.
이때 신속한 판단을 내렸다. 스티븐스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쏠쏠한 재미를 안긴 '제럴드 그린 카드'를 과감히 버렸다. 대신 마커스 스마트, 재 크라우더를 조기 투입했다. 스윙맨 라인 에너지 레벨을 더 끌어올렸다. 빅맨은 호포드가 유일했다.
호포드가 전면에 나섰다. 하이 포스트에서 '패스 뿌리는 나무' 노릇을 맡았다. 토마스의 돌파와 함께 보스턴 공간 창출을 책임졌다. 2쿼터 역전 발판을 마련하고 3쿼터 스코어를 뒤집는 데 가장 큰 공(功)을 세웠다.
24-38로 끌려가던 2쿼터 21초쯤 호포드가 코트 정면에서 왼쪽 엔드 라인을 타고 크게 스윙하는 크라우더에게 패스를 건넸다. 크라우더가 공을 쥐자마자 바로 올라갈 수 있도록 세기와 방향이 최적화된 질 좋은 'A패스'를 뿌렸다. 호포드는 2쿼터 첫 공격 포제션에서 팀이 3점을 더하는 데 밑그림을 그렸다.
동점 3점슛에도 호포드의 '손길'이 녹아 있었다. 53-56으로 뒤진 2쿼터 9분 29초께 페인트 존에서 마친 고탓, 제이슨 스미스와 치열한 자리 다툼을 벌였다. 마커스 스마트가 왼쪽 45도에서 돌파를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호포드에게 엔트리 패스를 넣었다. 흐름이 매끄럽진 않았다. 툭툭 끊겼다.
호포드는 스텝 하나 놓기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볼을 쥐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오른쪽 코너로 빠르게 이동하는 에이브리 브래들리의 오프 볼 무브를 포착했다. 여지없었다. 공 받는 리듬 그대로 살려 동료에게 'A패스'를 뿌렸다. 약 2초 뒤 두 팀 스코어 보드엔 56-56, 타이를 알리는 숫자가 새겨졌다.
빠르다. 막힌다 싶으면 주저없이 다음 수(手)를 꺼낸다. 스티븐스 감독의 '수 싸움'은 올해 플레이오프 최고 볼거리로 자리 잡았다. 동부 1위 구단이 지닌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호포드 지분이 상당하다. 스크린 어시스트, 컷-인 패스, 핸드 오프 등 뛰어난 농구 지능과 다양한 패스 스킬로 '브리지' 노릇을 눈부시게 수행한다. 시카고 불스를 무너뜨린 시리즈 역전에도 크게 한몫했다. 2라운드 1차전에서도 트리플 더블에 가까운 생산성을 보이며 기선 제압 선봉에 섰다. 호포드는 그렇게 '지휘자'가 됐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